장모님은 음식 솜씨가 좋지만 12년을 같이 산 아내는 아직 장모님 솜씨에 따라가지 못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큰 일 날 일이지만 한 번씩 "당신은 왜 장모님만큼 음식 솜씨가 없어요?"라는 타박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남편을 위해 오늘도 아내는 어떻게 하면 남편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할까 고민합니다. 엄청 고마울 수밖에.
지난 겨울 아내는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름하여 '삼겹살 수육'. 삼겸살 수육? 수육을 특별식이라고 말하는 아내 말에 웃음마저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내놓은 삼겹살 수육은 내 머리를 휠씬 뛰어넘는 작품이었습니다. 삼겹살 수육이 무슨 대단한 음식이라고 자랑까지 하는지 궁금하겠지만 아내가 만드는 '엄마표 삼겹살 수육'을 구경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음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싱싱한 재료입니다. 삼겹살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삼겹살입니다. 좋은 삼겹살을 고르는 능력은 별로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삼겹살 색깔이 검붉은 것은 좋지 않습니다. 밝고 선명한 색깔이 좋습니다.
삼겹살을 구워 먹어야 제맛이지만 우리 집은 수육을 좋아합니다. 구워 먹는 것보다 수육에 몸에도 좋습니다. 삼겹살과 함께 마늘, 된장, 파, 후추가 들어갑니다. 옛날 시골에서는 가마솥에 장작으로 삶았지만 도시에서 그럴 수는 없습니다. 갑자기 가마솥에 장작으로 삶은 돼지 수육이 생각납니다.
1시간쯤 고기를 삶으면 맛있는 수육이 됩니다. 수육하면 여기까지입니다. 나 역시 수육은 이렇게 먹는 줄 알았습니다. 김이 펄펄 나는 삼겹살 수육을 보면서 입에 침이 고입니다. 어릴 때 고기 한 점 먹기 위해 어머니 치마를 잡고 따라 다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때는 고기 한 점이 얼마나 맛있던지.
그런데 아내는 바로 여기서 자기 솜씨를 드러냅니다. 다 삶은 삼겹살 수육에 진간장과 설탕만 넣고 삼겹살 수육을 조립니다. 족발은 이렇게 해 먹습니다. 족발은 삶아 다시 진간장과 각종 재료를 넣고 조리지만 삼겹살 수육을 다시 진간장과 엿, 고추장으로 조려 내놓는 일은 처음 보았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당신 음식 솜씨 없다고 타박했는데 괜히 미안하다.""우리 엄마 딸이에요.""나는 당신이 삼겹살 수육 한다기에 그냥 수육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진간장과 설탕, 고추장에 조려 내놓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조카들이 우리 집에 와서 아내가 해준 엄마표 삼겹살 수육을 한 번 먹고서는 자기 집에 가 큰 엄마는 수육을 했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맛있는 것은 처음 먹어보았다고 자기 엄마에게 말했다고 제수씨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제수씨는 형님에게 꼭 배워 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내 음식 솜씨가 점점 좋아집니다. 아이들도 엄마가 만들어 준 엄마표 삼겹살을 먹을 때마다 잘 먹습니다. 특히 삼겹살 수육만 먹을 때는 비개를 먹지 않았는데 수육을 진간장에 조린 후부터는 비개도 잘 먹습니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마다 비개를 남겨 꾸중을 하지만 엄마표 삼겹살을 먹을 때는 비개를 먹으니 꾸중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직 집이 덥고 엄마가 만들어 준 삼겹살 수육이 맛있는지 막둥이는 팬티만 입고 밥을 먹습니다. 딸 서헌이는 어느 누구보다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삼겹살 수육이면 삼겹살 수육, 게장이면 게장, 된장국이면 된장국을 잘 먹습니다. 구워 먹으면 세 끼는 먹을 삼겹살을 엄마표 삼겹살 수육으로 먹으니 한 끼에 다 먹었습니다.
엄마표 삼겹살 수육 맛은 있지만 돈이 조금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이지만 맛 하나만은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