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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인사청문회 상황'

 

한나라당은 23일 오후 불쑥 이런 자료를 냈다. 참여정부 시절 공직후보자로서 인사청문회에 오른 36명에게 제기된 의혹과 임명 여부를 정리한 것이다. 위장전입, 병역,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등 의혹이 있었지만 전원 임명됐다는 요지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자격논란이 일자 낸 '근거' 자료다. 또 한나라당을 두고 제기되고 있는 '이중잣대' 비판에 내세운 '방패'로도 풀이된다.

 

"참여정부 때도 위장전입·부동산 의혹 제기됐으나 전원 임명"

 

한나라당은 이 자료를 내면서 "지난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주소이전, 병역, 논문, 부동산, 세금 등의 쟁점은 현재 청문회에서 제기되는 쟁점들과 거의 같다"며 "지난 정부 때 청문회 대상 36명 중 73.2%인 27명에 대해서 이런 유형의 도덕성 의혹이 제기됐으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전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장병완(예산처장관)·김병준(교육부장관)·김명곤(문화부장관)·김우식(과학기술부장관)·이택순(경찰청장) 후보 등은 도덕성 문제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으나 전원 임명됐고, 유시민(보건복지부장관)·이재정(통일부장관)·송민순(외교통상부장관) 후보는 야당의 강한 반대로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음에도 관계없이 임명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 2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유 장관에 대해서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미납 의혹이 있다며 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지난 2006년 2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유 장관에 대해서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미납 의혹이 있다며 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하지만, 이는 한나라당에게 부메랑이 돼 날아올 만한 내용이다. 바꿔 말하면, 당시 한나라당이 이런 의혹들에 어떻게 대처했었는지를 드러내는 자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 대상자들보다 더 가벼운 사안에 대해서도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06년 한나라당은 김우식 부총리와 유시민 장관에 대해 '절대 부적격자'로 꼬집고 지명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김 부총리에 대해선 부동산 투기·증여세 탈루 의혹이, 유 장관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미납 의혹이 있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김명곤 문화부장관도 같은 해 위장전입으로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격을 받았다. 앞서 2003년 3월엔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의 위장전입 등으로 낙마하기도 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조차 남이 할 때는 '불륜'이고 자신들이 할 때는 '로맨스'라고 우기는 셈이다.

 

MB '위장전입' 의혹 불거진 뒤 한나라당 칼끝 무뎌져

 

매서웠던 한나라당의 칼끝이 무뎌진 건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07년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터다. 당시 환경부장관에 지명된 이규용 후보자에 대해 위장전입 논란이 불거졌지만, 한나라당은 이전과 달리 문제 삼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위장전입 문제에까지 불씨가 옮아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의견서를 내어 한나라당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명박 정부 들어 과거 같으면 자진사퇴하거나 인사 대상에서 제외될 문제들이 수없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하려는 처사를 보이고 있다"며 "한나라당 역시 청문회를 통해 의혹들을 제기하기보다는 이들의 변명을 옹호하고 동조하는 데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야당시절과는 180도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당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많은 문제가 드러나 민심이 심상치 않다"며 "특히 과거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왜 여당이 돼서는 그러지 못하나 하는 여론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 의원은 "이에 대해 '과거의 잣대를 대면 이런 유능한 인재를 쓸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면서 과거에 대해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등 당과 청와대가 국민을 설득하고 추후 엄격한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 일각 "이중잣대에 국민께 양해 구해야"... 당 지도부는 "문제 없다"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왼쪽)와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왼쪽)와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 ⓒ 남소연

도덕성·전문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이귀남 법무부장관·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 여부에 고개를 내젓는 의원들도 있다. 이날 비공개 최고·중진회의에선 한 중진 의원이 "이 후보자는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 과장을 지냈는데 이는 사실상 '정치공작'을 하던 자리"라며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경필 의원도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 등과 관련해 "사회 법·질서 확립을 해야할 법무부장관을 하려는 인물이 위법을 저지른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고 정의화 의원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투기·양도소득세 탈루 의혹, 전문성 부족 논란이 일고 있는 백희영 후보자에 대해서도 물밑에선 "여당이라 대놓고 반대는 못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 지도부는 100% 흡족하진 못하지만 넘어가자는 분위기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40~50년에 가까운 후보자들의 인생 전체를 낱낱이 파헤치며 흠결을 지적했지만 후보자들은 시인할 것은 시인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했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민주당의 (인준) 협조를 구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인사청문회#이중잣대#이귀남#백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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