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4코스 오시록한 올레 개장 |
'오시록헌 길'이란 제주어로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한적하고 음침한 길을 말한다. 이 길은 자동차는 다닐 수 없는 길이다. 그럼 누가 이 길을 다녔을까?
2009년 9월 26일, 드디어 제주올레 14코스가 개장했다. 제주올레 14코스는 저지에서 한림까지로 19.3km이다. 특히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큰소낭숲길-오시록헌길-굴렁진 숲길-월령숲길-무명천길은 제주에 숨어 있는 마지막 때 묻지 않은 중산간 올레를 한땀한땀 기워 낸 올레길이다. 그 여정의 길을 걸어 보았다. 그 길을 만들어준 <사단법인> 제주올레 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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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6일, 제주시 종합경기장 앞에서 출발한 제주올레 버스는 50분이 지나자,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300평 정도 되는 시골마을 회관은 2천여 명의 올레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자동차로 갈 수 없는 올레, 올레꾼 길 열다10시, 드디어 제주올레 14코스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번 제주올레 14코스에 참가한 올레꾼들은 다양했다. 유치원 어린이들로부터 초등학생, 그리고 다리가 조금 불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눈에 띄었다.
저지마을회관 오른쪽 길로 접어들자 이제막 익어가는 조생종 감귤이 돌담너머로 너울너울 춤을 춘다' '올레 감귤이 풍년이라더니!' 풍년에도 시름을 앓고 있는 농부의 마음은 조금은 알 것 같다.
저지오름을 등지고 걷는 올레는 농로길이었다. 제주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검질(잡초)이 올레를 덮었다. 좁은 농로에 아직도 흙길이 남아 있음에 촉촉한 감동이 밀려 왔다. 겨우 한사람 정도가 걸울 수 있는 자갈길에서는 정체현상이 일어났다. 도심지 출퇴근길만 정체를 빚는 줄 알았더니 너무 많은 올레꾼들이 한꺼번에 길을 걷다보니 좁은 농로는 많은 올레꾼들을 한꺼번에 보내지 않았다.
돌담 아래 물들인 중산간의 가을 풍경
이쯤해서 제주도 중산간 마을의 가을풍경이 올레를 물들였다. 제법 자란 월동배추, 누렇게 익어가는 콩, 산디(찹쌀), 그리고 이제 막 쌍떡잎의 모종을 옮겨심은 양배추, 중산간 마을 사람들의 삶을 느낄수 있는 공간이다. 수입 농산물이 아무리 밀려와도 저지리 중산간 마을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의 먹거리는 안심할 것이다.
"우리 어릴 땐 들녘 열매가 간식이었지!"출발 지점에서 3km를 걷다보니, '큰소낭 숲길'이라는 안내표지판이 보였다. 검은 흙과 돌이 잘 버무려진 큰소낭 숲길 왼쪽에는 정말 큰 소나무 한그루가 서 있었다. 그 소나무 줄기에는 덕지덕지 콩짜게란이 붙어 있었다. 적당한 습도와 온도가 이 큰소낭 숲길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큰소낭길 올레는 좌우로 돌담을 끼고 흙과 자갈이 함께하는 올레였다. 제주도의 진정한 올레는 이런 길이었으리라.
"우리 어릴땐 이런 게 정말 맛있었다. 그땐 먹을 게 풍부하지 않았으니까, 들에서 익어가는 열매가 모두 먹거리였고 간식이었지."
돌담에 매달린 야생 키위며 야생참외를 툭-따서 껍질을 벗기는 제주토박이 동무는 올레길이 향수와 추억의 길인가 보다. 길 위에는 야생 키위는 물론 하늘래기와 여름에 자라다 남은 수박덩쿨이 중산간의 한적함을 채웠다.
오시록한 숲길, 하늘 보이지 않아
4km 정도를 걷다보니 잡초 우거진 '오시록헌 농로길'에 접어들었다. 억새와 강아지풀, 모시풀이 우거진 농로길 옆으로 콩과 산디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런 색 그 자체만으로도 풍요아 여유를 주는 농촌의 풍경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왔던 도심 사람들에게 조금의 여유를 준다. 말 그대로 '오시록헌 길'은 하늘이 보이지 않은 숲길이었다. 물론 잡초 어우러진 흙길이었다. 하지만 이 길 역시 꼬불꼬불 돌담이 수놓은 그림이었다.
굴렁진 숲길, 부엽토로 푹신푹신6km 지점 굴렁진 숲길에 도착했다. '굴렁진'이란 말은 제주오로 '움푹 패인'이란 말이다. 제주말은 그 깊이를 잴 수 없는 말인 것 같다. '움푹 패인 곳'이라 해서 아주 깊이 패인 곳인 줄 알았는데, 아주 경미한 경사도 올레다. 하지만 이 길은 부엽토 길로 푹실푹신한 낙엽길을 갇는것 같다. 물론 이 경사도는 길이 3m 정도 되는 나무다리를 설치해 놓아 정말 깊은 중산간에서만 맛볼수 외나무다리를 연출해 놓았다.
선인장 올레를 지나 월령 숲길로 이어지는 올레는 제주올레 14코스만의 특별함이다. 제주의 곶자왈을 걷는다고나 할까. 월령숲길은 습지식물과 중산간에서 재생하는 식물들이 올레길에서 소곤댄다.
무명천 길 올레... 생태계의 창고월령 숲길을 빠져 나와 무명천 올레를 걸을 수 있었다. 무명천 올레는 하천을 타고 월령 포구까지 이어진다. 누가 무명천길을 '산책로 길'이라 이름지었는지 모르겠다. 하천을 따라 걷는 무명천길은 임야지대로 제주 산간의 올레라 표현하면 안성맞춤이다. 그렇다보니 억새와 강아지풀, 산에서 볼수 있는 가을 열매와 야생화가 지천을 이룬다. 생태계의 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손바닥 선인장의 빨간 열매와 파란가을 하늘까지 보너스를 제공하는 중산간 제주올레 14코스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왔던 사람들이 한번쯤 갈을 만한 곳이다. 인적드문,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올레길이니까 말이다.
한땀한땀 기워 만든 때묻지 않은 올레 월령의 중산간 마을은 다시 월령 바다로 이어졌다. 바다를 안고 걷다보니 지나온 8.3km의 흙길이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큰소낭 숲을 지나 오시록헌 농로를 지나 굴렁진 숲길을 뚫고 월령숲,무명천과 월령교까지는 3시간 정도. 과수원길과 돌담길, 밭길, 숲길, 하천길을 그림처럼 한땀한땀 기워 준 제주올레 14코스 술길은 진정 제주중산간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삶과 제주곶자왈의 일면을 보고 느끼고 걸을 수 있는 때묻지 않은 여정의 길이었다. 그리고 그 길은 다시 월령 포구로 이어졌다.
덧붙이는 글 | 지난 9월 26일 제주올레 14코스가 개장되었습니다.
제주올레 14코스는 저지마을회관 - 저지밭길 - 나눔허브제약입구 - 나눔허브제약 쉼터 - 저지잣길 - 큰소낭 숲길 - 삼거리 - 오시록헌 농로 - 월림잣길 - 굴렁진 숲길 – 야자나무 삼거리 - 선인장밭 숲길 - 무명천 산책길1 - 월령숲길 -무명천 산책길2 – 무명천 산책길3 - 월령해안 입구 - 월령포구 - 금능등대 - 금능포구 - 금능해수욕장 - 협재해수욕장 - 협재포구 - 옹포포구 - 국립폐류육종센터 - 한림항 비양도 도항선 선착장까지로 19.3k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