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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어 5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중도실용 정책과 대통령의 서민행보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지율의 급등과는 대조적으로 서민생활은 여전히 팍팍하고, 나아진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가는 치솟고, 집값을 올라가는 데 살림살이는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사는 진짜 서민들이 과연 어떤 얼굴 무슨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편집자말>

MB의 '중도실용', '친서민정책'이 화제다. MB의 이와 같은 구호가 사람들에게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좌파신자유주의'처럼 자기모순적인 구호로만 그칠 줄 알았던 '중도실용', '친서민정책'이 실제로 탄력을 받고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인 듯하다.

 

시장에서 어묵이나 사 먹으며 이미지 정치만 할 줄 알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 금융이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맞벌이 부분에 대한 보육지원, 보금자리 주택, 심지어 기존의 입장을 버리고 대기업의 슈퍼마켓 진출을 제한하는 시업조정제도 활성화까지 거론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46%에 달하는 MB 지지율의 급등은 아마도 이와 같은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리라.

 

MB가 생각하는 서민 부디 현 정부의 친 서민정책이 성공하기를
MB가 생각하는 서민부디 현 정부의 친 서민정책이 성공하기를 ⓒ 청와대

'친 서민정책', 30대 직장인에 비춰보니

 

나는 30대 직장인이다. 정부가 발표한 친 서민정책 중에서 나 같은 30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역시 주택과 보육, 교육 등에 관한 부분이다. 이 시대의 평균 결혼 연령이 30대로 늦춰진 이상, 결혼과 주거, 출산, 육아는 개인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문제 대한 정부의 친 서민정책에는 아무리 뜯어보아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우선 갓 결혼한 부부들의 꿈일 수 있는 내 집 장만 문제다. 금년 5월에 결혼한 직장 동료 현진(가명)씨는 아내의 반대로 아이 가질 생각을 못하고 있다. 그의 나이 올해 34살. 지금 아내가 임신하더라도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40대일 텐데 31살 아내가 아이 갖기를 극구 거부하고 있단다. 아이를 갖게 되면 맞벌이가 어렵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내 집 장만의 꿈도 멀어지기 때문이란다.

 

현진씨 부부는 결혼하면서 5천만 원을 대출받아 1억 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입주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현 정부가 친 서민정책으로 내놓은 보금자리 주택은 너무도 벅찬 현실일 뿐이다.

 

보금자리 주택이 주변 시세의 50~80% 수준이라지만 현실적으로 3~4억 원이나 되는 목돈이 있어야 내 집 장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연 3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신혼부부가 얼마나 있을까.

 

신혼부부를 위해 내놓았다는 보금자리 주택이 결국, 투기세력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아까운 그린벨트를 풀어가면서 만든 보금자리주택이 대형 건설사와 투기세력의 배만 채우게 되는 건 아닌지.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세곡지구 전경.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세곡지구 전경. ⓒ 선대식

보금자리는 꿈도 못 꾸고, 둘째 낳기도 두려워

 

또 하나, 정부는 맞벌이 부부에 대한 보육지원 등 육아, 보육에 관련된 복지예산을 늘림으로써 낮은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30대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보육지원을 넘어 어렵게 꾸린 가정을 이어나갈 수 있는 안정적인 사회적 지위이다.

 

지난해 둘째를 임신했지만 낳지 않았던 직장 동료 현철(가명)씨의 경우를 보자. 현철씨네 부부는 돌이 지난 첫째 아이를 생각하면 둘째가 있는 게 좋겠지만, 자신들의 불안정한 경제적 사정 때문에 아이들 낳을 수 없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다. 경기 악화로 언제 비정규직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둘째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이를 낳으면 보육비를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실제로 아이에게 들어가야 하는 보육비나 교육비는 정부가 이야기하는 공식적인 금액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과연 그 누가 급증하는 사교육비를 바라보며 쉽게 아이들을 낳을 수 있겠는가.

 

결국 갓 세대를 구성한 30대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그들의 일상에 최소한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정규직 신분 보장이다. 지금처럼 모든 청춘들에게 '정히 안 되면 삽 들면 된다'는 식의 설교는 결국 정부가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많은 예산이 4대강 살리기와 같은 헛된 사업에 투입됨으로써 정작 필요한 복지예산 등은 흉내내기에만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진짜 서민입니다

 

그런데 왜 정부는 친 서민정책을 읊조리면서도 실제로는 서민들의 생활을 챙기지 못하는 것일까. <개그 콘서트> 행복전도사의 말대로 10억도 가지지 못한 이들은 서민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사회에서 '서민'이란 결코 일반 명사가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부산물이다. 과거에 유행했던 민중 대신 서민이 등장한 것은 '국민의 정부' 탄생과 함께였는데, 서민이란 단어는 민중이 가지고 있던 저항성과 반항성을 거세한 결과물이었다. 불의에 항거하고 일어서는 민중과 달리 서민은 마냥 억울해하고 슬퍼하는 이 시대의 자화상인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서민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각해지면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MB 정부가 진정한 친 서민정책을 펴겠다면 우선 그들이 명명하고 있는 서민이 과연 누구인가를 다시 인식해야 한다. 이 시대의 서민은 결코 그들이 정의하는 것처럼 넉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부디 정부의 친 서민정책이 진짜 서민정책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친서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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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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