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사괍니다. 품질도 색깔도 안전하다고 장담합니다. 아들이 옆에서 보고 있는데, 제가 아들 앞에서 거짓말할 수 있겠어요?"
"품질관리를 철저히 했습니다. 누구한테서 배운 농사법인데요? 어려서부터 아버지 옆에서 지켜보며 배운 것입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다. 아버지의 농사법이 아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 소룡리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선경(60)·요순(38)씨. 이들은 부자(父子)간이다. 아버지는 30년 넘게, 아들은 이제 3년째 본격적인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경력은 천양지차지만 농업에 대한 철학이 뚜렷하고 정직하게 농사짓는다는 게 공통점이다.
아버지 선경씨는 사과농사로 잔뼈가 굵었다. 1977년부터 줄곧 사과농사만 지어 왔다. 여기저기서 인정도 받았다. 새농민상, 새농민상 본상, 농림수산부장관 표창 등이 증표다. 지금은 곡성지역 사과재배농가 115명(면적 200㏊)으로 이뤄진 곡성사과영농조합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아들 요순씨는 대학에서 환경위생과를 다녔다. 졸업 후엔 다시 한국농업대학에 들어가 과수학과를 다녔다. 중국농업대학으로 2년간 유학도 다녀왔다. 환경과 농업을 두루 섭렵한 셈이다. 내친김에 그는 대학을 하나 더 다녀 중국어학과까지 마쳤다.
아들의 사과농사는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됐다. 농업대학을 다닌 것도 이런 연유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마음과 마음이 통했다.
요순씨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래의 다른 사람은 실패를 걱정하지만 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반자인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또한 다른 농가와 달리 마음 든든하다. 그동안 피땀 흘려 가꾼 과원을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어서다. 시설투자를 해도 부담이 없다. 아들이 계속해서 농사지을 곳이기에 과감히 재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게 아버지의 얘기다.
이들의 사과 재배면적은 4㏊(1만2000평). 면적이 넓은 만큼 생산량도 많다. 하지만 판로 걱정은 하지 않는다. 추석을 앞두고 딴 조생종은 직거래를 통해 이미 다 팔았다. 명절 선물용으로 많이 나갔다.
소비자들도 당도가 높아 맛이 좋고, 향도 일품이라며 좋아했다. 맛을 본 소비자들이 고정적으로 주문을 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써 딴 친환경농산물 품질인증은 신뢰 앞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한번 고객은 금세 단골로 변해 갔다.
11월 중순까지 딸 중·만생종은 홈쇼핑 등을 통해 직거래하고 학교급식으로도 나간다. 일부 공판장을 찾기도 하지만 정기적으로 갖고 갈 물량이 안된다. 경기침체 등으로 과일소비가 줄어 가격도 떨어졌다지만 그리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판로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건 품질고급화를 통해 든든한 신뢰를 쌓은 덕이다. 선별과 포장은 농협을 통해 공동으로 한다. 농협에서 책임을 지고 해주는 만큼 사심이 들어갈 수 없는 것도 '안전판'이다.
아버지 선경 씨는 "갈수록 재배면적이 늘어 경쟁력이 줄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아들이 곁에 있어 늘 마음 든든하고 행복하다"면서 "아들과 함께 외국산 과일 맛에 길들여져 있는 청소년들을 겨냥해 새로운 맛의 과일을 개발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들 요순 씨는 "다들 농업여건이 어렵다고 하는데,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곡성의 '샛터농장'하면 과일 하나만은 믿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젊음은 어떤 난관도 다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며 "젊은 패기로 한국농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차세대 농업경영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