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0월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마음이 바빠지는 계절이죠. 더욱이 10월 첫 번째 주는 민족의 대 명절 한가위가 있어서 더욱 마음이 바빠집니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삶이 각박해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렵다고 마음까지 각박해져야 되겠습니까? '풍요롭게 살라'고 우리 조상님께서 물려주신 명절이 바로 추석인데요.
하지만 이맘때 가장 걱정되는 것이 추석선물입니다. 물론 '안주고 안받기 운동'도 좋겠지만, 가까운 친지들에게 빈손을 내미는 것은 너무 야속한 일이지요. 그렇다보니 친척 어르신들과 동서, 또는 형제들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내가 받았던 추석 선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시어머님께서 주신 참기름이었습니다. 시어머님께서는 명절이 다가오면 꼭 참기름을 짜셨습니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줄 참기름을 유리병에 담으셨지요. 추석이 다가오면 어머니는 며느리들에게 고소한 참기름을 선물하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나물 무칠 때에도, 고기 볶을 때에도 계란 후라이를 할 때에도 듬뿍듬뿍 아까운 줄도 모르고 참기름을 넣었습니다. 당시 고소한 맛을 자랑했던 참기름, 그땐 그 참기름의 귀중함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어머님이 세상에 안 계시니 참기름 냄새를 맡을 수 없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 어디 참기름 짜서 먹습니까. 그저 사서 먹는 형편이지요.
얼마 전 아는 지인으로부터 참깨 두 말을 샀습니다.
"식구도 없는데 무슨 참깨를 그렇게 많이 사니?"
주변 사람들은 내 맘을 알 리가 없었겠지요.
엊그제 참기름을 짰습니다. 병마다 채워진 참기름을 보니 부자가 된 것 같더군요. 더욱이 고소한 참기름을 동서들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니 마음까지 고소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은 참깨 2되 정도는 볶아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볶은 참깨를 먹을 만큼 팩에 싸서 3-4 묶음으로 포장했습니다. 냉동보관해서 먹을 수 있도록 포장을 했습니다.
맞벌이를 하는 동서들을 위해 이번 추선선물로 참기름 1병과 볶은 참깨 3묶음을 선물했습니다.
"형님이 시어머님 노릇을 하시는군요!"
동서한테 내 맘을 들켜버렸습니다. 그런데 들킨 내 마음 왜 그리도 좋았던지요. 동서도 시어머님으로부터 받았던 그 고소한 추석선물을 잊지 못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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