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하영제(55)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이 개인 돈으로 선물세트를 마련해 경남도의원들에게 보낸 것을 확인되어 선거법 위반 논란을 빚고 있다.
하 차관은 추석을 앞두고 남해에서 생산된 '흑마늘 선물세트'를 우체국에서 택배로 경남도의원들에게 보냈다. 흑마늘 선물세트는 남해 ㄷ농산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된 것으로, 판매가격은 6만9000원으로 되어 있다.
택배 겉표지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하영제'라고 되어 있고, 하 차관의 휴대전화번호도 새겨져 있다. 택배는 경남도의원들의 개인 집이나 사무실로 배달되었다.
경남도의원들은 이전에 하 차관한테 명절 선물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도의원은 "이번에도 택배로 선물이 왔던데,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다. 이전에도 명절이라고 해서 선물을 주고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B도의원은 "최근 행사장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사이로 알고는 있지만 이전에도 명절이라고 해서 선물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 택배가 왔는데 아직 내용물은 뭔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 차관은 서로 아는 사이"라는 C도의원은 "왜 하 차관이 추석 선물을 보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야기 안해도 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선물을 받지 않았다고 밝힌 도의원도 있는데, D·E·F·G도의원은 "받은 사실이 없다"고 대답했다.
H도의원은 "지역 현안 때문에 며칠 바깥에만 있어서 사무실에는 아직 들어가 보지 못해 확인을 못했다. 사무실에 선물이 몇 개 와있다고 하는데, 하 차관이 보낸 선물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남해군수 출신, 산림청장-차관 있으면서 경남 방문 잦아
하영제 차관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남해군수로 있다가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중도 사퇴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2008년 3월부터 산림청장을 지냈고, 올해 1월부터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으로 있다.
하 차관은 내년 경남도지사 선거 출마 예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들어 언론사에서는 하 차관을 포함시켜 경남도지사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하기도 했다.
하 차관은 산림청장으로 있을 때부터 경남지역 방문이 잦아 내년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 차관은 농수산어업인과 간담회, 대학 강연, 현장 방문 등의 이름으로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하 차관은 지난 25일 경상대에서 특강했는데, 1주일이 지나지 않아 30일 부산대 밀양캠퍼스에서도 강연했다.
하 차관은 다른 지역보다 경남을 특히 많이 방문하고 있는데, 지역 언론들도 방문 소식을 다루고 있다. 2008년 10월부터 9월 말까지 <경남신문>·<경남도민일보> 인터넷에서 보도한 하 차관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면 40건 안팎이다. 같은 기간 <전남일보>는 5건에 불과하다.
하영제 차관 "개인 차원으로 아는 사람한테 보낸 것인데..."
하영제 차관은 경남도의원들에게 추석 선물을 보낸 게 선거법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30일 하 차관이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한 내용이다.
- 내년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하느냐?"지금은 정부에 몸 담고 있다.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 출마한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
- 간담회나 강연 등 경남지역 방문이 잦은 것도 내년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일이다. 경남만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지적에) 개의치 않는다."
- 이번에 추석을 앞두고 경남도의원들에게 흑마늘 선물세트를 택배로 보냈던데?"다 아는 사람들이다. 선거와 관계없다. 모르는 사람한테 보낸 것도 아니다. 대통령도 농산물을 많이 보내라고 한다. 장관과 차관은 물론이다. 남해에서 나는 농산물이고, 평소 정도 주고 받기도 해서 보낸 것이다."
- 그렇다면 선물 비용은 업무추진비인가?"개인적으로 보낸 것이다."
- 선거법 저촉 여부를 검토해 보지 않았는지?"생각 안해봤다. 모르는 사람한테 했으면 모르겠는데 아는 사람들이다. 도정과 국정을 같이 하고 협의하는 차원에서. 선거를 의식해서 한 것은 아니다."
ㄷ농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하영제 차관이 직접 주문했느냐"는 질문에 "그것을 왜 기자한테 대답해야 하느냐"며 대답을 거부했다. 또 "거래처 정보인데 이야기 할 수 없다"거나 "가격(1개당 6만9000원)은 어느 정도 할인해 주고 있는데 40~80%까지 할인한다"고 말했다.
선관위 "조사팀 조사 벌여 저촉 여부 판단"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하영제 차관이 경남도의원들에게 선물을 보낸 것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경남선관위 지도과 관계자는 "조사팀에서 조사해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례에 따르면, 본인이 출마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유권자와 주변인들이 인식하거나 언론에서 명시적으로 거론할 경우 입후보 예정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입후보 예정자가 선물을 받은 사람을 알든 모르든, 전부거나 일부한테 선물을 보냈다면 기부행위다"면서 "입후보예정자는 선거구 안에 있거나 밖에 있더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한테는 금액에 관계 없이 기부행위를 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발생한 사안인데, 조사팀에서 조사를 할 것"이라며 "전후 사정을 따져봐야 하고, 다른 변수가 있을지 모르기에 현재로서는 기부행위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