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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 경남도민일보
추석 전 경남도의원들에게 선물을 돌리며 "아는 사람한테 보냈는데 뭐가 문제냐"고 했던 하영제(55)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은 뒤에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왜 말을 바꾸었을까. 그것은 선거법 위반 시비 때문이다.

경남도의원들은 지난 추석 전 하영제 차관의 이름과 직책, 휴대전화번호가 적힌 우체국 택배를 받았는데, 그 속에는 남해에서 생산된 '흑마늘 선물세트'(시가 6만9000원)가 들어 있었다.

일부 도의원들은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택배로 선물을 보내와 받았다"고 했다. 받은 사실을 부인하는 도의원들도 있고, 돌려보낸 도의원들도 있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하 차관의 선물 공세에 대해 선거법상 기부행위제한행위와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선관위는 흑마늘 세트를 생산한 남해 ㄷ농산영농조합법인과 우체국으로부터 택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경남도당과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은 성명을 통해 선관위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하영제 차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영제 차관은 입후보 예정자인가?

하영제 차관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인가? 선거법에 의하면 입후보예정자는 선물을 보낼 수 없다. 하 차관은 내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으며, 언론에서는 하 차관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벌일 정도다.

이에 대해 하 차관은 지난 30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지금 단계에서 출마한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은 것으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판례에 따르면, 본인이 출마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유권자와 주변인들이 인식하거나 언론에서 명시적으로 거론할 경우 입후보 예정자로 보고 있다.

하영제 차관 "내가 보냈다" 했다가 "모르는 일" 말 바꿔

하영제 차관은 선물을 돌린 게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말을 바꾸었다. 하 차관이 선물을 보냈다는 사실은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가 먼저 보도했는데, 그 뒤 많은 언론들이 보도했다.

먼저 하 차관은 <오마이뉴스>가 이날 오전 취재에 들어갔을 때 선물을 보낸 게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고, 선거법 저촉 여부를 검토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선거법 저촉 여부를 검토해 보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생각 안해봤다. 아는 사람들에게 보낸 것이고, 선거를 의식해서 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법에서는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선거를 앞두고 어떤 선물을 주더라도 기부 행위에 해당한다.

또 하 차관은 도의원들에게 흑마늘 선물세트를 보낸 것은 업무추진비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도 농산물을 많이 보내라고 한다. 장관과 차관은 물론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첫 보도 이후 다른 언론들이 취재에 들어가자 하 차관은 말을 바꾸었다. <경남도민일보>(10월 1일자)는 하 차관이 "확인해 보니 ㄷ농산 회장이 친구인데 나에게 도움도 되고 도의원들에게 홍보도 할 겸 해서 보냈다고 했다"고, <연합뉴스>는 "영농법인을 하는 친구가 내년 선거에 제가 출마하려면 도의원들과 관계를 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저와) 상의없이 선물을 보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경남신문>과 <MBN>은 "비서관이 20일 전 쯤 영농조합법인 대표인 친구로부터 도의원 명단을 보내 달라는 요구를 받고 명단을 팩스로 발송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선물 발송 경위를 알지 못하고 선물세트 대금도 지불한 적이 없다"고, <부산일보>는 "내가 보낸 것이 아니다"고 연루 사실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하 차관은 이들 언론이 취재하기에 앞서 <오마이뉴스>가 취재할 때 선물은 자기 돈으로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도 농산물을 보내라"하고 "아는 사람한테 보낸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식의 대답을 했다. <오마이뉴스>가 선물에 대해 물었을 때 "나는 모르는 일"이라거나 "친구(ㄷ농산영농조합법인 대표)가 보낸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영제 차관이 추석을 앞두고 경남도의원들에게 보낸 남해 흑마늘 선물세트 내부 모습.
하영제 차관이 추석을 앞두고 경남도의원들에게 보낸 남해 흑마늘 선물세트 내부 모습. ⓒ 윤성효

ㄷ농산영농조합법인 대표도 말 바꾸기

ㄷ농산영농조합법인 대표도 말을 바꾸고 있다. <부산일보> 등 언론들은 ㄷ농산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선관위에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도의원들에게 선물을 보내면서 친구인 하 차관의 이름을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하고 있다.

ㄷ농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난 달 30일 <오마이뉴스>와 두 번 전화통화했다. ㄷ농산 대표 강아무개씨는 이날 오전 처음 전화통화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이발을 하고 있어 조금 있다가 통화하자"고 했다. 20여 분 뒤 다시 전화통화했다.

당시 강씨는 "하영제 차관이 직접 주문했느냐"는 질문에 "그것을 왜 기자한테 대답해야 하느냐"거나 "거래처 정보인데 이야기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하 차관도 ㄷ농산의 거래처이기에 거래처와 관련한 정보를 가르쳐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 차관이 보낸 선물세트는 1개당 가격이 6만9000원이다. 값을 묻자 강씨는 정상 가격대로 받지 않고 할인해 주었다는 식의 대답을 했다. 강씨가 <오마이뉴스> 취재 때 했던 말과 선관위 진술이 왜 다른지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제품 홍보 차원이었다면 왜 야당 소속 도의원들에게는 보내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하영제 차관#경남도지사 선거#기부행위#농림수산식품부#경남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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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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