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부터 24일까지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됩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달 국정감사기간을 맞아 '정부에게 꼭 따져 물어야 할 43가지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들 43가지 과제 이외에도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개혁적 시민사회운동이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할 것을 촉구한 많은 개혁과제들이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들 과제들이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루어진 경우 그 내용을 소개하는 '2009 국정감사가 다룬 문제들'을 시작합니다. 의원들의 합리적인 문제 지적, 피감기관의 대답,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원들과 피감기관의 대응 등을 소개합니다. <필자 주>
6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합참 국정감사가 이틀 째 진행되었다. 이틀째 날이라 별다른 보고없이 곧바로 의원들의 질의가 시작되었다.
이날 초반부 국정감사는 하루 전날, 예비역 장성들이 부부동반으로 공군 수송기를 제공받아 골프 여행을 간 사실이 밝혀져 이에 관한 질타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문제를 일으킨 장성들은 군사문제연구소 소속인데, 막상 군사문제연구소는 연구지원비 262억원이 부족해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의원들의 거센 질타는 당연한 것이었다.
국가재원을 군 고위 장성들이 사유화하는 것도 큰 문제이고 이를 두둔하는 듯한 군 출신의 서종표 의원의 모습은 말할 필요없이 한심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이 문제를 떠나 국가재원에 있어서 또 하나 중대한 문제는 바로 국방예산이다. 국방예산이 방만하고 비합리적으로 배분되는 문제가 매우 심각한데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마치 군 당국을 대변하러 나온 것처럼 현 정권 들어 국방예산 증액률이 감소되는 것을 우려하는데만 한 목소리를 모았다.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북핵대비 조기전력 사업들이 예산만 확보하고 예산집행률이 저조한 사실을 강조했다. 김장수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북핵대비 긴요예산을 위해 추가증액을 해준 392억보다 더 많은 492억 3900만원을 이월하거나 불용했다는 것이다. 그 중 고고도 무인정찰기 사업,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화생방장비물자는 계속 낮게 집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김장수 의원의 문제제기에는 이들 무기들이 과연 적정 위협 해석에 따라 합리적으로 소요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완전히 빠져 있었다. 이를테면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는 아직 우리가 요격수단을 갖추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을 향해 날아가는 탄도탄에 대한 경보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주도 MD체제 편입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김장수 의원의 '핵우산' 관련 발언은 더 큰 우려를 자아냈다. 김 의원은 북핵 대비를 위해 '핵우산' 개념이 작전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비췄다. 년 이상희 국방장관은 이미 확장된 억지력에 따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를 작전계획에 포함하겠다고 말했다며 이번 신임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이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태영 국방장관은 우리측이 미측에 이를 요구하고 있고, 미측이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핵무기 사용을 작전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위험한 발언들이 국회에서 빈번하게 나오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되돌아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이번 국정감사에서 또 다른 화두는 국방부의 '사찰' 의혹과 관련한 것이었다. 앞서 국방개혁법에 따른 군 문민화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안규백 의원의 지적이 있기도 했다. 문민통제가 확대되어야 하는데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였다. 거기다 김우영 의원은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지휘참고'라는 문건을 공개해, 국감장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이 지휘참고 문건에는 청와대와 국회의원들의 동향까지 담겨 있어, 군의 '민간사찰' 행위라며 국방위원들의 분노를 살 만했다. 김동성 의원도 헌병 소속 정보원들의 이러한 정보 수집 활동은 명백히 직권남용이라고 큰 소리로 비판했다.
그 동안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고 그 심각성이 널리 알려졌지만, 국방위원회 의원들의 이렇다할 관심이나 해결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 다시 군의 민간 사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름으로써, 우리 사회가 얼마나 퇴행하고 있는지 다시 확인된 셈인데, 정작 자신들도 사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의원들이 어떻게 대응할 지켜 볼 일이다.
그 밖에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김영우 의원이 대인지뢰 문제를 서면 질의한 것이 눈에 띄었다. 지뢰는 국내 1100여개 지역에 약 86만개 정도 매설되어 있으며, 연천 지역에서는 최근까지도 대인지뢰 사고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었다. 때문에 김영우 의원은 하루 빨리 지뢰 제거 필요성을 주장하며, 현재 준비하고 있는 '민간인 지뢰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
국내적으로 대인지뢰 피해가 여전히 심각하지만 그에 비해 법적 기반조차 미비했던 실정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시 확인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뢰를 금지하는 대표적인 국제 협약인 '오타와 협약'조차 가입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안보상황' 논리는 대인지뢰 문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인 집속탄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방위원들에게 더 이상의 질의는 기대할 수 없었다. 오히려 핵우산 옹호 발언부터 국방예산 감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존 증액률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들이 다수였다. 의원들의 이런 모습 속에서,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되어 온 국방예산 증액 문제나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핵군축, 대인지뢰나 집속탄 금지 등과 같은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하지 않은 정부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바로 잡기에는 아직 그 길이 멀어 보인다.
[말! 말! 말!]
육승민 의원 : 정권 초반 잘 보이다가 3-4년 지나면 새로운 권력 줄을 찾고...이제 세상이 5년마다 바뀐다면 우리 군도 달라져야 한다. 몇 달 전에 합참의장 때 재가까지 받았다고 하는 그 국방개혁 예산안에 대해 이 정권은 임기동안 4.2%로 하겠다고까지 하는데 우리 군은 전부 입다물고 가만히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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