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썼지만 부치지 않았던 편지 1통과 검찰 수사 때 추가진술을 위해 준비했던 글 1편을 비롯한 미공개 글 2편이 공개됐다.
편지는 7일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이 발간한 <내 마음속 대통령- 노무현, 서거와 추모의 기록>(도서출판 한걸음·더)에 담겨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 출두 전인 지난 4월 19일 썼던 편지와 5월 초 '추가진술 준비'를 하면서 작성하다 중단된 글이다.
노 전 대통령은 4월 19일에 쓴 '이명박 대통령께 청원드립니다'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심경을 밝혔다. 편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만일 사건이 이대로 굴러가면 검찰은 기소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검찰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결론이 나왔을 때, 그리고 검찰의 수사과정의 무리와 불법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대한민국 검찰의 신뢰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황이 이러하니 수사팀은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까지 증거를 짜내려고 할 것입니다. 이미 제 주변 사람들은 줄줄이 불려가고 있습니다. 끝내 더 이상의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건이라도 만들어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검찰권의 행사가 아닙니다. 권력의 남용입니다. (중략)이미 제 주변에는 사람이 오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저도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전에는 조심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심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올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모든 것을 상실했습니다. 권위도 신뢰도 더 이상 지켜야 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는 사실대로, 그리고 법리대로만 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입니다. 사실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또 이 책에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와 관련해 4월 말 작성하다 중단된 글이 실려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것이 분수를 넘은 저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저는 이제 남은 인생에서 해 보고 싶었던 모든 꿈을 접습니다. 죽을 때까지 고개 숙이고 사는 것을 저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법적 절차의 결과가 어떤 것이든 이 운명은 거역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중략)검찰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검찰은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구분하여 다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검찰이 하는 모습을 보면 먼저 도덕적 책임을 추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법적 책임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것은 검찰의 사명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결정적 증거라고 보도되고 있는 박연차 회장의 진술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검찰이 선입견을 가지고 오랫동안 진술을 유도하고 다듬어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재판 과정에서 이 과정을 반드시 밝혀낼 것입니다."노 전 대통령은 편지를 작성한 뒤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낼지 여부를 참모진과 논의한 뒤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경수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님은 수사 과정의 문제로 답답해 하셨다. 재판부는 기피하는 제도가 있지만 검찰은 그런 제도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께 검찰 수사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보고 편지를 작성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님께서는 초안을 갖고 참모들과 협의했다. 참모들은 대체적으로 기록물 수사 때도 그랬고 이후에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묵살되는 경우가 많아 편지를 보내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고, 실효성이 없다고 보았다"며 "그래서 편지를 보내는 것을 유보했다가 뒤에 묻혀져 있었는데 이번에 책을 내면서 싣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노무현재단 대국민보고서 기록위원회 윤승용 위원장(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책은 대통령님 서거와 수백만 국민의 추모과정을 사실대로 정리해 역사적 기록으로 보존하고 국민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기록화 작업의 첫 번째 결실"이라고 출판 배경을 말했다.
이 책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전 '대통령기록물사건'과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전후맥락을 대통령이 남긴 기록을 중심으로 정리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