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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7월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7월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조세전문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 기록물 유출 문제를 '불법'으로 결론내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8일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e지원 시스템 복제를 통해 대통령 기록물을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과 관련한 "2차 회의에서 '불법의견'을 낸 주심위원은 조세전문 변호사"라며 "대통령 기록물 문제가 조세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이석연 법제처장은 "대통령 기록물과 조세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다"면서도 "대통령기록물 문제 심의과정에 어떤 의도도 없다"고 '권력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

20분 만에 '불법' 결론... 2차회의 참석위원 4명이 조세전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전·현직 대통령 사이에서 벌어진 '대통령 기록물 유출 의혹' 사건과 관련, 지난해 8월 제28회 법령해석심의위(1차회의)가 열렸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관과 비서관 등 10명을 검찰에 고발한 국가기록원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는 총 7명의 위촉 심의위원이 참석했다. 심의위원 7명은 지적재산권(2명), 행정법(3명), 일반민사(1명), 노동·산재(1명) 전문가로 구성됐다. 1차회의에서 '불법 의견'을 낸 3명의 심의위원은 검사 출신(일반민사)과 법제처 전·현직 간부(행정법 등)로 나타났다. 반면 대통령 기록물 문제에 정통하다고 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 전문가 2명은 모두 '합법 의견'을 냈다.

1차회의에서 '합법 5명, 불법 3명'이라는 의견 분포를 보였지만 결론은 2차 회의로 미뤄졌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제30회 법령해석심의위(2차회의)가 열렸다. 1차회의에 참석했던 심의위원들은 모두 교체된 상태였다. 이석연 법제처장은 "2달에 한번씩 실무진에서 무작위로 위촉한다"고 해명했다.

제30차 회의에서 주심위원인 A위원은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시행령) 제18조의 열람은 사본제작 등과 구분되는 개념"이라며 "전직 대통령의 열람 범위에 사본제작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고 해서 입법적인 불균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불법 의견'을 냈다.

그는 "대통령의 열람권 범위에 사본제작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면 온라인의 열람은 사본제작보다 더 나아간 정보제공의 방법"이라며 "그래서 현행 법령상 전직 대통령의 열람 편의 제공의 방법에 사저에서의 온라인 열람이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위원장인 윤장근 법제처 차장은 "다른 의견이 없으므로 주심위원의 의견대로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선언하며 회의를 마쳤다. '불법'으로 결론내린 데 걸린 시간은 20분(법제처쪽 주장)에 불과했다. 이춘석 의원은 입수한 녹취록을 근거로 "10분이면 충분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원장이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심의위원들의 토론을 유도하지 않고 주심위원 발언을 결론으로 받아들인 점은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법의견'을 주도한 A주심위원뿐만 아니라 2차 회의에 참석한 위촉 심의위원 중 4명이 대통령 기록물과 거리가 먼 조세전문가였다는 점이다.

이춘석 "노무현 사법적 단죄 유도"... 이석연 "어떤 의도·목적 없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이 지난 2008년 7월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 들어서고 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이 지난 2008년 7월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 들어서고 있다. ⓒ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이춘석 의원은 "위원을 모두 교체하고 2차회의를 소집했는데 그때 참석시킨 위원 중 무려 4명이 조세전문가였다"며 "이렇게 섭외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캐물었다.

이에 이석연 법제처장은 "그날 대통령 기록물건만 올라가는 게 아니다"라며 "1차회의에서 1명의 의견이 불분명했고, (불법-합법) 의견이 서로 비슷했기 때문에 다음 회의로 결론을 미룬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춘석 의원은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 회의를 두 번 했는데, 모두 법제처 간부였던 위원이 들어가 있다"며 "게다가 그 중 한 명은 1년 넘도록 단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하필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된 회의를 할 때 딱 한 번 참석했다"고 '정치적 의도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이러한 사실을 들어 "법제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법적 단죄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석연 법제처장은 "법조인의 양심을 걸고 심의과정에 어떤 의도나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법령심의위의 결론은 법문해석, 문리해석에 충실한 것"이라며 "관련법에는 분명히 열람과 사본제작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사본제작은 열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정감사#대통령 기록물 불법 유출 의혹 사건#이춘석#이석연#법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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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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