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 밀물에 올라탄 적의 함대는 빠르고 가벼웠다. 적은 원양을 건너가는 어족의 무리처럼 물의 은총을 받고 있었다. 적은 십렬 종대의 이동 대열로 다가왔다. 적은 벽파진 앞 바다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명량으로 접근했다. 선단마다 빨간 기, 노란 기, 흰 기, 검은 기가 펄럭거렸다." <소설 '칼의 노래' 중에서>1597년 음력 9월 16일 아침이 그랬을까. 서양에 영화 '300'의 신화가 있다면, 우리 역사에는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명량대첩이 있다. 명량해전이 벌어졌던 시기에 맞춰 열리는 '명량대첩 축제'가 올해도 9일부터 3일 동안 울돌목과 진도대교 일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13대 133' 해전 재현... 영화 '해운대' 스턴트맨도 참여이번 축제에서 역시 관심을 모으는 것은 육상과 바다에서 이원으로 진행되는 명량대첩 재현 행사. 10일 오후 4시 벽파진에서 봉화가 피어오르는 것을 신호탄으로 '일본선 90여 척과 조선 수군 13척'이 울돌목 바다 거센 물살을 타고 '13대 133'의 해전을 재현하게 된다.
또한 영화 '해운대' 스턴트맨들이 배 위에서 전투신을 펼치고, 영화 '신기전' 특수효과팀도 배가 불타는 장면이나 화살이 쏟아지는 장면 연출을 맡아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올해도 해남·진도 주민들이 직접 100여 척의 어선을 몰고 '해전'에 참여한다.
전라남도는 "명량해전 당시 인접 해안 주민들이 많은 어선을 몰고 전투에 참여했고, 해남 옥매산, 진도 만금산에서 강강술래를 통해 군세를 과시하는 등 함께 승리를 이끌어냈던 역사적 사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 위기를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약무호남 입성식·초요기를 올려라·강강술래 대회, 위령 씻김굿·만가행진 평화노제 등 조상들의 넋을 기리는 시간도 마련한다. 약무호남은 충무공이 명량대첩을 벌이고 호남 지역이 전쟁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지역임을 강조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를 이르는 말이다.
진도대교 위에서 흩날릴 국화꽃 1천 송이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도 다양하게 펼쳐진다. 재현 행사 직후에 열리는 대규모 헌화행사가 대표적인 예다. 명량해전에 참여한 한·중·일 희생자들의 넋을 상여 3기에 안치하고, 진도대교 위에서 국화꽃 1000송이를 울돌목 바다에 띄우는 장관을 연출할 예정이다.
9일 오후 '한산대첩 어린이 군점'도 '화합'을 상징하는 차원에서 진행된다. 한산대첩의 고장 통영 어린이들이 '명량대첩 축제'에 우정 출연하는 것으로, 군점은 조선시대 수군 사열행사를 뜻한다. 전라남도는 "역사와 국경을 넘은 화합 뿐 아니라, 동서 화합을 다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축제 대미는 대규모 만장행렬이 장식할 예정이다. 11일 오후 4시 진도대교에서 상여 5기와 500여 장의 만장 행렬이 펼쳐지며, 상여꾼만 700여 명이 동원될 예정이다. 전라남도는 관광객들도 만장을 들고 따라갈 수 있도록 기존 만장을 제외하고도 500여 개의 만장을 추가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김훈 작가와 함께 하는 역사 교실 및 팬 사인회, 야간 진도대교 오색 풍등 날리기, 열기구에서 진도대교 아름다운 풍광 감상하기, 신호연 날리기, 로봇 바이크 타기, 조랑말 타기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축제 홈페이지(
http://www.mrdc.kr)를 참고하면 된다.
"한산대첩 축제와 상호교류,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고성혁 전라남도 관광정책과장은 "명량대첩 때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른 호남민의 애국심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수 개발했다"며 "통영시의 한산대첩축제와 영호남 축제 상호교류를 통해 프로그램을 교환하는 등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성혁 과장은 "울돌목 '고뇌하는 이순신 장군상'과 진도 녹진 바다 쪽 해전을 지휘하는 이순신 장군상이 서 있는데, 특히 해질 녘에 금빛 바다 물결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다"며 "많은 분들이 오셔서 우리 역사 안에 깃 든 조상의 숨결을 느끼고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