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영화 포스터와 광고 문구에 컴퓨터 서체가 아닌 손으로 쓴 글씨들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에 대한 지나친 애착 때문에 한동안 외면 당했던 한글, 이 한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시 늘고 있다는 증명이 된 듯 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요즘에 붓글씨를 배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니 붓글씨가 아니라 펜글씨조차 제대로 규격에 맞게 쓸 수 있는 학생들과 일반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과거에는 연필을 쥐고 또박또박 한글자씩 써가며 비뚤어지면 선생님이 바로잡아 주시곤 했지요.
그러나 요즘은 아예 한글은 집에서 아니면 배워주는 곳도 없고, 배우려고 하지도 않는 듯 합니다. 글씨를 예쁘고 바르게 쓴다는 것은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문제는 정성스럽게 한글을 써야 할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쓸 줄 모르는 것이지요.
"성공한 사람들은 악필이다?"또 옛날 어른들이 글씨를 잘 쓰는 어린이를 보면 "글 써서 밥 벌어먹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못할 것" 이라는 이야기를 곧잘 했습니다. 예술적 재능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악필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들이 쓴 휘호나 서예작품들을보면 악플이 아니라 매우 수려한 균형과 절제가 숨어있습니다. 또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되면 악플을 수정하고 바로잡는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어린이들이 한글을 배울 때 그 과학적인 균형감을 배우게되면 어른이 될 때 까지 한글을 사랑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게 필자 생각입니다.
'캘리그라피'로 다시 태어나는 한글
다행히도 요즘은 한글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활용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우선 영화포스터들이 잘 보여줍니다. '누가 썼을까?'싶을 정도로 화려한 한글의 카피에 눈길이 머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글씨를 '캘리그라피'라고 합니다. 캘리그라피란 기계적인 표현이 아닌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있는 글자체로서 영화포스터, 제품 타이포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 글씨체입니다.
부산에서는 이런 캘리그라피를 배우겠다는 지원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서면에 있는 한 강의실에는 평일 저녁마다 수강생들이 열심히 배우는데, 초기에는 줄 긋기, 원 그리기 등 기초적인 것부터 고급반이 되면 자신의 글씨가 새겨진 열쇠고리나 사진, 액자와 책표지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부산캘리그라피협회 홍순두(남·42)대표는 "캘리그라피의 활용도는 갈수록 증가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컴퓨터서체의 딱딱함을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글씨를 쓰고싶어하고, 또 연인이나 가족들에게 직접 쓴 글씨를 표구해서 선물하기도 합니다" 라고 소개합니다.
한글의 위대함은 세계가 증명하고 있지만, 최근 많은 관공서들이 경쟁적으로 영어를 혼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도 곧 가라앉게 될 것이라는 게 홍 대표의 주장입니다. 결국 한국사람이 호감을 느끼는 글씨는 한글이며, 한글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세계적으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캘리그라피, 한글의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이들은 곧 세계 도시들 속에 즐비한 광고 간판에 자신들의 글씨가 걸리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