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학부모회와 평등학부모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일제고사폐지 전국시민모임'(아래 시민모임)은 12일 오전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업성취도 평가는 경쟁만을 부추기고 학교 서열화를 초래한다"며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참교육학부모회 윤숙자 정책위원장은 "전국단위 시험을 앞두고 학교에서는 교육이라 부르기조차 부끄러운 비교육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학교 현장의 교육과정 파행 사례를 폭로했다.
이날 시민모임이 공개한 파행 사례에는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0교시 및 야간 자율학습 사례, 일제고사를 대비한 사설 문제집 구입 및 문제 풀이,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 실시 사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날 시민모임은 8시부터 0교시수업을 실시한 충남 OO초등학교 등 3개교, 점심시간에 보충수업을 한 전남 OO초등학교 등 3개교, 오후 8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한 충북 OO초등학교 등 5개교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번에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밝혔다.
또 충북지역의 초등학교들에서는 여름 방학일정을 축소하여, 방학 중 보충수업을 실시한 사실도 폭로했다.
또 시민모임은 "일선 학교의 점수 올리기 경쟁을 감독해야 할 각 시도교육청이 오히려 앞장서서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민모임이 공개한 충청남도 김종성 교육감이 지난 9월 15일자로 관내 각급 학교에 내려 보낸 공문에는 "마지막 질주가 승부를 결정합니다. 이제 얼마 남은 동안 학업 성취도 평가 대비 마무리에 진력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 충청남도 천안 교육청이 작성한 '2009 기초학습 부진학생 구제비 지원 계획 알림'이란 제목의 공문에도 "9억 8천만원의 지원예산으로, 9~10월 중 학습부진학생 집중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과 "성취도 평가 전까지 예산 집행을 완료"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시민모임의 지적대로 각 지역 교육청이 나서서 사실상 일선학교에 일제고사를 독려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또 시민모임은 "교육청의 지시를 받은 각 학교에서 일제고사 대비 일일 보고를 하는가 하면, 장학사들이 수시로 학교를 방문하여 일제고사 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모임은 "부진아를 판별하여 지원하겠다는 일제고사가 오히려 부진아를 두 번 울리고 있다"며 "성적공개로 인한 학교 서열화는 학교가 부진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꺼리게 하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등학부모회 김태균 대표는 "성적공개와 학습 부진아 문제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며 "정부는 성적 공개가 학부모의 알 권리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비교육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알 권리는 학부모도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13~14일 양일간 전국에서 치러지는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시험 당일 체험학습을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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