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의 길이냐, 갈등의 길이냐.
치열하게 대립각을 세워온 YTN 노사가 배석규 신임 사장의 취임으로 화해와 갈등 양 갈래 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 이후 공모절차가 생략된 채 새로운 사장에 선임된 배석규 YTN 새 사장은 12일 취임사를 겸한 회사운영지침을 발표했다.
장문의 취임사는 '노사대화'를 저버리지는 않겠다는 배 사장의 의지를 담아 놓기는 했으나, 노동조합의 '강경대응'에 대해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극단으로 치닫는 노사갈등에 화해의 물꼬가 터질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배석규 사장은 현재 법으로 허용된 노동조합 활동마저도 사규를 들어 금지하는 터라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그의 회사운영지침이 사실상 전쟁선포로 들릴 수 있다. 기존 노동조합을 제압해 평화를 찾겠다는 논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배석규 사장은 이날 노조의 강경대응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해 되풀이했다. 일부 노조 강경세력이 회사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 사장은 "해고자 중심의 노조집행부가 주도하는 집회가 열려 나를 공격하고 회사의 새로운 경영 체제의 출범을 규탄하고 있다"며 "일부 노조 강경세력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YTN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법과 사규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숱하게 난무하는 언어폭력과 외부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어떤 공격도 나를 흔들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천명했다.
또한 배 사장은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현안인 노사문제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생각"이라며 "노조를 결코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깊은 상처로 얼룩진 노사관계는 모두의 아픔이고 불행"이라며 "우선 노조가 경영의 주체가 되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라"고 촉구했다.
노조가 회사의 발전과 조직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다면 상생의 매듭이 풀릴 수 있다고 나선 배 사장은 "회사도 노조와 충분히 유연성을 갖고 함께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YTN 노조 "인사전횡, 징계, 해직자 배제 방침으로는 해결 안 돼"배 사장은 "뉴스전문채널인 YTN은 현재 뉴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며 "뉴스보도의 게이트키핑에서 간부들은 간부들대로, 사원들은 사원들대로 책임 있는 업무자세를 가져주고 이 과정에서 신상필벌은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책임회피나 무사안일, 집단의 위세에 기대는 기회주의적 행동은 경계해야 할 적폐라고 강조했다.
이어 배 사장은 "조직의 안정화를 위해 기강 확립에 나서겠다"며 "그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의 기틀을 다져가는 기본도 회사의 질서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바탕 위에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질곡과 대립, 갈등의 상황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며 "과거에 대한 잣대로 어떤 불이익이나 손해가 가도록 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앞으로 회사의 이익과 생존을 침해하는 경우는 그 당사자가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서로 화합하고 희망이 충만한 미래를 디자인하면서 힘을 모아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배 사장의 회사운영 지침과 관련, YTN 노동조합은 "공모도 거치지 않은 기습적인 사장 선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YTN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배석규씨가 오늘 장문의 취임사를 내놓았다"며 "불행하게도 노조는 배석규씨가 노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한 또 노조가 일부 강경세력에 의해 휘둘린다고 인식하는 한 아무 것도 풀릴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YTN 노조는 "배석규씨가 강조한 조직의 기강도 인사전횡과 징계로는 확립될 수 없다"며 "사측이 그동안 견지해온 '해직자 배제' 방침이 바뀌길 기다리며 '노사 대화의 물꼬'를 스스로 틔우길 촉구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