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국정부의 대북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 정세판단의 오류와 그에 바탕을 둔 비현실적인 정책구사가 계속되고 있다.
현 정부는 클린턴-김정일 회담 전까지만 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 정세의 심각한 불안정 상태 초래가 임박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들이 주도하는 대북정책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그릇된 정세판단은 클린턴 방북 이후 설득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북한 제재의 효과를 과대하게 주장하며 북핵포기 이끌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도 미온적이었다. 정부는 마치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것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1874호의 이행결과라는 논리를 폈으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북한은 1874호가 가동논의가 한창이었던 지난 7월 이미 대외전략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화노선 전환이 유엔제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계획된 프로그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순기능적 역할이 상실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북핵 폐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건설적 대안들을 내놓았으며 핵 포기를 위한 북한 설득을 통해 6자회담의 진전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현재 한국정부는 유엔의 대북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북핵 포기를 위한 적극적 대안 제시보다 선핵포기론의 입장에서 제재론을 고수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정부는 정세 타개가 아니라 정세 추수적인 수동적인 자세로 6자회담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비현실적 아이디어가 대통령의 언어로 정책대안으로 제시됨으로써 혼란을 자초하고, 그 홍보를 위해 외교력을 소진시키고 있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열자는 제안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기각되었으며, 그 뒤 5자 협의라는 낮은 격의 느슨한 형태로 변형을 시도하여 저가(低價) 공세를 취하고 있으나, 여전히 그 반응은 싸늘하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마치 새로운 제안인 것처럼 내놓은 그랜드 바겐 역시 공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그랜드 바겐을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북한에게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이라고 설명한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일괄타결론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원래 북핵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북한의 핵포기와 체제안정, 그리고 경제보상 등을 포괄적으로 맞바꾸어야 한다는 일괄타결론은 김대중 정부 이래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의 정책기조였으며, 6자회담에서 타결된 9․19 공동성명은 바로 이 포괄적 일괄타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오바마 정부가 구상하는 포괄적 접근 구상 역시 일괄 타결론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는 왜 그랜드 바겐이라는 새로운 상표를 붙였나?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그랜드 바겐은 단계별 처방과 보상이 되풀이되는 북핵 협상 관행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루어졌다"며 "북핵 문제를 북한 문제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는 근본적이며 포괄적인 일괄타결을 의미하며 북핵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이라고 한다.
이 말에 따르면 그랜드 바겐은 기존의 접근법과는 일괄타결 자체가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실행에서 특별한 비방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무엇인가 단계나 절차를 거칠 필요없이 북핵 폐기가 실현되는 "원샷 딜"이 있는 것처럼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것은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핵문제처럼 사활적이면서도 복잡한 내용을 지닌 쟁점의 일괄타결은 필연적으로 그 합의를 이행하는 단계나 절차가 따르게 마련이다. 협상 쌍방 간에 신뢰가 전무하고 합의를 현실화시키는 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북핵문제를 일괄타결하고, 또 그 타결사항을 하루아침에 실행에 옮길 길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외교부 대변인도 "일괄타결 방안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필요로 하는 5자의 상응조치를 한번에 (협상)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포괄적 합의를 이루는 방안을 의미한다"하고 "한미 또는 5자간 협의한 포괄적 접근구상, 포괄적 패키지, 패키지 딜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며 그랜드 바겐이 기실 기존의 일괄 타결론에 이름을 다르게 붙인 것으로 설명한다. "다만 '패키지'라는 표현이 북한에 대한 혜택을 강조하는 어감이 있는 반면 '그랜드 바겐'은 서로 주고받는 데 강조점이 있다"(9.24)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그랜드 바겐을 처음 제시할 때는 북핵문제에 대한 전혀 새로운 근원적 처방으로 광고하다가 내외의 비판에 직면하자, 방향을 바꾸어 기존에 논의되어온 포괄적 접근 등과 같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새로운 용어가 필요 없는 것이었으며, 굳이 신조어를 만들고자 했다면 그것이 사실은 방법론상 획기적인 새로운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라 기존 일괄타결의 의미와 정신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함이었다는 정도로 솔직하게 설명했으면 이렇게 논란에 시달리거나 관계국들을 설득하는 데 무리수를 두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5자회담과 마찬가지로 그랜드 바겐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했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무리하게 각국에 세일을 하려 한다. 이미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정부의 해명을 받아들여 자신의 포괄적 접근과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문제의 봉합에 나섰다. 결국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무분별하게 주장하고, 그것이 내외의 반발에 부딪치면 원래의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변형시켜 가며 그 주장을 계속 밀어붙이며 관계국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관들은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불필요한 외교적 손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 이미 수차례 지적된 것처럼 현정부는 과거정부 정책이나 합의의 계승을 사실상 부정함으로써 남북관계에서 "대로(大路)를 놔두고 소로(小路)찾기에 열중"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현 정부는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지지 결의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계승에 대해 침묵하고 있으며, 이미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3935가족 2만 명이 상봉한 이산가족 상봉을 정권출범 1년 8개월만에 재개하면서 행사 명칭에 연속된 차수(次數)를 붙이는 것도 거부했다. 또한 황강댐 참사도 이미 참여정부 시절 임남댐(금강산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무단 방류 등에 대한 대응으로 만들어진 정부의 "위기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이어받아 이를 원용해서 대응체계를 수립하고 시행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계승문제는 1년 6개월 이상 남북관계 경색의 중요 요소로 자리잡은 상태에서 지루한 공방(이는 정부가 '계승'에 침묵함으로써 남북관계에서 치른 불필요한 비용이다)을 치르며 쌓인 피로감 때문에 남북 당국 간의 낮은 단계의 대화에서는 시비(是非)거리에서 제외 되고 있지만, 향후 고위급 회담을 열 경우에는 중요 쟁점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그 때에도 정부가 그 계승에 대해 침묵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설령 침묵할 수 있더라도 그 대가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르는 것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과거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려면 그것의 공과를 정확히 살피는 일부터 해야 한다.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대북포용정책은 북한으로 하여금 회담 석상에서 '주한미군철수' 주장을 철회토록 했으며 북한이 오랫동안 고집했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서 한국 배제' 주장도 꺾었다.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육로관광, 개성공단 건설, 서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체계 수립, 남북 철도․도로 연결, '10․4선언에서 남측의 평화번영정책에서 비롯된 '평화번영' 공동선언 제목으로 수용'(〈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국제협상에서의 남북협의 실현(6자회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후보 지지) 등 지금 남북관계를 더 악화되지 않도록 지탱하고 있는 남북 간의 협력사업이나 합의들은 모두 지난 10년 동안 남한당국이 북한을 설득하여 실현시킨 것들이다.
- 한국정부는 미행정부보다도 더 소극적인 남북경협관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이 방북하여 김정일 위원장과 한 5개합의 중 실현된 것은 이산가족 상봉뿐이다. 정부가 나머지 남북경협사안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관측이다. 미국의 북한 제재 담당 책임자인 골드버그 제재조정관마저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은 유엔의 대북제제 결의 1874호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고,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유감성 발언까지 이끌어냈으나, 아직까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정부의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3. 한국정부의 당면과제
- 6자회담 재개를 상정한 전략이 필요하다
6자회담의 재개국면으로의 돌입과 북중경제관계의 전반적 활성화 합의라는 한반도 정세의 변화는 한국정부의 의지와 상관 없이 구조적으로 선핵폐기론의 수정을 강요할 것이며,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선순환적 병행발전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변화하는 정세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변화에 능동적 주도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진전의 선순환적 전략체계를 수립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 일환으로 구체적으로 남북관계의 전면적 재개를 도모하며, 이를 통해 얻어진 신뢰를 바탕으로 6자회담에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6자회담의 순항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 특히 북한 비핵화 해법의 장전(章典)인 9.19 공동성명의 구체적이며 실효적 이행을 위한 대안들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마련해 가야 한다.
- 남북관계의 전면적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
지금이 특사파견의 절호 기회라고 본다. 북한은 지난번 김대중 대통령 서거시 조문단을 파견하면서 "특사조문단"의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대정부 접촉을 기정사실화했으며, 특사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까지 면담하였다. 이는 남측에서 북에 특사를 파견하겠다면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전환기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북특사를 파견하여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책을 협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이 대통령 북핵 관련 구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진의를 설명하고 남북대화의 전면적 재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 국익증진과 북한-중국경제관계 확장의 추세를 고려할 때, 조속히 남북경협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
남북경협은 남북 간 긴장완화와 공동번영의 초석일 뿐만 아니라 당장 어려움에 처한 한국 노동집약적 전통산업들의 출로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은 향후 북한 중국경제관계가 더욱 활성화되리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게도 남북경협의 전략적 활성화가 긴요할 때임을 말해준다.
특히 북한의 원래 전략구상에 중국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남북경협을 상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미래에서 남한의 존재가 부차화되지 않고 주도적인 영향요소로 남기 위해서도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도모할 때라고 본다. 따라서 전반적인 남북경협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되, 정부차원에서는 북한의 시장경제로의 안정적 변화와 남북경제의 유기적 관계의 증대를 위해 북한이 2000년 이후 추진하고자 한 발전 전략구상이 성공하도록 유도해나갈 필요가 있다.
- 현 정부는 대북문제에서 더 이상 '과거 정부 탓'하지 말고 과거를 활용하는 상식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과거정부에서 맺어진 남북합의 사항들에 대해서는 그 이행 의지를 밝히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온 과거정부의 정책들은 막무가내로 부정하지 말고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남북관계와 북핵문제가 진전되고 그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중대한 성과를 이루어낸다면 그것은 과거정부의 공이 아니라 현 정부의 업적인 것이다.
4. 한국 시민사회의 새로운 역할 : 대안제시와 대화분위기 조성
- 현재 한반도에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재개되고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전히 대화국면으로의 진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거나 소극적으로 대하는 흐름이 도처에 강하게 흐르고 있다. 북한이 진정 핵을 포기할지 여부도 여전히 서방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볼만큼 불확실하다. 따라서 시민사회 인사들로서는 기존의 남북대화통로를 통해서 북한의 핵 포기 설득을 지속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정부와 사회에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우방인 미국과 일본 내 북핵 관련 분위기를 평화애호와 대화촉진의 길로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한국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포기하고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련된 대안을 정부에 제시하고 나아가 국제사회에도 그 대안의 적실성을 설명하는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성격상 정부 설득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하나, 시민사회영역에서는 정부에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선순환적으로 병행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체 사회적으로 이 병행발전론이 왜 선핵 폐기론보다 우리의 국가이익 증진에 알맞은 정책이라는 데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주지하듯이 우리는 분단 이래 지속되어온 남북의 적대적 대결과 이로 인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라는 전통적이며 본질적인 안보위협 속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이 위협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핵 개발이라는 계기적 위협을 맞았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직면한 안보위협은 중층적인 것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위협들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위협의 우선해결이 아니라 두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병행적 노력을 해야 하며, 이 노력들이 서로 순기능적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 혹자는 선핵 폐기론을 주장하나,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어도 남북 간 대결구조는 여전히 존재하며, 남북대화가 부진하면 자칫 북핵 해결과정에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거나 불신이 심화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특히 남북간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 없이 북핵문제에 올인하는 경우 자칫 북핵문제에서 발생하는 긴장요소들이 남북 간에 추가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으며, 1994년의 경우처럼 북 핵 타결 시 해빙 무드 속에서 남북관계 악화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사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 추진하는 것은 경제적 실리를 증대하고 우리나라가 6자 회담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 병행정책은 군사적 긴장완화가 필수조건인 "한반도 리스크"의 감소를 용이하게 하고 개성공단 진출 등을 통해 한국 노동집약적 산업에게 기회의 창을 열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예처럼 남한정부가 북한 설득을 통해 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나아가 북핵문제만이 아니라 북한체제의 위기가 중첩되어 있는 한반도 정세에서 북한변화와 통일시대를 주도적으로 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 한편 미국 조야에 대한 시민사회수준에서의 대화와 설득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지도자들은 포용정책의 기조 아래 북핵문제를 푼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나, 워싱턴의 전문가와 실무책임자급 관료들 중에는 회의론적 시각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매우 많은 상황이다. 그동안 이들은 북미대화가 이루어지더라도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거나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미국만 이용당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지체하며 적지 않은 시간들을 소모적으로 흘려보내는 데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들은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과의 갈등 과정에서 공공연히 핵보유 실험 등을 선언 해가면서 이루어진 '비정상적 상황'이 북한의 핵 욕망 못지않게 미국(부시행정부)이 범한 시행착오에 기인한다는 점을 균형 있게 보지 않는다. 따라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찾기에서도 일방적인 '북한변화'만을 요구한다.
현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대화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한국 시민사회진영에게는 북한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와 포용정책의 논리에 기초해서 이들과 대화하고 또 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제기되어 있다. 즉, 시민사회 영역에서라도 가급적 미국 조야와 대화통로를 넓히고 긴밀한 대화를 통해서 오바마 행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북미대화에 나서고 과감하게 북핵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정부에 대해서도 이제는 과감하게 북한과 접촉하여 북한을 설득하고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결단과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 지난 9월 백낙청 교수 등 한국 시민사회의 대표적 인사들의 방미가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편 시민사회영역은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문제를 두고 일본의 시민사회 및 정치권과도 활발한 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현재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지만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전체 사회적으로 여전히 강경한 분위기가 주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이러한 분위기는 자민당 시절 일본이 납치문제 미해결을 이유로 북핵 불능화의 대가(代價)로 북한에 중유 20만 톤을 제공하기로 한 약속을 불이행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합리적인 북핵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시민사회영역에서 일본의 각계각층 인사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시민사회 영역에서 정부와 우리사회에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병행론을 확산시키고 미국과 일본의 조야와의 다양한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관련 지식과 전략적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와 활동가, 여론 주도 인사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자기역할을 다하는 전략적 협력체계를 구성하는 것도 긴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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