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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M에 자리를 뺏길 골목길 터줏대감 구멍가게 30여년을 수색동 골목길을 지켜온 '낙원수퍼' 수색지구 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겠지요.
SSM에 자리를 뺏길 골목길 터줏대감 구멍가게30여년을 수색동 골목길을 지켜온 '낙원수퍼' 수색지구 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겠지요. ⓒ 김시열

휘청휘청 걷던 내 발길을 안아주던 이 길이, 말을 잊었습니다.
 

감나무 그늘에 잠시 쉬어가는 자동차 속도를 탐닉하는 자동차도 골목길에 들어서면 얌전해지지요. 낮에는 아이들이 놀고, 밤이면 자동차가 쉬던 이 길에 무엇이 들어설까요?
감나무 그늘에 잠시 쉬어가는 자동차속도를 탐닉하는 자동차도 골목길에 들어서면 얌전해지지요. 낮에는 아이들이 놀고, 밤이면 자동차가 쉬던 이 길에 무엇이 들어설까요? ⓒ 김시열

 씽긋생긋 웃고 지즐재즐 수다떨며 집 앞 동네마당까지 
꼬박꼬박 나를 데려주던 골목이, 오늘은 입을 다물고맙니다. 

쉴 때를 아는 골목길 해가 내려앉으면 쉴 줄 아는 골목길입니다. 골목길이 어두운 것은 전기로 낮을 밤삼아 거꾸로 사는 사람들에게 일깨움을 주기 위함이 아닐는지요?
쉴 때를 아는 골목길해가 내려앉으면 쉴 줄 아는 골목길입니다. 골목길이 어두운 것은 전기로 낮을 밤삼아 거꾸로 사는 사람들에게 일깨움을 주기 위함이 아닐는지요? ⓒ 김시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도 알고 있어. 얼마남지 않은 것을..." 길이 희미하게 답합니다.

"......."

하루가 온통 대낮인 아파트 단지가 들어차면,
내 골목길로 조붓조붓 내려오던 서울의 어둠은 다 어디로 가는걸까요.

생명을 보듬는 길 골목길은 외길이 아니랍니다. 요모조모 살피고, 이것저것 보듬으며 함께 가는 길이지요.
생명을 보듬는 길골목길은 외길이 아니랍니다. 요모조모 살피고, 이것저것 보듬으며 함께 가는 길이지요. ⓒ 김시열

깻잎과 방울토마토, 빼족한 잎사귀만 남은 고추도
말을 잃고 꼿꼿이 앞만 바라봅니다.

골목길 끝에는... 골목길은 산으로 이어집니다. 새벽이면 산의 정기가 스멀스멀 내려오던 골목길 출근길이 그리울 날이 오겠지요.
골목길 끝에는...골목길은 산으로 이어집니다. 새벽이면 산의 정기가 스멀스멀 내려오던 골목길 출근길이 그리울 날이 오겠지요. ⓒ 김시열

골목길은 산으로 줄달음질 칠 듯 이어져있습니다.

우리네 발길이 멈추지 않는 한 먼저 떠날 리 없건만
자꾸만 산으로, 산으로 눈길을 주는
길이 왠지 낯설어보입니다.

낙서는 전설로 남고 벽돌담에 "바보똥개"를 휘갈기며 골목길을 누비던 아이들은 돈을 내야만 갈 수 있는 유치원이나 놀이동산에 갇히고 말겠지요.
낙서는 전설로 남고벽돌담에 "바보똥개"를 휘갈기며 골목길을 누비던 아이들은 돈을 내야만 갈 수 있는 유치원이나 놀이동산에 갇히고 말겠지요. ⓒ 김시열

처마와 처마, 나무와 나무가 맞닿은 골목길.
자동차의 빠른 질주와 굉음같은 '경쟁'과 '속도'를 막아서던 저 길마저
가고 나면,

약삭 빠르고 힘있게 달려가지 못하고 가다서다 어정쩡하게 걸어가는
저 아이들과 노인들, 그렇고 그런 우리네 이웃까지
영영 떠나고 말 것 같은데...

어쩌나.
                                


#골목길#수색동 재개발#속도를 막아주는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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