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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에서는 뜨거운 논란 속에 이명박정부가 추진중인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는 연속기획을 마련합니다. 정부 계획의 전반을 살피는 총론에 이어 낙동강, 영산강, 금강, 남한강에 대해 4명의 전문가가 세부계획의 적절성과 함께 우리 사회와 자연환경에 미칠 영향을 집중 점검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9월 21일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이 주최한 법조인 초청간담회에서 이상돈 교수(중앙대, 환경법)는 4대강사업이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정책기본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하천법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점은 명백한 위법임을 지적했다. 그러자 10월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해양부 당국자는 4대강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을 수정하지 않은 것이 잘못임을 인정하고, 이를 내년 봄까지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말은 종전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하천법에 규정된 수자원 장기종합계획 수정안을 중앙하천관리위원회 본회의가 처음으로 다루게 되었다. 그러자 정부로서는 두가지 장애가 생겼다. 첫째, 중앙하천관리위원회 본회의 심의통과 여부다. 둘째, 착공시기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 자신이 하천법 위반을 인정한 상태에서 이달 혹은 올해 내로 하천공사시행계획을 고시하고 하천점용허가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일 강행한다면, 행정처분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이 승소할 확률은 100%에 가깝다.       

위법적 추진과 아찔한 부실

즉 4대강사업은 원래 계획대로 추진되기보다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혹시라도 착공시기가 내년 봄으로 연기된다면 대통령 임기내 사업완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임기내 가시적 성과를 원한다면 사업내용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렇다. 희망적으로 본다면 4대강사업은 이제 '변경'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원래부터 부실이었다. 지난 4월 27일 중간발표에 따르면 4대강사업 예산이 13.9조원으로 책정되어 있었는데, 6월 8일 최종발표에서는 22.2조원의 국책사업이 되었다. 무려 8.3조원(60%)이 증가한 것이다. 한달 남짓한 추가계획기간에 이렇듯 예산이 증가한 점은 사업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 진행과정을 보면 위태로움과 아찔함을 느낀다. 만약 실패한다면 끔찍한 환경파괴가 필연적일 것이고 복구에 들어갈 그 몇배의 비용은 고스란히 지금 세대와 후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4대강사업에 드리운 대운하의 그림자

대통령이 작년 운하포기를 천명한 후, 6개월이란 단기간에 밀실에서 급조된 4대강계획서가 이같이 변신을 거듭하여 '22조원'의 이름으로 국민 앞에 등장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지난 9월초 MBC <PD수첩> '착공 한달 전! 기로에 선 4대강'에서 원로 토목학자들이 좌담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학자들이 "운하를 한다고 솔직히 말하고 보를 세우고 준설을 하겠다고 해야지, 그렇지 않고는 계산이 안된다"고 했다. 댐이나 다름없는 높이 12미터의 보를 주렁주렁 세우고, 평균 2미터에 못 미치는 수심을 6미터 이상으로 파헤치고자 하는 목적은 '운하'를 빼고는 달리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대통령은 운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라디오 담화의 첫머리에서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제 믿음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고 했다. 운하 포기라는 언론보도는 문맥상으로 유추한 결과다. 오히려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청계천을 복원했다'는 강력한 성공의 환상이 아직도 그를 사로잡고 있다고 할 만하다. 운하 (혹은 'MB식 4대강 정비')를 기필코 성공시켜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그의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의 '청계천 성공' 발언에는 두가지 착각이 따른다. 하나는 반대측이 청계천 상인들을 포함한 소수였다는 점이다. 당시 여론은 환경단체들을 포함하여 80% 이상이 찬성하고 있었다. 지금 4대강은 그 반대다. 또 하나는 청계천은 인공을 자연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이었고, 4대강은 그 점에서도 거꾸로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본의 하천전문가 이시까와 교수(토오꾜오대, 도시공학)는 "같은 사람이 추진하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합리적 해법 가로막는 성과주의적 발상

여하간 대통령의 뜻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사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 법도 법이지만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적극적인 홍보'가 아니라 '알기 쉬운 설명'이 필수적인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간단한 속담들에 담긴 이치조차 소화를 못하는 사업내용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 게다가 수조원이나 되는 돈의 용처나 조달을 조령모개식으로 바꾸는 일이 자주 일어나다보니 불신만 만연하게 되었다.

이미 전문가들은 퇴로를 열어주었다. 이를테면 박창근 교수(관동대, 토목공학)는 3단계 속도조절론을 내놓았다. 과학적 근거가 있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사업은 1단계로 시행하고, 과학적으로 인정되었지만 지역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업은 2단계로 시행하며, 아직 과학적으로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업은 3단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임기내에 완성할 욕심만 버린다면 실체가 '운하'라 한들 절차를 통해 합리성을 평가하고, 절차를 통해 그 시행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을 수도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은 '임기내'라는 세 글자가 원흉이다.

지난 2년은 이 나라의 양심적 지적 역량이 이 횡포를 막는 데 소모되었다. 운하와 4대강사업이 없었다면 좀더 미래지향적인 일에 역량과 지혜를 모았을 것이다. 앞으로 사업이 '변경'되어 소기의 목적이 달성된다 하더라도 이 2년은 크고 아프다.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지금껏 나라의 배를 저어가던 보이지 않은 가속도까지 잃어버렸으니 말이다.

우리가 잃은 것과 얻은 것

돌이켜보면 손실만은 아니다. 새로이 알아차린 게 많다. 무엇보다 우리 안에 '死대강스러움'이 자리잡고 있던 점이다. 이런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선출했다는 것은 무얼 뜻할까? 자연파괴를 스스럼없이 자행해도 좋다는 가치관이 정치에 반영되고 그것이 쌓인 결과이지 않은가? 바로 우리 자신으로부터 그 '死대강스러움'을 뽑아낼 일이 남은 것이다.

둘째는 무책임한 정책관료의 행태를 확인한 것이다. 그들이 백성에 대한 공복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사복(私僕)임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사약을 두려워하지 않고 임금님께 상소하던 선조들의 전통과는 거리가 멀다. 관료뿐 아니다. 부화뇌동한 정치인, 지식인들은 죄가 더 무겁다. 역사는 늘 그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워왔다. 4대강사업에 대한 심판도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권력의 불의에 맞서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기개있는 일꾼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이참에 인재등용과 활용의 씨스템도 뜯어고치자. 이 알아차린 것들을 제대로 반추하고 올바른 길을 찾기만 한다면, 지난 2년을 헛되지 않은 셈으로 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원영 /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4대강#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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