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칠레·EFTA(유럽자유무역연합)·싱가포르·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4개국은 노무현 정부 때 협정이 발효되었고, 미국·인도·EU(유럽연합)는 협상이 타결된 상태다. 또 캐나나·GCC(페르시아만안협력회의)·멕시코·페루·호주·뉴질랜드는 협상이 진행중이고, 터키·콜롬비아·일본·중국·MERCOSUR(남미공동시장)·SACU(남아프리카관세동맹)·러시아·이스라엘 등은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FTA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료제출, 비공개 열람-업무보고 등을 거부하고 있어 '지나친 통상비밀주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별 피해영향보고서조차 '비공개'... 정부 "국가손실 야기"
현재 FTA 협상이 진행중인 호주·뉴질랜드·캐나다·멕시코 등 6개권역 11개국의 경우, 협상내용과 관련된 자료제출은 물론이고 비공개 열람이나 비공개 업무보고까지 거부하고 있다.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것이 거부 이유다. 심지어 FTA 협상에 대비하기 위해 국책연구기관 등을 통해 작성한 '산업별 피해영향평가 보고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보낸 국정감사 답변서에서 "외교통상부에서는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관련국가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고, 향후 협상 예정인 FTA의 경우 우리측 FTA 정책·입장·대책수립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비공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기갑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인 17대 국회 때에는 한미FTA, 한미쇠고기협상이 진행될 때마다 양국 정부의 양허안을 비롯한 협상결과를 국회에 비공개 보고, 비공개 열람할 수 있었고, 피해영향평가보고서는 공개했다"며 "그때에 비하면 MB정부의 통상협상 비밀주의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일본·중국·대만·홍콩 등 주변국과 미국의 쇠고기 협상 동향 대외비 문서의 경우 '비공개 열람'은 물론이고 국회에 동향보고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강기갑 의원은 외교통상부에 주변국과 미국의 쇠고기 협상 동향 관련 문서제출 혹은 비공개 열람을 요구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열람을 요청한 문서는 외교기밀에 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에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대한 법률 제4조 제1항 단서규정에 따라 제출(열람)이 어렵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현재 진행중인 외국의 협상 동향의 경우 외교상대국의 동의없이 문건을 공개할 경우 우리 정부의 국제적 신뢰를 손상시키고 외교력을 저하해 궁극적으로 외교상의 중대한 국가이익 또는 국가안위에 중대한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거부배경을 설명했다.
강기갑 "통상비밀주의이자 통상독재"... 계류중 통상절차법 통과시켜야이에 강기갑 의원은 "주변국과 미국의 협상 동향이 어떠한지 국회에 보고하고 왜 주변국들은 우리 정부처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조건을 완화하지 않는지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정보제공조차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정부는 타국의 협상동향이기에 외교마찰 등을 우려해 보고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비공개 열람 또는 비공개 보고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며 "그런데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MB정부는 국민의 건강, 경제, 제도,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게 될 통상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상 내용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의 협의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통상비밀주의, 통상독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상비밀주의'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통상절차법'을 빠른 시일 안에 심의·의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 통상절차법이 통과되면 국민건강이나 안전 등과 직결된 국가간 협상은 반드시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