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와 50년대의 홍콩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나왔다.
홍콩 출생 한인 재니스 리(한국명 이윤경)의 첫 소설인 <피아노 교사>이다. 홍콩을 다룬 소설은 그리 많지 않은데, 한국인 작가가 쓴 홍콩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나오게 되어 기대가 된다.
소설 <피아노 교사>는 홍콩에서 살았던 저자의 경험으로 전쟁, 문화, 인종, 사랑의 도덕적 모호함을 탐구한다. 이 홍콩에서 태어나 자란 작가가 보는 홍콩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40년대에 2차대전을 겪으면서 변화하는 삶과 또한 전후 50년대의 모습은 어떻게 비추고 있을까? 현재 예약 주문을 받고 있으며 22일 출간된다.
홍콩 출생 한인, 2차대전 당시 홍콩에 흥미 느껴 첫 소설 5년간 집필영국의 선데이 타임즈는 재니스 리의 <피아노 교사>를 전후 홍콩의 분위기를 매끄럽게 재현했다고 평했다. 재미 소설가 이창래는 "동양과 서양의 매혹적인 상호작용으로 참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진정으로 뇌쇄적인 소설이다"라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의 저자인 게리 슈테인가르트는 "이만큼 통찰력 있는 소설은 오랜만에 접한다"고 격찬했다. 전쟁, 사랑, 그리고 배신이 정교하게 혼합된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재니스 Y. K. 리는 한인 2세로 홍콩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소설가 이창래의 제자로 소설을 공부했다. 현재 네 아이와 함께 홍콩의 딥 워터 베이에 산다. 1973년 홍콩에서 출생하여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이주하여, 하버드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헌트 대학 대학원에서 재미 소설가 이창래의 학생이 된다. 2007년 10월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통해 <피아노 교사>를 첫 출간하고, 전 세계 23개국 출판사에서 21개 언어로 출판한다.
저자는 2차대전 당시 홍콩에서 일어난 전쟁을 다룬 책을 읽으며 흥미를 느껴 그 시대를 배경으로 썼다고 말한다. 제목은 피아노 교사인 주인공 클레어에서 따온 것으로 제목 정하는 데에 소질이 없어서 그대로 썼다고 한다.
재니스는 뉴욕 시립 도서관과 홍콩 대학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역사책, 역사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며 조사를 하고 당시의 옷, 물가, 자동차 등의 세부사항을 조사하여 5년간에 걸쳐 썼다고 한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라면 사람들도 잘 모를 거라는 생각으로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1940~50년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포르투갈계 중국인, 동과 서과 만나는 진정한 상징소설은 세 남녀가 중심으로 등장한다. 영국 남자 윌과 피아노 교사인 영국 여자 클레어와 사교가인 유라시아인 여자 트루디의 전쟁, 사랑, 배신이다. 동서양이 혼재하고 다양한 인종과 계급이 공존하는 도시인 영국 식민지 홍콩을 무대로 한다.
홍콩은 언제나 동과 서가 만나는 곳이다. 영국 여자 클레어는 1950년대 초에 결혼하여 홍콩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리고 영국 남자 윌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클레어의 여정으로 클레어는 이후 다른 사람이 되어 간다.
두번째 관점은 1940년대에 2차대전이 발발하면서 윌과 트루디의 이야기로 전쟁 당시에 일어난 상황을 보게 된다. 트루디는 중국인 아버지와 포르투갈인 어머니를 두었고, 포르투갈계 중국인으로 동과 서과 만나는 진정한 상징이다.
영국인들은 식민지 홍콩에서 큰 저택에서 화려하게 살았고 트루디와 윌도 그랬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다가 어느날 일본이 홍콩을 점령하게 되고 하루아침에 삶이 바뀌게 된다. 용감하다고 생각되던 사람들이 용감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가장 용감하지 않은 것 같은 사람들이 용감해진다. 사람들이 수용소에 갇히면서 삶은 화려함 대신 너무나 기본적으로 바뀐다.
결국 홍콩은 클레어를 변화시킨다. 클레어는 시장의 북적이는 소리와 냄새를 경험하며 영국스럽기보다는 홍콩스럽게 변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클레어와 홍콩의 관계에는 변화하는 힘이 있다.
작가는 홍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홍콩에는 아름다운 바다와 언덕과 푸르름이 있지요. 대체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이러한 점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홍콩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이러한 조용한 홍콩의 면모가 제가 생각하는 어릴적 홍콩입니다. 사람들은 홍콩에 와서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이 되지요. 그것이 바로 여러 시대에 걸쳐 여기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재니스 리는 어릴적 꿈은 무조건 작가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잡지사로 들어갔다고 한다. "홍콩은 내 집으로 다국적인 대도시의 경험을 하며 성장했다. 보스턴에서 하버드를 4년간 다녔고 흥미로운 동료와 훌륭한 선생들에 둘러싸여 지냈다. 뉴욕에서 첫 직장을 잡고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았으며, 뉴욕의 에너지와 친구들이 그립다"고 한다.
3남 1녀를 키우며 사는 엄마로써 글쓰는 일은 어떠할까?
아이를 키우며 언제 영감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이므로 짬만 나면 써야 했다고 얘기한다.헌터 칼리지 문예창작 석사과정에서 이창래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올해 초 잡지 <엘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달에 5페이지 정도를 썼다. 남들에 비해 아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쓰는 편이다. 한 번 쓸 때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해 쓰기 때문에 퇴고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머리 식히기또한 "글을 쓰다 보면, 에너지가 너무 집중돼서 그런지 뜨거운 느낌이 확 몰려온다. 그래서 약 10분간 글을 쓰고 메일도 체크하고 애들 학교 스케줄도 체크하면서 머리를 식혀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아이디어나 문장들이 생각나고 그걸 가지고 다시 10분간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인터뷰에서 그는
"소설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고 통과하는 그 기분이 너무나 좋다. 내가 책을 쓴 이유도 바로 그거다. 사람들이 내 소설을 통해 그런 기분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라고 말한다.
"미국판 <엘르>에서 책 서평을 쓰는 일이 나의 주 업무였다.
한 달에 오십여 권의 책을 읽고 10권의 서평을 썼다. 독서가 직업이라니 독서광인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었다."
"여러 책을 동시에 읽어나가는 버릇이 있다. 이 책 조금, 저 책 조금 읽으면서 대여섯 권의 책들을 동시에 끝내는 편이다."
한국에 오면 "무작정 한국의 골목 골목을 걸어다녀보고 싶다. 한국은 꼬불꼬불한 길들이 참 예쁜 것 같다"고 한다.
"꿈을 꾸는 일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그러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은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꿈을 성취하려면, 그것을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여길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소설을 쓰면서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픽션 부문 우수 작품이 되었고, 2009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1위에 올랐다. 재니스 리는 자신의 첫 소설로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올해 1월에 미국 대도시를 순회하며 소설 낭독회를 가진 바 있다.
김안나의 번역으로 한국 출간번역은 김안나가 맡았고, <영시로 읽는 영문법>, <서양음식에 관한 사소한 비밀> 등의 저서와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등의 역서가 있다. 영국 런던 시티 대학에서 평론 석사 학위를 받았고 영문 시사저널 기자, 음반 기획사 해외 담당 매니저, 영어 강사,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출판 기획자 등의 다양한 이력을 지녔다.
출판사인 문학동네는 인터넷 서점 Yes24.com과 함께 29일 목요일 저녁에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