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장춘몽 : 일장춘몽에 불과하고.. 그때 미술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일장춘몽에 불과하고, 자신조차도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느낄 거야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빈센트 반 고흐/박홍규 옮김, 아트북스,2009) 568쪽'미술(美術)'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그림'이나 '그림밭'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에 불과(不過)하고'는 '-에 지나지 않고'나 '-일 뿐이고'로 다듬고, '자신(自身)조차도'는 '스스로조차도'나 '나조차도'로 다듬으며, "느낄 거야"는 "느껴"나 "느끼지"나 "느끼고 말아"로 다듬어 줍니다. "모든 것이"는 "모두"나 "모두 다"로 손질해 봅니다.
┌ 일장춘몽(一場春夢) │ (1) 한바탕의 봄꿈이라는 뜻으로,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 인생이 일장춘몽이라 / 참말로 세월이 일장춘몽이다 │ (2) [음악] = 탐경가 │ ├ 모든 것이 일장춘몽에 │→ 모두 다 한낱 꿈에 │→ 모두 다 한바탕 봄꿈에 └ …"한바탕 봄꿈"을 가리킨다는 한문 '일장춘몽'입니다. "덧없는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니, 이모저모 살펴본다면 "한낱 꿈"이요, "부질없는 일"이요, "쓸모없는 생각" 들을 가리키는 자리에 익히 쓰였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이와 같은 한문이 우리 삶에 스며들어 쓰이기 앞서에는 어떠했을까 궁금합니다. 그때 우리들은 어떤 말마디로 우리 느낌과 생각을 담아냈을까요? 우리한테는 오로지 '일장춘몽'이라는 한문이 있어야 우리 마음과 뜻을 담아낼 수 있는지요? 우리한테는 우리 넋과 얼을 실어 낼 알맞는 낱말이 없는지요?
┌ 모두 덧없는 일일 뿐이고 ├ 모두 부질없는 일일 뿐이고 ├ 모두 뜻없는 일일 뿐이고 └ …나날이 사람들 말씀씀이가 팍팍하고 메말라 간다고 느낍니다. 하루하루 사람들 글씀씀이가 딱딱하고 거칠어진다고 느낍니다. 좀더 느긋하면서 싱그러워지는 모습을 찾기 어렵고, 한결 너그러우면서 해맑은 매무새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지식은 넘치지만 슬기로움은 보이지 않습니다. 번뜩이는 재주는 넘실대지만 손맛이나 손길이나 손품이나 손때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웃음과 눈물을 찾아볼 수는 있어도 사랑과 믿음까지는 아닙니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학문이든 교육이든 사회든 철학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내 삶과 이웃 삶을 고루 껴안으면서 길을 밝히는 말이 드뭅니다. 내 마음밭과 이웃 마음밭을 두루 일구면서 길을 다지는 글이 드뭅니다.
한동안 반짝이다가 그치는 꿈처럼, 얼마쯤 나부끼다가 잦아드는 깃발처럼, 그예 가볍기만 합니다. 홀가분함이 아닌 가벼움이고, 열려 있음이 아닌 텅 비어 있음입니다.
┌ 인생이 일장춘몽이라 → 삶이 한바탕 꿈이라 / 삶이 덧없을 뿐이라 └ 세월이 일장춘몽이다 → 세월이 한낱 꿈이다 / 세월이 부질없다말에 앞서 생각입니다. 생각에 앞서 삶입니다. 말마디가 허술하거나 어수선하거나 뒤죽박죽이라 한다면, 생각부터 허술하거나 어수선하거나 뒤죽박죽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삶 또한 허술하거나 어수선하거나 뒤죽박죽이라는 소리입니다. 말을 가누자면 생각부터 가누고, 삶을 먼저 가누어야 합니다. 말을 밝히자면 마땅히 생각부터 밝히고, 이러는 가운데 삶을 알차게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렇게 바라는 일이 몹시 덧없는 듯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너그러움을 찾으면서 말과 생각과 삶이 너그러워지기를 바라는 일은 부질없는 꿈만 같습니다. 사람들 누구나 사랑과 믿음을 어여삐 아로새기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말과 생각과 삶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일은 섣부른 꿈이 아닌가 싶습니다.
될 성 부른 나무가 아닌, 될 턱 없는 꿈이라고 느낍니다. 될까 말까조차 아닌 될 낌새가 없는 꿈이라고 느낍니다.
┌ 벚꽃나무 아래서 일장춘몽에 빠져 보니 │→ 벚꽃나무 아래서 봄꿈에 빠져 보니 / 벚꽃나무 아래서 단꿈에 빠져 보니 ├ 일장춘몽의 결과가 나타나게 │→ 한바탕 꿈 같은 끝을 보게 / 덧없는 끝모습을 보게 ├ 작은 마을을 휩쓸고 간 일장춘몽 │→ 작은 마을을 휩쓸고 간 덧없는 꿈 / 작은 마을을 휩쓸고 간 부질없는 꿈 ├ 덧없는 일장춘몽을 즐기고 → 덧없는 꿈을 즐기고 └ 아직 일장춘몽일 따름인가 → 아직 꿈 같은 소리일 따름인가한문 '일장춘몽'이 "덧없는 꿈"을 뜻하지만, 신문잡지 기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덧없는 일장춘몽'과 같은 말마디를 뇌까립니다. 이렇게 뇌까린 겹말을 겹말인 줄 깨닫는 사람은 몇 없습니다. 흐르는 대로 쓰고, 그냥 쓰며, 생각을 안 하는 채 씁니다. 이냥저냥 쓰고, 대충 쓰며, 마음을 쏟지 않는 가운데 씁니다.
문득, 이런 말마디 하나 붙잡고 가다듬어 보려고 하는 제 모습이 딱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부질없는 말마디를 붙잡고 부질없는 생각만 쏟아붓고 있지는 않느냐 싶고, 애먼 땀방울만 쏟으면서 부질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셈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있는 삶이 아닌 생각없는 삶이 되겠다 하는 이 나라 사람들 앞에서, 꿈있는 삶이 아닌 꿈없는 삶에서 돈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 이 나라 가녀린 목숨들 앞에서, 괜한 일거리에 제 기운이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느냐 싶습니다.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이 이웃 한국사람한테 한국사람 넋과 얼을 한국 삶터에 걸맞게 담아내어 한국말로 사랑스럽고 알뜰하게 펼치고 나누도록 하자는 '우리 말 다듬기'란 둘도 없이 덧없는 용두질이라고 새삼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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