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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동호회 친구분이 찍어준 사진인데 이런 오르막길이 남한산성입구까지 계속됩니다.
자전거 동호회 친구분이 찍어준 사진인데 이런 오르막길이 남한산성입구까지 계속됩니다. ⓒ 호미숙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480m)에 있는 남한산성은 1636년 청나라 태종의 침략(병자호란)으로 당시 조선의 임금이던 인조와 신하들이 피난 와 한달 여를 싸우다 항복한 슬픈 역사의 현장입니다. 김훈의 소설 속 배경이기도 한 남한산성에 올라서면 쓰러져가는 왕조의 운명 앞에서,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럽혀질 것인가 고뇌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굳건히 존재하는 남한산성의 가을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방법은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것입니다. 산성입구까지 전망 좋은 산속 드라이브길로 유명한 오르막 찻길이 나있어 그 길을 따라 힘을 내어 달려보는 것이지요.

자전거족들에게는 초보를 벗어나 이제 자전거 좀 탄다 할 때 도전해보고 싶은 인기있는 언덕길(업힐) 코스랍니다. 쉴새없이 계속되는 오르막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체력수준도 알게되고, 자전거 고수들이나 오른다는 힘든 코스를 올랐다는 성취감과 함께 '업힐 라이딩' 성공에 자연발생하는 '꿀벅지'를 바라보며 흐뭇해지기도 합니다.

 이 오르막길에도 버스가 다니는데 갓길이 따로 없어 버스 정류장이 제겐 유일한 휴식공간이었네요.
이 오르막길에도 버스가 다니는데 갓길이 따로 없어 버스 정류장이 제겐 유일한 휴식공간이었네요. ⓒ 김종성

초보 라이더 탈피하러 남한산성 가는 길

수도권 지하철 8호선을 타고 산성역에 내리면 남한산성 가는 길이 보이는데 초입부터 시작되는 오르막길이 앞으로 펼쳐질 고난의 자전거 라이딩을 암시합니다. 봄에는 벚꽃이 요즘 같은 가을에는 단풍이 터널 숲을 이루는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하지만 차량들을 위한 도로로 갓길이 없기 때문에 업힐 코스를 처음 달리는 초보 라이더는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달려야 합니다.

산악용 MTB를 타지 않는 저로서는 이런 산속의 업힐 라이딩이 처음이라 징글징글하게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체력은 곧 바닥을 드러내고 얼마 못가서 지치고 말았습니다. 이 길이 유명한 단풍터널길이라지만 저는 경치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잠시 쉴 곳을 찾던 중 고맙게도 버스 정류장이 나오더군요. 기차역으로 치면 간이역 같은 팻말 하나 달랑 서 있는 버스 정류장이었지만 갓길없는 오르막길에서 만난 고마운 휴게소네요. 자전거에서 내려 물도 마시고 다리도 주무르며 다시 업힐 라이딩을 위한 재충전을 했습니다.

엉금엉금 기어가듯 달렸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주변 나뭇잎들이 단풍색으로 변하는 것이 내가 지금 산길을 올라가고 있는 게 맞구나 싶었습니다.  이 길을 자주 오가는 듯한 자전거족들이 줄지어 내려가면서 반갑게 손을 흔들지만 페달질을 하는 것도 버거운 저는 미처 손을 흔들지도 못했습니다. 인터넷 자전거 동호회 카페에 보면 이런 길을 밤에도 라이딩하는 자전거족들도 있으니 어떤 분야건 고수들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남한산성의 가을숲으로 다 올라오자 길고 긴 오르막길을 올라온 주인과 애마는 낙엽위에 장렬히 쓰러집니다.
남한산성의 가을숲으로 다 올라오자 길고 긴 오르막길을 올라온 주인과 애마는 낙엽위에 장렬히 쓰러집니다. ⓒ 김종성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수고했다며 가을풍취로 가득한 산속의 남한산성이 반겨줍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수고했다며 가을풍취로 가득한 산속의 남한산성이 반겨줍니다. ⓒ 김종성

길고 긴 '업 힐'의 보상은 아름다운 가을숲과 무아지경의 '다운 힐'

드디어 저 위로 가을숲에 둘러싸인 커다란 돌담과 돌담 위로 산행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화문이라고 하는 남한산성의 남문에 도착했는데 입구의 장대 같은 큰 키의 울창한 나무들이 올라오느라 수고했다고 반겨주는 듯 합니다.

다른 자전거족들은 여기에 도착해서도 왼편의 수어장대 가는 길을 향해 다시 페달을 밟아 동문을 지나 성벽을 한 바퀴 돌아오는데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남문 주변에 애마를 묶어놓고 남한산성을 둘러보았습니다. 색색의 빼곡한 나뭇잎들로 가을 정취가 가득한 성벽 길과 성곽 길을 번갈아가며 서너 시간 걸으니 자전거 타고 힘겹게 올라올 때의 피로가 가시는 듯합니다. 

남한산성의 기가 좋은지 작은 고사를 지내는 분들도 계셨고 단풍구경 나온 사람들도 많네요. 남한산은 그리 높지도 웅장하지도 않지만 오래된 산성을 품고 있다보니 울긋불긋한 가을숲이 더욱 운치 있어 보입니다. 남한산의 능선 같은 성곽 길도 멋스럽고 성벽 안의 산책길도 가을 풍경으로 참 아름답습니다. 귀여운 아기손같은 단풍잎들도 참 예쁘고요. 자연이 베푸는 이런 아름다움이 슬픈 사연을 품은 남한산성을 위로하는 듯 따듯하게 느껴집니다.

산의 능선같이 구불구불 뻗어 있는 남한산성길 위로 해가 긴 그림자를 드릴 무렵 다시 자전거 안장에 올라타니 마음이 편합니다. 전철 산성역까지는 신나는 그야말로 무아지경의 내리막길이니까요.  

자신의 애마가 MTB가 아니어도 남한산성에 한 번 도전해보세요. 동네나 여행지의 웬만한 언덕은 쉽게 오를 수 있는 자전거 고수의 실력도 얻게 되고 무엇보다 자전거 선수같이 멋진 꿀벅지가 생긴답니다. 

 산성입구를 지나면 색색의 가을풍경이 펼쳐집니다.
산성입구를 지나면 색색의 가을풍경이 펼쳐집니다. ⓒ 김종성

 남한산성이 품은 슬픈사연을 위로하는듯 성곽과 성벽을 둘러싼 남한산의 가을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남한산성이 품은 슬픈사연을 위로하는듯 성곽과 성벽을 둘러싼 남한산의 가을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 김종성


#남한산성#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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