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 KT노동조합이 민주노총 탈퇴를 가결(95% 찬성)한 가운데, 지난 해 12월 KT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지고 민주노총 탈퇴에 반대해온 조태욱(49)씨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에 발령이 나고, 숙소도 제공받지 못해 부당발령 논란을 빚고 있다.
조태욱씨는 인천(계양)에 근무하다 지난 9월 30일 '경남 마케팅단'으로 발령을 받았고, 그 뒤 10월 6일 사천 삼천포지사로 발령을 받았다. 조씨는 부당발령과 인권탄압이라 주장하며 KT 삼천포지사 앞에서 천막 속소를 설치해 놓고 지내고 있다.
사천진보연합과 조태욱씨는 19일 KT삼천포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사측의 원거리 인사발령은 민주노조운동을 탄압하는 과정에 발생한 지극히 비민주적인 부당발령 행위"라며 "그동안 KT 사측이 자행한 조태욱 노동자를 비롯한 민주노조를 바라는 KT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행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고 밝혔다.
조태욱씨가 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것에 대해, 사천진보연합은 "선거에서 비록 패배하기는 했지만 사측의 방해가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정도로 많은 조합원들은 지지를 아끼지 않았고 민주후보의 당선을 방해하기 위한 사측의 선거 개입 행위는 극심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천진보연합은 "부당한 선거개입이라는 이유로 회사측 관리자가 벌금 확정판결을 받았을 정도로 사측의 방해행위는 이미 사법부의 심판까지 받은 상태이다"며 "아직 선거무효소송이 진행 중에 있고,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고,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했다는 이유로 무단결근 처분까지 받았다"고 덧붙였다.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에 대해, 사천진보연합은 "이날 진행된 투표과정에서도 사측에서 조직적으로 투표에 개입했다는 많은 정황들이 드러났다"며 "조합원들을 한 사람씩 통제함으로써 조합원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사천진보연합은 "심지어는 투표용지를 바꿔치기까지 한 경우까지 제보되기도 했으며, 지부별 소규모 투표소에 참관인조차 없었다고 한다"면서 "사측의 부당한 투표행위 개입과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탄압행위를 항의하기 위해 본사 조합사무실을 방문하며 낸 조태욱 노동자의 연차휴가 제출이 승인되지 않아 무단결근 처리되었으며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고 삼천포지사로 부당발령을 받아 지금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사천진보연합 "해고시키기 위한 계획적인 부당발령"
이 단체는 "조태욱 노동자에 대한 KT사측의 발령통보는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과정을 비롯한 그동안에 자행되어온 민주노조와 노동운동 탄압과정의 일환으로서 사측의 구미에 맞지 않는 노동자를 해고시키기 위한 철저히 계획적인 부당발령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숙소와 관련해, 사천진보연합은 "KT사측은 발령 이후 숙소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노동조합 사무실 이용도 못하게 하고, 지사 앞 인도의 천막 숙소에는 전기조차 제공을 못하게 하는 비인간적이며 반인권적인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단체는 "KT의 복지후생지침에 의하면 '회사는 임직원의 주거안정 지원을 위하여 비연고지 근무자 및 무주택 직원에게 사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고, 지사장의 경우 현재 사택을 제공받아 숙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부장급 기관장 사택의 경우는 합숙소로 병행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도 하다"며 "도대체 같은 회사 두 직원의 사택규정 적용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사천진보연합은 "조태욱 노동자에 대한 삼천포지사로의 발령은 정상적인 인사발령 집행이 아니라 노동탄압을 위한 불순한 의도가 들어 있는 명백한 부당발령이 분명함으로 잘못된 부당발령을 즉각 철회하고 원래 근무하던 근무지로 복귀시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고 비인간적인 노동탄압, 인권탄압 행위가 계속된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지역의 단체들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며, 대대적인 KT 제품 불매운동까지 펼쳐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KT 본사 "회사 필요성에 의해 직원을 발령낸 것"
이와 관련해 KT 본사 관계자는 "조태욱씨의 삼천포지사 발령은 노동조합의 민주노총 탈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회사의 필요성에 의해 직원을 발령낸 것이고, 다른 직원들도 원거리 발령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숙소와 관련해 그는 "다른 지역의 경우 직원들도 자취를 하거나 하숙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막 숙소에 전기 공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천막을 순수하게 숙소로 볼 수 없다"면서 "보안문제와 화재의 우려가 있어 전기 공급이 안된 것이며, 정상적인 거주 목적이 아니지 않느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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