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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정문(자료 사진).
서울대 정문(자료 사진). ⓒ 권우성

"서울대 법인화 안의 작성 과정과 내용은 서울대가 국립대학들의 맏형으로 자임하면서도 전혀 어른스럽지 못함을 뚜렷이 보여주며, 무엇보다 서울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결여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는 지난 9월 14일 '서울대학교의 법인화는 우리 고등교육의 재앙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같은 달 2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입법예고한 서울대 법인화를 맹렬히 비판했다. '서울대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서울대의 변화가 다른 고등교육기관의 변화를 이끌 것이 자명한데도 서울대가 그에 대한 고찰 없이 "개혁을 가장한 시장주의", "서울대 이기주의"를 선택했다는 것이 요지였다.

교과부가 입법예고한 서울대 법인화안을 살펴보면 민교협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교과부는 현재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관리·소유 중인 국·공유 재산을 무상으로 넘겨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 경우 서울대와 타 지방 국립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이 재정기획부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보유재산은 다른 지방 국립대학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았다. 서울대의 재산 총액은 부산대, 경상대, 강원대, 충북대, 제주대 등 5개 국립대학의 재산을 다 합한 2조 8천억 원보다 3천억 원 정도 많은 3조 1천억 원이었다.

서울대에 이어 2위는 1조 2천억 원을 보유한 전남대, 3위는 9588억 원을 보유한 경북대, 4위는 8362억 원을 보유한 충남대 순이었다.

'국립대 맏형'답게 보유재산·국고지원 1위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이 재정기획부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의 보유재산은 다른 지방 국립대학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았다. 서울대의 재산 총액은 부산대, 경상대, 강원대, 충북대, 제주대 등 5개 국립대학의 재산을 다 합한 2조 8천억 원보다 3천억 원 정도 많은 3조 1천억 원이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이 재정기획부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의 보유재산은 다른 지방 국립대학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았다. 서울대의 재산 총액은 부산대, 경상대, 강원대, 충북대, 제주대 등 5개 국립대학의 재산을 다 합한 2조 8천억 원보다 3천억 원 정도 많은 3조 1천억 원이었다. ⓒ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거점국립대 발전기금의 규모나 거점국립대 학생 1인당 국고지원액도 서울대가 가장 높았다.

서울대의 발전기금은 총 592억 원 정도로, 최하위인 경상대의 발전기금(36억 원)은 그에 비해 6% 수준에 지나지 않았고 서울대 학생 1인 당 국고지원액은 2800만 원으로 2위인 부산대(976만 원)보다 월등히 높았다.

교과부는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한 뒤에도 인건비와 시설비, 운영비 등을 정부로부터 매년 총액으로 지급받도록 법에 명시한 상태이다. 사실상 이후 다른 국립대학 간의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특혜'인 셈이다.

또 권영길 의원은 "서울대가 타 거점 대학에 비해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받으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재무회계 운영의 기본 규정은 모두 정관에 위임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의 지적과 같이 교과부의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22조 1항은 "서울대학교의 회계처리를 위하여 법인회계를 설치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한다"고 명시해놨다.

그러나 다른 사립학교의 경우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4조에 의해 학교법인은 법인의 업무에 속하는 회계와 학교에 속하는 회계의 결산서를 매 회계연도 종료 후 3월 안에 학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1년간 게재하도록 되어있다. 재무회계 운영에 대해서도 교과부는 서울대에게 사립학교에 비하지 않을 특혜를 안겨준 셈이다.

한국대학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이 같이 교과부가 서울대 법인화를 무차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서울대를 시작으로 해 국·공립대 법인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7년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국·공립대 법인화 법안은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 국·공립대학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 지난 17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정부가 그 대안으로 내놓은 국·공립대 통폐합 계획도 신청 지역이 단 한 곳에 그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 연구원은 "이번에 교과부가 입법예고한 법안은 보도된 바와 같이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구상했던 법안과 거의 다른 것이 없어 교과부가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라며 "지금의 서울대에 대한 국가 지원에도 특혜적 요소가 많아 정부가 수용하기 힘들었음에도 이 법안이 수용됐다"고 덧붙였다.

'특혜' 법인화 법안 놓고도 서울대 내부구성원들 반대 목소리 높아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1일부터 8일 간 실시된 서울대 법인화 찬반 총투표를 통해 전체 서울대생 1만6585명 중 8547명(51.53%)이 참가한 이번 투표에서는 6757명(79.28%)이 법인화 추진에 반대했고, 찬성은 1095명(12.84%)에 그쳤다고 밝혔따.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1일부터 8일 간 실시된 서울대 법인화 찬반 총투표를 통해 전체 서울대생 1만6585명 중 8547명(51.53%)이 참가한 이번 투표에서는 6757명(79.28%)이 법인화 추진에 반대했고, 찬성은 1095명(12.84%)에 그쳤다고 밝혔따. ⓒ 오마이뉴스 이경태

한편, 서울대 법인화 법안을 놓고 서울대 구성원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현재 서울대의 자율성 확보와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표시하지만 이번 입법예고된 법안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또 대학 본부가 내세운 서울대 발전이라는 명분에 동의하지 않는 구성원들도 있다.

우선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예산 및 교수 채용 등 제약 때문에 정부로부터 서울대가 독립하는 법인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 입법예고된 법안만으로는 대학의 자율성과 재정 확충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호문혁 서울대 교수협의회장(법학전문대학)은 "지금 법안에는 교과부가 설립준비위원회와 학교 이사 및 감사 승인권을 갖고 있고, 평의원회·재경위원회·학사위원회의 심의사항을 삭제하도록 하는 등 정부의 개입을 훨씬 강화하고 있는 데다 재정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교협 차원에서 단과대학별로 설명회를 열면서 찬반토론을 하고 있다, 이후 법안의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한 후 (법인화 찬반)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학생들도 지난 9월 21일부터 8일간 실시된 서울대 법인화 찬반 총투표를 통해 79% 이상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투표를 주최한 박진혁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재정을 확충한다고 해서 대학이 발전한다는 것엔 동의할 수 없고 법인화가 서울대의 발전을 위한 유일한 체제변화 방안이라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교내 다른 구성원들과의 연대 행동도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인화, 특권의식과 이기주의 깔려있어"

서울대 민교협의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는 "현재 우리의 고등교육 예산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의 절반 수준인 0.6%이기 때문에 예산 확보 없이는 법인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법인화는 정부의 행정개혁의 일환이자,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특히 "서울대가 이렇게 법인화에 앞장서는 것은 서울대 특권의식과 이기주의가 그 밑에 깔려있기 때문"이라며 "고등교육의 리더라는 서울대가 한국의 대학교육 체계를 이끌고간다는 책임 의식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명 서울대가 행복한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입법예고된 법인화 안과 기본적인 발상이 다르다. 서울대가 법인화가 된다고 해서 학문이나 교육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한 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국립대학으로서 교육 공공성의 버팀목을 해온 역할을 버리고 함부로 등록금을 올리고 기초학문연구를 줄이는 폐해가 올 수 있다. 특권의식과 이기주의를 버리고 국민들에게 고등교육에 대한 예산 확보를 호소하는 게 더 옳다."


#서울대 법인화#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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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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