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5년 만에 공식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지도부는 21일 오후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해 상설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를 강행할 시 총파업도 불가피하다"는 공동 입장을 정리했다. 이로써 1996~97년 연대 총파업의 재현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지난 2004년 '비정규직법 제정 및 한미FTA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 합의 이후 5년 만의 공식 합의였지만 양대 노총은 이날 현 노·정 관계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간 양대 노총은 비정규직 문제 등 몇몇 현안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이날 양대 노총은 정부가 추진 중인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만이 아니라, 정부가 개정을 준비 중인 국가공무원법 등에 대해서도 "노동운동 말살"이라는 데 동의했다. 통합공무원노조를 산하에 둔 민주노총과 마찬가지로 한국노총 산하에는 공무원노조·기능직 공무원노조·체신노조 등 2만 9천여 명의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있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회동 브리핑 이후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상당히 진솔하게 이야기했다"며 "한국노총의 총파업 의지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날 회동 분위기를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 2004년 이후 양 노총 사이에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지만 오늘 이렇게 다시 모였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라며 5년 만의 공식 합의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결의한 한국노총은 이날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앞서 한나라당이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놓고 이번 주중 한국노총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져 이날 회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한국노총 측은 "현재로선 노(No)"라며 입장을 단호히 정리했다.
정승희 한국노총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한나라당에서 공식적으로 회동 제의가 들어오지도 않았다"며 "한나라당 내부 입장도 정리되지 않았고 불필요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면 지금 한국노총으로선 응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귀 막고 입 닫은' 노동부, 양대노총 연대 투쟁 더욱 공고화시킬 듯
특히 노동부의 변화 없는 태도도 양대 노총의 연대를 더욱 공고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 이후 노동부는 이날 합의 결과가 전해진 다음에도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를 법대로 시행하는 것을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논의가 아니라면 (양대 노총과 정부, 경총, 대한상의, 노사정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6자 대표자 회의는) 진정성이 떨어진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또 "합의나 총파업 계획 역시 노조 측의 주장일 뿐"이라며 총파업 실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이날 '뻥파업'이 아닌 실질적인 연대 투쟁 체계로의 체계적 전환을 꾀했다.
양측의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상설실무협의체를 통해 연대 투쟁의 수위와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고, 6자 대표자 회의가 무산될 경우, 사용자 측을 제외한 양대 노총과 3개 정당이 함께 하는 5자 회의를 통해 '정치적 압박' 계획도 마련했다.
또 오는 11월 9일 국제노동기구(ILO), 국제노총(ITUC),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 등이 참여하는 노조 전임자에 관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해 전임자 문제와 관련한 정부 측 주장의 '거짓'을 쟁점화시키는 한편, 국제노동기구와 국제노동계에 고위급 조사단 파견을 요청하는 등 '여론전' 방안까지 내놓았다.
정부 측에 분명한 최후통첩까지 보냈다. 양대 노총은 오는 11월 7일과 8일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릴레이로 개최할 것이라 밝히고 정부와 사용자 측이 대회 개최 이전까지 6자 대표자 회의 개최에 대한 성의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11월 6일 이전까지 대화가 되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11월 7일까지 6자 대표자 회의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이후 연대 투쟁의 강도를 높여갈 수밖에 없다"며 '대답 없는' 정부를 재차 압박했다.
이수봉 대변인도 "오는 28일 민주노총 산별대표자전체회의가 있는 등 이번 합의사안과 투쟁 수위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점점 투쟁 수위가 높아질 것이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양대 노총의 실무협의체는 이르면 다음 주 중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실무협의체에서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만이 아니라 공무원노조, 비정규직, 공공부문 선진화 방안 등 '민감한' 노동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 '대화 없는' 노·정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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