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회 전국체육대회가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열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선수들의 투혼에 응원 나온 가족 친구들은 아쉬워하면서도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메달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들과 응원객들의 발길도 점차 늘고 있다.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대전이 아닌 전국각지에서 온 외지인들이다. 심지어는 재미동포나 재일동포처럼 해외에서 찾아온 사람들도 있다. 경기장을 찾는 안내가 잘 돼 있어야 제 시간에 경기를 볼 수 있다. 특히 선수들은 경기장을 제때 입장하지 못하면 기권패하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래서 경기장을 알리는 안내표시는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전국체육대회는 도무지 경기장을 찾기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검도경기는 배재대 21세기 스포렉스에서 열리고 있는데, 경기장 건물외벽에 경기장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부착되질 않아서다. 정작 이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안내원에게 일일이 검도경기장을 물어본다.
이쯤 되면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경기장을 찾는데 애먹는 것은 당연하다. 충청도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면 "저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노란지붕 건물이 보일거유. 거기서 이짝으로 좀 더 가면 돼유"라고 말한다며 경주에서 검도코치로 참가한 어떤 사람이 놀린다.
22일 배드민턴 경기장에서 만난 중학교 코치는 "경기장 입구에서 몇 백미터 밖에 되지 않는데, 헤매다 두시간만에 경기장을 찾았다"며 경기장 안내표시가 허술함을 비난했다.
대전시 전국체육대회기획단 관계자에게 "왜 경기장 외벽에 현수막으로 경기장 표시를 하지 않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학 등 경기장을 내준 측과 협의가 잘 안돼서 어쩔 수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참 궁색한 변명이다. 경기장 외벽에 현수막 한 장 붙이는 게 어려운 일일까? 전국체육대회 홍보예산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20일 <오마이뉴스>의 경기장 안내가 미흡하다는 보도 후에도 검도경기장 건물 외벽에 경기장 표시가 안됐다. 21일 경기장을 찾은 대전에 사는 김 모씨는 기자에게 검도경기장을 물어왔다. 대전에 살고 있는 사람도 이 지경인데 외지에서 온 손님들에겐 참 불친절한 제90회 전국체육대회로 기억될 게 뻔하다.
'마음을 하나로! 대전을 세계로!' 이번 대전광역시가 치르고 있는 제90회 전국체육대회 슬로건이다. 어떤 사람들 마음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지 궁금하다. 친절한 안내가 사람들을 한 군데로 모을 수 있지 않을까? 대전시는 세계로 가려면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