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합의"<KBS>"한-베트남, '전략적 동반자'로···양국 정상 합의."<SBS>"한국-베트남, '전략적 협력동반자' 격상."<MBC>21일 방영된 지상파 3사의 저녁 메인 뉴스에 등장한 이명박 대통령 베트남 방문 관련 뉴스 제목이다. 3사는 모두 '전략적 동반자'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MBC>의 경우, '전략적 협력동반자 격상' 이라고까지 말하면서 우리와 베트남과의 관계가 이전보다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단순 일정 보도하지만 3사가 제목에서 강조했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언급이 안 됐다. <KBS>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뉴스9> 톱으로 달았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이 뉴스가 왜 가장 중요한 자리에 편성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환영식, 그리고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경제· 방송통신기술 분야 합의문 내용 등이 열거됐을 뿐이다.
<MBC>의 경우는 너무 친절했다. 아래 리포트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MBC>는 이명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이틀째 일정을 시간순서대로 보도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문 일정을 친절히 소개했다.
"호치민 주석의 묘를 방문 헌화했습니다.""이어 응웬 밍 찌엣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이 대통령은 또 양국 경제인 포럼에 참석해""이 대통령은 내일 오전 동남아 순방 두 번째 방문국인 캄보디아로 떠납니다."<SBS>의 경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도를 안 했을 뿐이지 단순히 일정을 보고했다는 것에서 <MBC>와 마찬가지 였다.
베트남과의 관계 격상은 그야말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방송 3사가 뽑은 뉴스의 제목만 봐도 중요한 것이 뭔지 알 수 있다. '전략적 동반자'관계. <MBC> 제목에도 언급됐듯이 우리나라와 베트남과의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됐다는 것이 이번 뉴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었다.
베트남 전쟁은 1964년 통킹만 사건을 구실로 미국이 북 베트남에 폭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으로 1975년까지 지속되었다. 그리고 결국 1976년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이 통일에 합의하여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베트남 전쟁은 우리가 최초로 국군을 해외로 파병을 보낸 전쟁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요청으로 전세가 치열해지기 시작한 1965년부터 휴접협정이 조인된 1973년까지 파병했다. 1965년 후방지원부대 파병을 시작으로 육군 맹호부대와 해병 청룡부대가 파병됐고, 1966년에는 '브라운 각서'의 조인으로 백마부대를 추가 파병해 베트남참전 8년 간 총 31만 2천853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과거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첫 수교를 맺고 17년 동안 경제적으로 협력하며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몇 해 전부터는 '대장금'과 같은 한국 드라마가 베트남에서 인기를 얻으며 지금까지 '한류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포퍼먼스 공연인 <난타>가 베트남 하노이 궁전에서 공연을 하면서 문화적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베트남 군부대 안에는 러시아제 탱크나 미사일과 같은 살상 무기들이 갖춰져 있고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군사·안보적으로 한국보다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지리적 특성과 비슷하게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과 맞닿아 있는 반도형 국가로서 외교나 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러한 외교적·지리적 특성을 따져볼 때 앞으로 베트남과 '안보' 대화까지 이뤄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된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과 주요국의 양자관계는 미국이 '포괄적·전략적 동맹관계'로 가장 강도가 높다. 그 다음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중국·러시아에 이어 베트남이 셋째다. 한때 총을 들고 싸웠던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 17년이 지난 오늘 경제적·문화적 교류를 넘어 군사·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다짐했다. 북핵 그리고 중국의 성장 등 서로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동아시아 지역에 한국과 베트남의 '전략적 동반자'관계가 주는 의미는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넘어 정치외교적, 군사안보적 그리고 지리적으로도 매우 크다.
친절한 방송보도 물론 방송이라는 특성상 시간적 그리고 방송 편성적인 면에서 여유가 없기에, 이번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 격상에 대한 의미를 면밀히 따져보는 뉴스를 보도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 3사가 하나같이 뉴스 제목으로도 다뤘듯이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중요함은 인식하면서도 그 의미를 제대로 짚어보지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 뉴스 가치를 배신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언론이 충성을 다해야 할 대상은 오직 시민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뉴스를 접하면서 방송 3사는 충성까지는 아니더라도 과연 누구에게 친절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