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 땅, 우리 산의 숨결을 느끼며 백두대간과 나눈 긴 대화이며, 나의 존재감에 대한 확신에 불과한 것이지요. 앞으로 남은 인생도 그렇게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나의 목표랍니다. 결핍과 자유의 공간속에서…."
현직 교사가 직접 산행을 하며 보고 느낀 수기를 책으로 펴내 화제다. 경남 고성고등학교에서 사회교사로 재직 중인 최석호(54)씨는 지난달 30일, 2년 9개월간의 백두대간 종주기를 담은 '백두대간 능선 따라'를 출간했다.
최씨가 이 땅과 자연에 감사하는 의미로 집필한 '백두대간 능선 따라'에는 지리산에서 백두산에 이르는 백두대간(1625km) 중 지리산 천왕봉에서 금강산 향로봉까지 남한구간(680km)을 종주한 이야기 42편이 실려 있다.
300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 치, 재를 오르내리며 느낀 점과 여정이 619페이지에 걸쳐 세세하게 서술됐다. 저자의 정성이 배어 있는 산행일지, 개념도, 사진 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록돼 생동감을 더해 준다. 뿐만 아니라 구간 주변의 역사와 문화, 지리적 특징 등도 비교적 자세히 언급돼 있어 정보제공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는 평이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민족정기는 백두대간과 정간, 정맥을 따라 면면히 흐르고 있다. 우리의 척추와도 같은 백두대간 종주기라고 하면 막상 일반인이 따라가기엔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저자는 백두대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이 책을 통해 우리가 왜 산경체제를 다시 복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백두대간이 단순한 산줄기가 아니라 주변의 모든 환경이 어우러져 있는 곳임을 보여 주고 있으며,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았던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도 느낄 수 있다. (리뷰 中)
산이 좋고 등산이 좋아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산을 찾은 최씨에게도 백두대간 종주는 섣불리 시도하지 못했던 큰 벽이었다. 땅 끝에 사는 까닭에 구간 접근과 귀가가 특히 어려웠고, 서울·부산 등 대도시처럼 백두대간 회원을 모집하여 단체 대간을 알선하는 여행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 최씨는 단독 종주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2006년 9월 9일 익숙한 지리산을 벅찬 가슴으로 올랐다. 그리고 짬이 나는 주말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2007년 5월 23일 드디어 마지막 대간 구간을 통과했다.
사실 백두대간을 종주한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은 굉장히 많으며, 70여일 만에 종주를 끝낸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 최씨의 첫 백두대간 도전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이 책에는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산행이 담겨 있어 잔잔한 감동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최씨는 "백두대간은 내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를 말해주며, 백두대간 종주는 보배로운 국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자 실천이었다"고 말했다. 또 백두대간의 중심에서 멈춰야 했던 현실 앞에 "간악무도한 일제에 떠밀려 길을 잃고 헤매다 허리 잘린 아픔으로 조국 산천은 멍들고, 이산가족 백두대간은 환갑이 지나도록 그리움에 지쳤다. 아직도 피 흘리며 넘어야할 역사의 준령 앞에서 무거운 마음이 어찌 나 뿐이겠는가? 통일은 진정한 민족사의 당연한 귀결이며, 백두대간의 완성이기도 하다. '백두대간 능선 따라' 2편은 나의 희망이자 소원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