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가판대에서 눈에 띈 신문 제목이다.
'에보 날로 더 미쳐간다'그러면 매일 미쳐가는 에보는 누구를 말하는가? 볼리비아 현 대통령이고 유일한 인디헤나-원주민-출신의 에보 모랄레스를 지칭하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험한 제목을 일간지 제목으로 잡아야 했을까?
원인은 다름 아닌 안데스 무희 옷차림 때문이었다. 올 2009년 미스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페루 대표 카렌 슈어츠가 볼리비아 전통의상인 디아블라다 복장을 입고 나왔는데, 이에 대해 "볼리비아 전통복장을 왜 미스 페루가 입고 나왔냐"면서 문제를 삼은 것이 갈등의 시초였다. 로이터 통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지만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는 8월 말, 미스 페루 행위에 대한 대규모 악마춤 항의공연까지 열었다.
남성명사로는 디아블로, 여성명사로는 Diablada(디아블라다)인 악마춤의 원조는 볼리비아, 그중 남미3대축제로 꼽히는 광산도시 오루로 광부들이 스페인군의 거짓된 포교에 대한 반항의 행위로 만든 것을 원조로 본다. 무엇보다 문화에 관한 한 교과서와 같은 유네스코에서도 볼리비아쪽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명확히 선을 긋기는 어렵다. 볼리비아가 원조인 것은 확실하지만 이미 페루에서도 보편화 된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볼리비아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옛 아이마라 왕국이란 동질성을 지닌 안데스 민속 보물창고 뿌노지역의 장르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볼리비아노들의 분개를 페루인들이 이해하기는 힘들어보인다.
"볼리비아는 원래 같은 페루였고 그들은 우리 동생이야."
한 택시 기사에게 이 사안을 어찌 생각하느냐고 하였더니 원형적인 분석은 차치하고 그저 감정적으로 감히 형님 나라에 대든다며 괘씸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급기야 Peru 신문에서는 볼리비아노들의 항의에 대해 날마다 미쳐간다는 상태로까지 제목을 잡고 수장인 에보 대통령을 공격한다.
다른 분석으로는 반미 사회주의 노선을 걷는 볼리비아 에보 대통령과 친미 노선을 걷는 페루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의 정치행보 갈등이 엉뚱하게 터져나왔다는 견해도 있다. 물론 이는 참조할만 한 견해지만 문제의 본질로 보기에는 별로 타당한 분석같지는 않다.
지금은 다른 사안들에 묻혀 이 갈등은 점점 소강상태로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자국 춤으로 알고 있는 볼리비아노들과 옛 페루의 영토에서 발생한 춤이니 소유권 주장이 우습다는 페루아노들의 생각 차이는 좁혀질 것 같지 않다. 안데스 민속춤으로 볼리비아가 주변국에게 미친 영향 중 사야라는 장르는 악마춤 보다 몇 배는 더 보급이 되어 가장 친숙하게 볼 수 있는 춤이다. 만약 사야복장의 페루 세뇨리따가 미스 유니버시아드 전통의상 심사를 받았다고 해도 이렇게 국가문제로 번질 수 있을런지 의문이지만 아마도 이 정도는 아니리라.
대개 국경을 같이 맞대고 있는 나라들은 세계 어디서든 역사적인 근거를 자국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영토분쟁문제로 감정싸움을 하지만 이렇게 전통복장과 같은 기원을 두고 원조 싸움을 하는 경우도 제법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상대국 대통령에게 미쳤다는 신문 머리말까지 등장하는 것은 어쨌거나 낯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