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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채식주의자라고 당당하게 말하기에는 좀 미안한 채식주의자입니다. 모든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만을 고집하는 '비건'들에 비하면, 소, 돼지, 닭, 오리를 비롯한 발 달린 짐승과 우유 등을 먹지 않고 생선과 계란 같은 것은 먹는 비교적 수준이 낮은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선을 먹는 이유는 특별히 몸에 좋아서 먹는 것은 아닙니다. 생선이 그나마 육식보다는 자연과 몸에 대한 부담이 좀 덜하다는 것과 이런저런  모임에서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할 경우 최소한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어야겠다는 현실적 필요 때문입니다.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할 경우 생선을 주재료로 한 음식을 먹게 됩니다. 다행히 제가 사는 마산은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 여러가지 생선요리가 풍부하게 발달되어 불편함이 덜합니다.

 시골 추어탕
시골 추어탕 ⓒ 이윤기

생선을 주 재료로 사용한 음식 중에서도 가장 무난하고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는 바로 '추어탕'입니다. 어느 지역을 가나 추어탕 맛있게 하는 유명한 맛집은 꼭 한두 집 이상 있기 때문입니다.

마산에도 추어탕으로 이름 난 집이 제가 아는 집만 해도 5~6곳은 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값이 저렴하고 맛은 다른 집에 뒤처지지 않는 추어탕집을 소개해 봅니다.

마산 산호시장 안에는 아주 오래된 은혜식당이라고 하는 유명한 추어탕집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집에 드나들 때만 해도 좁은 가게에 점심시간마다 손님이 바글바글하였습니다.  손님이 자꾸 몰려들자 식당을 확장하여 지금은 훨씬 넓은 공간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식당이 되었습니다. 손님이 많아졌어도 추어탕 맛은 변하지 않았지만, 추어탕 값은 조금 올랐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바로 길 건너편에 '시골추어탕'이라고 하는 간판이 내 걸렸습니다. 대개 손님이 많이 몰려드는 유명한 맛집 옆에는 '아류'가 한두 개씩 들어서곤 하는데 그런 비슷한 경우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류는 원조 맛집에 밀려서 오랫 동안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끔 원조 맛집에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아류'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생기지만 '원조' 입맛에 길들여진 탓에 좀체로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솔직히 저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의외로 늦게 문을 연 '시골추어탕'이 아주 선전하더니 이젠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골추어탕 밑반찬
시골추어탕 밑반찬 ⓒ 이윤기

제가 오늘 추천하는 이 집은 좀 다릅니다. 원조집 건너편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원조집과는 추어탕 맛도 다르고 밑반찬도 맛이 분명히 다릅니다. 원조집을 따라하지 않는 것이 특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처음에는 원조집에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가 없어서 한두 번 찾아왔던 손님들이 이젠 이 집 단골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두 군데 추어탕집을 모두 가본 지인들은 대부분 "두 집은 분명히 맛이 다른데 두 집 다 맛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조집보다 오늘 소개하는 시골추어탕이 음식값이 더 쌉니다. 맛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데 밥 값이 더 저렴하니 저 같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는 경우는 시골추어탕이 훨씬 만만합니다.

시골추어탕의 또 다른 차별화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국수'입니다. 면으로 된 음식은 모두 좋아하는 저는 추어탕에 밥만 말아 먹는 것이 아니라 국수를 말아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어탕으로 국수와 국밥을 모두 하는 식당에 가면 늘 둘 다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마치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과 짬뽕을 다 먹고 싶은 것과 비슷하지요.

 국수 사리를 말아 먹는 추어탕
국수 사리를 말아 먹는 추어탕 ⓒ 이윤기

암튼, 시골추어탕에는 추어탕에 밥을 말아 먹기 전에 먼저 국수를 넣어 먹을 수 있도록 국수사리가 기본으로 함께 나옵니다. 공기밥 한 그릇으로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공기밥 두 그릇을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국수 사리'는 딱 적당한 만족감을 안겨줍니다.

더욱 만족스러운 것은 추가 비용을 받지 않고 국수사리는 넉넉하게 더 시켜먹을 수 있습니다. 전, 국수사리 두 개와 밥 한 공기를 먹으면 딱 맞습니다. 양도 양이지만, 먼저 추어탕에 국수 사리 두 개를 말아서 후루룩 후루룩 먹은 후에 사진으로 보시는 여러 가지 밑반찬과  국수를 말아 먹고 남은 추어탕으로 공기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럽답니다.

밑반찬이야 그날 그날 시장에 많이 나온 재료들이 이용되기 때문에 늘 사진으로 보시는 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대체로 사진으로 보시는 배추생김치, 생선구이, 야채쌈, 두부겉절이 같은 밑반찬은 기본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추어탕은 특히 가을이 제철이라고 하지요. 추어탕 한 그릇씩 드셔보세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추어탕#맛집#원조#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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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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