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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가을숲이 활-활 타오는고 있다.
▲ 한라산 가을 숲 한라산 가을숲이 활-활 타오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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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0고지 영실입구 단풍은 가장 화려한 옷을 입었다.
▲ 1,280고지 영실입구 단풍 1,280고지 영실입구 단풍은 가장 화려한 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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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산길을 걸으니 '여명'이란 말이 생각났다. 한라산 영실 1280고지 새벽은 어둠이 짙었다. '여명'은 아침이 온다는 징조다. 한라산 영실의 여명은 어떤 아침을 가져다 줄까?

여명이 걷히기 전 등산
▲ 새벽 등산 여명이 걷히기 전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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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걷히고 새벽이 오는 한라산
▲ 여명이 걷히고 어둠이 걷히고 새벽이 오는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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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뚫고 새벽 등반로 걸어

10월 24일 아침 6시 20분, 한라산 영실입구에서 10여명의 등반객들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희끗희끗 보이는 것은 돌계단 뿐이었다. 돌계단을 따라 데크시설을 걷다보니 왼쪽 계곡에서 졸-졸-졸 물소리가 들렸다. 새벽에 들리는 계곡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려 왔다.

해송 숲을 10분쯤 걸었을까? 푸드득- 덩치 큰 새 한 마리가 날개짓을 하더니 까악-까악-하며 날아간다. 까마귀였다. 이렇게 한라산영실의 아침은 시작되고 있었다. 드디어 어둠이 걷혔다. 아침 산길을 걷는 느낌은 그야말로 상쾌, 그 자체였다. 인간이 살아가기에 최적의 기온이랄까? 

병풍 바위 앞 가을 단풍은 화려한 정원
▲ 병풍바위 앞 병풍 바위 앞 가을 단풍은 화려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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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에 익어가는 가을날 단풍

1350고지에서 1400고지까지는 한라산 영실 등반로에서 가장 가파른 계단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숨을 헉-헉-대는 코스다. 하지만 아침의 정기를 받아서일까. 기운이 펑펑- 솟아나는 것이었다.

1500고지에서 뒤를 돌아봤다. 그때서야 한라산 영실의 아침 해가 오백기암괴석 뒤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한줄기 빛이 세상을 밝게 비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두웠던 세상이 밝아지더니 비로소 햇빛은 붉은 단풍나무 이파리까지 비춰 줬다.

오른쪽 사진은 성모마리아상 같다
▲ 성모마리아 상 오른쪽 사진은 성모마리아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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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감탄사 흘러나오는 한라산 아침 숲

삼라만상이 깨어나는 비상의 순간은 바라보니, 잠시 숨이 멎을 듯했다. 아침 7시 10분, 1500고지에서 바라보는 숲은 장관이었다. 볼록 튀어나온 산방산, 안개에 덮인 서귀포 앞바다, 그리고 오밀조밀 모여 있는 제주오름, 드디어 기상을 하는 순간이었다. 능선에 박힌 기암괴석 뒤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한라산 숲에 그림을 그렸다. '아-!'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칼날 같은 병풍바위가 희끗-히끗 모습을 드러내더니 능선위에 매달린 오백장군들이 기상을 하는 순간이었다. 기암괴석 사이에 군락을 이뤄 꽃을 피운 검붉은 단풍은 가을 정원을 만들었다. 여명이 걷히고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에 맛보는 산기운과 산 풍경은 짧은 순간 필름처럼 돌아갔다. 사람들이 왜 산으로 들어가는지 알 것 같았다.

한라산 영실 1500고지에서 본 가을 산
▲ 1500고지 영실 한라산 영실 1500고지에서 본 가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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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숲 근처에서 만난 등산객
▲ 구상나무 숲 근처 구상나무 숲 근처에서 만난 등산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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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고지에 차려진 아침밥상, 풍경을 먹다

1500고지 등반로에서 사과 한쪽과 커피 한잔, 그리고 빵 한쪽으로 아침을 먹었다. 등반로에 차려진 아침 밥상보다 더 맛깔스러운 것은 눈앞에 펼쳐진 가을 아침 능선과 숲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아침상을 어디에다 비교할 수 있을까?

1600고지 구상나무 숲을 지나자, 선작지왓 등산로에 아침 해가 걸려 있었다. 노루샘에서는 약수가 콸콸 쏟아졌다. 윗세오름 정상에서 먹는 컵라면은 먹는 게 아니다. 그저 감동일 뿐이다. 따뜻하고, 매콤한 해장국의 기운은 하산을 재촉했다.

1,350고지에서 본 기암괴석 단풍
▲ 기암괴석 단풍 1,350고지에서 본 기암괴석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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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고지 등산로는 단풍의 진수
▲ 1300고지 등산로 1300고지 등산로는 단풍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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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진풍경, 병풍바위는 지구상 화려한 정원

아침 8시 30분 하산길, 모락모락 피어나는 단풍나무와 참나무, 떡깔나무, 그리고 지난봄 진분홍 꽃으로 산행인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철쭉과 털진달래까지 붉게 익어가는 순간이었다. 병풍바위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장엄하고 화려한 정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백기암괴석 사이에 꽂혀진 단풍의 군락은 액자 속 그림. 특히 한라산 숲에 어우러진 단풍 빛깔은 울긋불긋- 형형색색- 가을에만 느껴 볼 수 있는 재산이었다. 더욱이 하얗게 늙어 가는 억새무리와 어우러진 단풍의 진수는 10월이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한라산 영실의 단풍은 오름위를 물들인 단풍의 풍경이다. 그저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파란 가을 하늘을 수놓은 한라산 단풍
▲ 가을 하늘 수놓아 파란 가을 하늘을 수놓은 한라산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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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고지 계곡,,, 흥분의 도가니

하산 길에서 만나는 진수는 1350고지 계곡, 한라산 영실에서 가장 예쁘고 고운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가파른 계단에 잠시 서 있다 보면 해송 숲 사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만 같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빨간 단풍이 등산객들을 흥분시킨다.

'신의정원'이라 부르는 한라산 영실, 동트기 전 오르는 산행의 묘미와 하산 길에서 만난 계곡의 단풍은 심장의 박동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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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라산 단풍은 11월 초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태그:#신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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