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타작 전 부모님과 함께 4일에 걸쳐 윗밭에서 곡괭이와 삽까지 동원해 호박-밤고구마를 캤습니다. 그간 어머니가 모아두었던 종이상자를 하나씩 접어 테이핑을 하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크기와 상태별로 캔 고구마를 골라 담았습니다.
종이상자가 모자라 비닐하우스에서 상추농사를 짓는 이웃에게 상자를 사서는 10kg씩 골라 담아, 밭에서 고구마를 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이웃들에게 하나둘 팔았습니다. 작년에도 우리집 고구마를 사먹었던 이웃들이 맛있다며 다시 찾아주었습니다.
그렇게 땀흘려 고구마를 캐고 종이상자에 담아 팔 때,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이 하는 말을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가을에 캔 고구마를 겨울동안 얼리지 않으면서도 썩히지 않고 봄여름까지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말입니다.
삶의 지혜, 고구마 실내 한곳에 딱 놓아두면..윗밭 인근 빌라에 사는 한 이웃에 따르면, 우선 밭에서 바로 캔 고구마를 사는 게 중요하다 합니다. 묵은 고구마가 아닌 햇고구마를 상자채 보관하면 되는데, 보관장소는 온도 변화가 별로 없는 화장실 등 실내가 좋다고 합니다. 고구마는 추위를 잘 타 얼어버리면 바로 썩기 때문에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없습니다.
또한 고구마 상자를 이리저리 옮기면 좋지 않고 딱 한곳에 놓아두기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화장실이 비좁다면 아이들 책상 아래에 상자채 넣어둬도 된다 합니다.
어머니도 한 아주머니의 고구마 보관방법에 맞장구를 쳤고, 지난해부터 화장실과 삼촌네 계시는 할아버지 방에 고구마를 넣어두고 싹이 날 때까지 먹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다시 고구마 농사를 짓게될지 모르지만 우리집 화장실에는 씨고구마를 넣어둔 상자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습니다. 빈방에도 고구마를 얼추 팔고 나눠준 뒤 남은 자잘한 것과 찍힌 것이 놓여있는데, 이 고구마들과 함께 긴 겨울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참 밭에서 바로 캔 햇고구마는 바로 쪄먹는 것보다 한 1주일 뒤에 먹는게 더 맛이 좋습니다. 냄비에서 폴폴 익어가는 군침 도는 고구마 단내가 더욱 더 코를 벌렁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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