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출신 동화작가 범 라우티(43․네팔)씨가 이주노동자 문화활동가 미누씨에 이어 28일 오후 8시 30분께 네팔로 강제퇴거된다.
범 라우티 씨는 동화 <돌 깨는 아이들>의 저자로, 지난 15일 네팔인 이주노동자와 노무사의 상담을 통역하려고 동대문에 있는 네팔식당에 갔다가 들이닥친 출입국관리소 직원에 의해 연행됐다. 그는 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 중이며 28일 네팔로 출국한다.
범 라우티씨는 <작가들> 2006년 가을 호에 여행 외 3편의 시를 실었고, 2007년에는 이주노동자 중 최초로 동화 <돌 깨는 아이들>을 샐러드 TV(당시 이주노동자방송국)와 함께 출간했다. 그리고 올해 인천문화재단이 뽑은 '2009 인천우수도서'에 선정됐다.
이주노동자에서 인권활동가로
범 라우티씨는 네팔에서 1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난 1997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이천에 있는 원단공장에서 월급 48만원을 받으며 두 달 동안 일했지만 네팔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기에 부족했다. 그래서 그는 80만원을 주는 공장으로 직업을 옮기면서 미등록체류자가 됐다.
그는 네팔에 있는 아내와 20살 된 아들과 딸을 위해 하루에도 12시간 이상씩 일을 했다. 혼자 우는 날도 많았다. S씨는 "얌전한 사람이고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많은 형이었다. 술 마실 때마다 한국에서 힘들게 보낸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다"며 범 라우티 씨를 회상했다.
2002년, 같이 일하던 후배가 공장에서 가스를 많이 마셔 쓰러졌고 6개월 후에 죽었다. 그는 후배 시신을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돈을 모았고, 그 때부터 이주노동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 후, 그는 재한 네팔 공동체 NCC(Nepal Consulting Committee)회장, 다문화방송국 '샐러드TV'(당시 이주노동자방송국)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했었다. 또, 강제연행 전까지 '네팔장애인공동체'에서 산재 당한 네팔 이주노동자들을 도왔다. 그가 동화를 짓게 된 것도 내전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일하는 네팔 아이들의 인권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였다.
최의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범 라우티씨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네팔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고, 이주노동자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애를 입은 이주노동자들을 많이 도와줬다"며, "그가 네팔에 가지만 돌아가서도 잘 지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 많은 40대, "한국에서 미래를 꿈꾸고 싶었는데..."
범 라우티씨는 12년을 가족과 떨어져 살아서 그동안 외로웠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꿈도 많았다. 그는 지난 27일 <이주노동자의 방송 MWTV>와의 인터뷰에서 강제퇴거를 앞둔 심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에서 미래를 꿈꾸고 싶었는데... 이렇게 가게 돼서 속상하다. 분하고 슬프지만 방법이 없다. 하지만 사람이 태어날 때 아무 것도 안가지고 태어나듯 이것이 인생이라면 한국에서 다시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는 갑자기 연행돼서 그동안 한국생활을 정리하지 못했다. 친구들이 방에 있던 간단한 물건을 가져다 준 것이 전부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준비 중인 국제문화교류활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네팔에 돌아가서도 계속 시도 쓰고 책을 내고 싶다"며, "요즘은 노래를 만들고 있는데 한국의 가요무대 같은 곳에서 자신의 노래가 불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 라우티씨는 당장 네팔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는 "12년을 한국에 있어서 네팔에 대해 잘 모른다. 그 동안 한 번도 가 본 적 없고.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니, 사업을 하거나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직업이 없고 쉰다"고 했다. 범 라우티 씨는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앞으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되어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이 보장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 '말 좀 해라 한강이여' |
말 좀 해라 한강이여
범 라우티
하늘 높은 건물들
당신은 왜 손을 내어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가
환영받기 위해 기대하는 사람에게 말 좀 해야하지 않는가
무엇이 그 건물 안에 들어있는지 당신은 모르는가
할 일 없이 웃고 있는 사람
삶을 열심히 사는 사람
많을 것을 가르쳐주는 사람
말 좀 해라 한강이여
우리의 거대한 고통의 대문을 보며 너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서
그것을 피하니 가슴이 아프지 않은가
아마도 우리를 탄압하고 억압하기 위한 계획의 펜을 들고 있겠지
언젠가 그 계획은 우리에게 뿌려질텐데
말 좀 해라 한강이여
한강 너는 평화롭게 흐르며 미소만 짓고 있다면
모든 나쁜 것들을 싹 쓸어 바다로 흘려 보내지 않는다면
억압과 탄압을 싹 쓸어버리지 않는다면
당신의 거대한 건물들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당신의 노동자들이 억압과 탄압을 반대하며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제발 말 좀 해라 한강이여
한 마디라도 해준다면
억압과 탄압이 아니 서로가 어울릴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자본가들의 착취의 시도가 끝날텐데
그리고 저주라는 글자가 변하게 될텐데
올바른 사회가 되고 인간적 사회가 될텐데
그 약속을 해줘라 한강이여
우리의 희망이여 염원이여
우리의 모든 환영이여
말 좀 해야한다 한강이여
* '말 좀 해라 한강이여'는 지난 2006년 8월 13일 광화문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2주년 이주노동자 투쟁 대회'에서 낭송했던 시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