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우리는 (KT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다 알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통신시장)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올리지 않는 것에 (KT가)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특유의 냉소적이고, 직설적인 화법도 여전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서다. 지난 4월 KT와 KTF 합병을 강하게 반대한 후 6개월만이다.
정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향후 SK텔레콤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방향뿐 아니라, 최근 유선과 무선통신회사간의 연이은 합병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내비쳤다.
특히 KT 합병 이후 날로 치열해지는 국내 통신시장에서의 가입자 빼앗기 경쟁 등에 대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통신시장에서의 양적경쟁은 공멸로 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KT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안다"
그의 목소리 톤이 높아진 것은 KT 합병 이후 업체간 치열해지는 통신시장 점유율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였다. 한마디로 KT가 겉으론 질적인 경쟁을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론 여전히 가입자 뺏기 등 양적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비판이었다.
정 사장은 이어 KT의 이같은 영업방식에 대해 강한 어투로 비판했다. 그의 말이다.
"SKT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녜요. 우리는 (KT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다 알고 있어요. 우리가 그렇지 않고 리딩 컴퍼니(선도기업) 할 수 있겠어요?. (KT는) 우리가 시장점유율을 더 올리지 않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겁니다.(웃음)"
그는 이어 "(KT는) SKT를 이기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다른 곳도 하지 못하는 (휴대폰 요금의) 1초당 과금도 도입하면서, 질적 경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그동안 (스트레스가) 쌓인 게 많지만, 제발 양적 경쟁이 아닌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는 곳이 어딘지 잘 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또 "더이상 국내 통신시장만 들여다보는 것은 그만하고,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패기를 가지고 전세계 GDP 1%만 해도 6000억불에 달하는 큰 시장 공략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관 출신 CEO와 나와 무슨 상관인가"
정 사장은 또 최근 통신 시장에 불고 있는 유무선 회사간 합병 바람과 연이은 경쟁회사들의 과거 정보통신부 장관들의 CEO 영입 등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통합 KT 회장인 이석채 회장뿐 아니라, 내년 1월부터 LG데이콤과 LG파워콤을 흡수해 합병을 추진중인 통합 LG텔레콤의 사장에도 이상철 전 장관이 내정되면서, 한때 업계 내부에선 정 사장의 거취에 대한 각종 루머까지 나돌 정도였다.
물론 전문 경영인인 정 사장 역시 옛 동력자원부와 통상산업부 등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이에 정 사장은 "두 분의 장관 출신 사장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라면서 "그런 것에 당할 SK텔레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통신 시장에서의 전문적인 경영능력과 성과로 판단받기보다 특정 부서의 고위관료 출신으로 평가하는 데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낸 셈이다.
이어 SK텔레콤을 비롯한 SK브로드밴드 등의 향후 합병가능성에 대해서도, "단순히 유무선 회사를 합병한다고 해서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시장의 해결사가 될 수 없다"면서 "SKT의 경우 합병을 전혀 검토한 적도 없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합병은)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또 LG 통신계열 합병에 따른 SKT의 입장에 대해서도, "KT합병 때는 통신시장의 경쟁 제한에 따른 소비자들의 후생이 감소하기 때문에 반대했던 것"이라며 "이번 LG 합병의 경우는 KT와 다르며, 이제 제대로 (규모면 등에서) 통신 3사가 균형을 맞추었다"고 말했다.
"향후 10년 내 다른 산업과의 상생협력으로 국내외서 40조 원 매출 달성할 것"
이에 앞서 정 사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통신시장의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SKT의 미래먹거리로 다른 산업과의 적극적인 상생 협력전략을 펴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같은 전략을 통해 오는 2020년에 국내외에서 매출 40조 원을 달성하면서 글로벌 통신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SK텔레콤이 가지고 있는 각종 통신기술 등을 유통이나 금융 등 각종 산업 부문의 회사들 서비스와 적극적으로 연계해서, 해당 부문의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관련 사업도 더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윈-윈'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진출 사업분야로는, 유통과 물류를 비롯해, 금융, 교육, 헬스케어, 자동차(제조), 주택과 건설 등 분야이며, "향후 1년 이내에 이들 분야에서 1조원의 매출, 5년이내에 5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 놓은 상태"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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