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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사이렌
레드사이렌 ⓒ 레드사이렌

세상 살기 참 팍팍하게만 느껴지는 요즘, 그래도 할 말은 하겠다고 콘서트를 하나 마련한다. 붉은 사이렌처럼 강렬한 이미지를 앞세운 <Red Siren> 콘서트다.

제목이 강렬해서 심각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출을 맡은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재미에 중점을 뒀다.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가하면서 느꼈다. 운동이라곤 해본 적 없는 여고생과 주부들이 나와서 즐기면서 시위를 하는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집회 때마다 나오는 민중가요를 들으면서 너무 관성화됐다는 고민을 했을 때다.

민중가요판을 흔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만든 콘서트 제목이 <Turn Left>다. 너무 강하다는 느낌, 그래서 살짝 누그러뜨려 <Red  Siren>으로 바꿨다.

이 행사 연출을 맡은 나는 재미의 속살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미리 다 알려주면 김 빠질 테니 몇 대목만 보여주고자 한다.

지난해 첫 행사를 치른 레드 사이렌은 민중가요와 비민중가요의 틀을 깨고 자유롭게 우리의 오늘을 말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시와, 어둠, 연영석, 윈디시티, 허클베리 핀이 지난해 참석한 이들이다.

귀농뮤지션에 아이리쉬 포크, 게다가 브이제잉까지

 한음파
한음파 ⓒ 한음파

 오지은
오지은 ⓒ 오지은
올해는 안치환, 오지은, 바드, 사이, 한음파가 참가한다.

이 중 사이는 귀농뮤지션이라는 '훈훈한' 호칭을 달고 있다. 유머가 특기다. 이명박 현 대통령을 풍자하는 신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미리 곡을 들어본 이들 중 몇몇이 쓰러지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엄마말 잘 들어야 엄마 오래 살아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살아
엄마말 잘 들으려면 엄마가 시키는대로 다 해야 되는데 나는 오래 못살아

공부하라면 공부해야 되지
밥 먹으라면 밥 먹어야 되지

-사이의 '엄마 말' 중에서

1절 가운데 일부분이다. 2절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대목이 나온다. 2절 부분은 상상에 맡긴다.

밴드 한음파는 민중가요 '불나비'를 강렬한 록사운드로 편곡해서 들려준다. 더불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당시 심경을 담은 '소용 없는 얘기'를 연주한다. 신곡이다.

 안치환
안치환 ⓒ 안치환
오지은은 레게 스타 밥 말리의 곡 'Turn Your Light Down Low'과 티베트의 아픔을 노래한 곡 '작은 자유'를 노래한다. 오지은은 한국 인디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여성싱어송라이터 가운데 한 명이다. 20대 젊음이 바라보는 세상을 솔직하게 드러낼 것이다.

국내 최초 정통 아이리쉬 음악을 선보인 바드(Bard)는 지난해 꼭 초대하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무척 안타까워했었다. 이번엔 꿈을 이뤘다.

안치환은 가창력에 초점을 뒀다. 통기타 한 대만으로 노래를 이어나간다.

이 정도면 흥미가 당기는가.

연출자로서 꼭 드리고 싶은 말은 80-90년대 익숙하게 들었던 민중가요를 상상하지 말았으면 하는 점이다. 오죽하면 민중가요판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는 뜻에서 애초 'Turn Left'라고 제목을 만들었겠는가.

전체 시간은 3시간이다. 독특한 브이제잉(Vjing)은 덤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3시간 동안 재미를 드리고 싶어 이렇게 초대장을 띄운다. '광야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헌법 제1조'를 즐겨부른 이들이라면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새로운' 노래에 기꺼이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기를 요청한다.

 가수 사이
가수 사이 ⓒ 사이
내가 사이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겨울 홍대 앞의 소박한 카페였다. 지인이 하는 공연에 함께 출연한 그는 이름부터 독특했다. 사이? 사이라니. 사람과 사람 사이 할 때 그 사이란 말인가. 사실 홍대앞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처럼 워낙 독특한 이름이 많기도 했지만 사이라는 이름 역시 유난해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느낌이 폭소와 감동으로 바뀌는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시작했을 때, 장난스럽게 친구에게 말을 걸듯 털어놓는 이야기는 당시 산청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였다.

텔레비전, 세탁기 없이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고 전기세 1,600원을 내며 산다는 얘기에 낄낄 댔고, 산청에서 서울로 공연을 하러 올 때면 차가 없고 돈이 없어 히치하이킹을 한다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부산대 해운대 리베라 백화점 청소하시는 김숙희씨 앞에 부끄럽지 않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소박한 고백에는 또 마음이 어찌나 숙연해지던지.

그의 노래엔 기존의 민중가요처럼 진지한 마음이 담겨있었지만 그보다는 훨씬 게으르고 유쾌한 낙관이 묻어났다. 그 낙관은 도시의 카페에 모인 사람들을 금세 웃음으로 전염시켰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 Red Siren 콘서트를 하게 되면 꼭 그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 이처럼 즐거운 노래를 어찌 혼자 독식할 수 있겠는가. 좋은 노래, 좋은 웃음은 나눠야 제 맛 아니겠는가

 그룹 바드 멤버 혜리
그룹 바드 멤버 혜리 ⓒ 바드

덧붙이는 글 | *공연명 : Music Revolution 2009 < Red Siren >
*일시 : 2009. 11. 7(토) 19:00~22:00 (180분)
*장소 : 홍대 라이브클럽 상상마당
*출연 : 바드(Bard), 사이, 안치환, 오지은, 한음파
*예매 : 티켓링크(http://www.ticketlink.co.kr), 인터파크(http://ticket.interpark.com)
*티켓 가격 : 예매 20,000원 / 현매 25,000원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의 : 바람과 나무(017-290-7663)



#RED SIREN#안치환#오지은#한음파#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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