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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중간고사를 지난 23일 치렀는데 막둥이가 오늘 자기가 받은 점수를 가지고 왔습니다. 점수를 본 순간 숨을 잠시 멈췄습니다. 국어 80점, 수학 30점, 바른생활 65점, 슬기로운 생활 70점, 즐거운 생활 70점. 평소 공부하라는 말은 거의 하지 않지만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을 보고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을 보고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 김동수

"막둥이 공부 좀 해야겠다."
"나도 공부 열심히 했어요."
"공부 열심히 했다고. 그런데 이 점수야."
"아빠 그래도 내 뒤에 두 명이나 있어요!"
"……"


할 말이 없었습니다. 막둥이 말로는 공부 못한 아이들을 뒤에서 3명까지 불러 주었는데 자기 뒤에 두 명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자기 뒤에 두 명이 있다는 것을 웃으면서 말하는 막둥이를 보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수학 30점이라 학습부진아가 되어 따로 남아 특별학습까지도 했던 모양입니다. 학습부진아로 남아 특별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뉴스를 들었지만 막상 우리 막둥이가 학습부진으로 특별 공부까지 하니 화도 나고, 한 편으로는 마음이 아립니다.

"막둥아,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맞지만. 점수가 너무 낮다."
"나도 잘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돼요. 특히 수학이 어려워요."
"수학이 어렵다고. 그럼 1학년 수학부터 다시 조금씩 공부하자."

"알았어요."
"아빠는 막둥이가 공부만 잘하는 것은 아니다. 동무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노는 것도 중요해. 하지만 수학 30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했다."


1학년 입학부터 어려웠는데 2년 동안 학교에 건강하게 잘 다녀 준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공부 조금 못한다고 타박하는 속좁은 아빠같이 괜히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점 받았다고 타박을 하고나니 마음이 더 아픕니다. 수학 30점이 인생 30점은 아닌데 말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아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30점 받은 것 때문이 아니라 수학 30점을 받으면 학습부진아가 되고, 학습부진아가 되면 그 사람 자체를 2등, 3등으로 만들어버리는 사회구조가 아직도 견고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도 부모인 내가 막둥이를 더 믿고, 사랑하고 이끌어주면 분명 사람답게 사는 삶을 이루어갈 것입니다.


#중간고사#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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