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F쏘나타 나오길 너무나 기다렸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차 사려고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이제 구입하려는 찰나, 도요타에서 나온 캠리가 3500만 원대라고 접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도 잡고 나이도 있다 보니까, 괜히 외제차를 구입하고 싶어지더군요."
최근 한 누리꾼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추천 요청' 글이다. 즉각 2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저마다의 이유로 현대의 YF쏘나타와 도요타의 캠리를 추천하며 논쟁을 벌였다. 누리꾼이나 소비자들끼리만 싸우는 게 아니다. 현대나 도요타 모두 서로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이미 양사는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다. 도요타가 들고 나온 '착한 가격' 정책이 현대차로 향해있던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정면승부 나선 현대차, "도요타, 품질로 한판 붙자!"현대차는 지난 10월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판매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8만3000여 대가 계약을 마치는 등 초반 인기몰이를 이어가는 YF쏘나타 덕분이다. 도요타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역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도요타는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내놨고, 현대차는 기존보다 200만원 정도 높게 내놓으며 가격 차가 줄어든 탓이다. 지난달 14일부터 캠리 등을 포함한 도요타 차량 4종에 대해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보름 만에 3700대를 넘기는 놀라운 실적을 보였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도 월 3000대 이상 판매하면 '베스트 셀링카'로 불린다.
'가격 우위'를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현대차가 보다 못해 "그럼, 품질로 겨뤄보자"며 도요타를 상대로 정면승부에 나섰다. '이대로 텃밭을 내 줄 수 없다'는 불안감이 깔려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지난 2일부터 YF쏘나타·투싼ix와 경쟁모델인 도요타 캠리·RAV4를 비교 시승할 수 있는 '글로벌 넘버원 품질체험 시승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시승회를 통해 고객들이 직접 제품의 품질 차이를 체험하게 되면 막연하게 동경하고 있는 수입차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기자도 YF쏘나타와 캠리의 비교 시승을 해보기 위해 지난 2일 오후 시승 행사가 열린 현대자동차 압구정동지점을 방문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여서, 각 차량을 운행해 볼 수 있는 시간은 20여분 내외로 제한됐다. 때문에 고속 주행이나 가파른 오르막 주행 등은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캠리 시승기] '특별할 것도, 모자랄 것도 없는' 평범함의 미학북미 등 전 세계에서 1200만 대를 판매(2008년 누적기준)한 '베스트 셀링카'는 과연 어떤 차일까? 캠리를 먼저 타보기로 했다. 국내에서 시판될 캠리는 'XLE급'으로 직렬 4기통 2494cc, 175마력의 출력과 23.6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이 장착됐으며 연비는 리터당 12km에 달한다. 판매가격은 부가세포함 3490만 원에 책정됐다. 선루프도 기본 장착돼 있다.
첫인상은 화려하지 않은 대신 단단한 느낌이었다. 전방 V자형으로 흐르는 캐릭터라인이나 대담한 모습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YF소나타의 파격적인 외관 못지않게 멋스러움을 품고 있다. 보닛이 짧고 동종 차량에 비해 차체가 커서 뚱뚱해 보이기도 하지만, 날렵한 선과 곡선이 깔끔한 인상을 남겼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평소 SUV를 타는 기자에게 캠리뿐 아니라 모든 세단은 일단 등받이에서부터 오는 자세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특히 캠리는 SUV보다는 덜 하지만, 시야가 훤하게 트이고 대시보드가 널찍하면서 낮아 시원한 개방감을 줬다. 뒷좌석도 넓고 쾌적해 보였다. 천연가죽 재질의 최고급 시트가 기본 사양으로 제공된다.
실내 인테리어는 한마디로 친숙한 느낌이다. 좋은 말로 하면 단순하면서 깔끔하지만, 나쁜 말로 하면 베이지색으로 통일된 것이 옛날 모델 느낌을 준다. 특히 큼직큼직한 플라스틱 재질의 각종 버튼이 그렇다. 대신 복잡하거나 거추장스러운 디자인 요소들은 과감히 뺐다. 센터페시아의 조명은 지나치게 밝은 감이 없지 않다. 센터 콘솔, 측면 포켓, 도어 포켓, 앞·뒷좌석 컵홀더 등 다양하고 편리한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다. 센터 콘솔 박스의 경우 9개의 CD케이스 수납이 가능할 정도로 넉넉하다.
시동을 걸기 위해 버튼시동장치를 찾았는데, 없다. 그제야 옆자리에 탄 현대차 직원이 "미안하다"며 자동차 키를 건넨다. 현대차가 미안해할 일은 아니다. 2010년형 캠리지만 YF쏘나타와 같은 최신식 편의 시설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수입차여서 내비게이션의 GPS 기능이 안 된다. 과속방지카메라 감지 같은 기능은 기대할 수 없다. 단지 길 안내뿐이다. 그냥 국산 내비게이션 하나 사서 다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시동을 켜면서 캠리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인 정숙성을 확인하고서는 짧게 감탄사를 흘렸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조차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다만, 급가속시에 들리는 다소 거친 엔진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조심스럽게 나선 도로에는 차들이 밀려서 있다. 빠른 끼어들기(차선변경)를 시도했는데 제법 민첩하게 움직여준다. 낮은 경사로에서나 평도로 주행 시에도 불편한 사항은 없었다. 핸들링이 상대적으로 가벼웠고 유턴 코스에서의 코너링도 경쾌했다. 한국의 대도시처럼 좁은 골목길이 많은 지역에서 유리할 것 같다.
캠리의 엔진은 흡·배기 캠축을 드라이빙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해 흡기 및 배기가스의 밸브 개폐 타이밍을 조절하는 '지능형 듀얼 가변밸브타이밍'을 채용했다. 이 엔진은 6단 자동변속기와 최적의 조합을 이루어 출력·토크 및 연비 향상을 도모했는데, 특히 12km/L로 동급 최고 수준의 공인연비를 획득했다.
캠리의 차체는 충돌에 의한 충격을 흡수하고 충격에 의한 탑승 공간의 변형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특히 첨단 듀얼 스테이지 SRS 전방 에어백, 시트 장착 측면 에어백, 측면 커튼 에어백에 더해 동급에서는 유일하게 운전석 무릎 에어백이 기본 장착됐다.
일반인들이 '패밀리 세단' 하면 떠올리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 크고 넓은 실내와 트렁크, 정숙성, 안전성, 고효율의 연비,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 잔고장 없는 내구성에 대한 신뢰 등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캠리는 '많이 팔릴 수밖에 없는 차'였다. 캠리의 가장 큰 매력은 '특별할 것도 없고 모자랄 것도 없는' 바로 평범함에 있었다.
[YF쏘나타 시승기] 파격적인 스타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까?이날 기자가 시승한 YF쏘나타는 프리미어 고급형으로 가격은 2490만 원짜리다. 기존 NF쏘나타에 썼던 쎄타Ⅱ시리즈 2.0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1998cc 직렬 4기통 DOHC 16 밸브로 최고출력 165ps/6200rpm, 최대토크 20.2/46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외관은 익히 알려졌듯이 기존 쏘나타와는 확연히 구별될 정도로 파격적이고 역동적이다. 크롬이 과한 그릴이라든가 길게 뻗은 헤드램프는 묘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한다. 현대자동차의 디자인팀에서는 '난(蘭)을 치는 붓질을 모티브로 한 직선과 곡선의 조화'라고 설명했다. 뒤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CLS나 폭스바겐 CC 등 전형적인 유럽형 쿠페스타일을 연상시킨다. 후미등 내 미등도 마치 곡선을 그린 듯 우아함을 강조했다.
차 문을 열고 앉으니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가죽이나 플라스틱의 재질과 마감처리도 깔끔한 편이다. 시트의 경우 캠리보다는 질감이 단단하고 등과 허리를 감싸주는 느낌이 스포츠 버킷시트를 연상시킨다. 시승차에는 YF쏘나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3피스 타입 파노라마 선루프'가 장착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개방감은 캠리보다 덜 했다. 캠리의 썬루프와 비교할 수 없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윈도우 글래스 부분이 좁은 것도 감싸이는 맛은 있으나 개방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뒷좌석이 좁다는 논란 때문에 일부러 유심히 살펴봤지만, 의외로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특히 무릎공간은 이전 쏘나타에 비해 넓은 편이다. 뒷좌석 시트 방석의 엉덩이 부분을 낮아지는 각도로 깊게 기울였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머리 공간이나 무릎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는 있지만 정자세로 앉으면 등의 각도 때문에 장시간 승차시 불편할 것 같았다. 공간확보를 위해 승차감을 손해 본 셈이다. YF쏘나타 택시를 탈 경우 뒷좌석보다는 앞좌석에 앉는 게 편할 것 같다.
트립컴퓨터는 평균연비-순간연비, 평균속도, 누적그래프 등 수많은 정보를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다양한 편의 사양이 갖춰져 있는 반면 버튼류가 지나치게 복잡한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의 푸른 조명이 신선함을 줄 수도 있겠지만, 이날처럼 겨울에 날씨가 추울 경우 그렇게 달갑지는 않을 것 같다. 푸른 조명이 야간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센터 콘솔 박스는 2단 타입으로 NF쏘나타와 비슷한 크기다.
버튼시동장치를 통해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려고 발을 올리는 데 느낌이 이상했다. 가속페달의 끝이 바닥에 붙은 오르간타입이다. 캠리 등 다른 일반 차량과 달리 가속페달의 작동 방향과 밟는 방향을 일치시켜 드라이빙 중 느껴지는 페달 조작감을 높였단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캠리 등 다른 페달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가속페달에 정신을 빼앗겨 시동이 걸려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다시 버튼시동장치를 눌렀다. 그만큼 시동 후 정지 상태에서의 정숙성은 '정적' 그 자체였다. 그러나 다시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자, 여지없이 엔진 고유의 진동과 소음이 들렸다. SUV를 선호하는 기자는 그렇게 싫지 않았지만, 민감한 운전자는 약간 거슬릴 수 있을 것 같다.
핸들링의 경우 캠리에 비해 확실하게 묵직했다. 20~30대의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평탄한 안정성보다는 '손맛'을 선택한 것 같다. 3000rpm 이하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지만, 급가속 시 바로 치고 나가는 펀치력은 캠리에 비해 훨씬 부족한 느낌이 든다. 배기량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셈이다. YF쏘나타가 변속 충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변속 속도가 다소 느려진 탓도 있다.
서스펜션은 노면의 잔 충격이 그대로 느껴졌다. 캠리도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YF쏘나타가 좀 더 딱딱했다. YF쏘나타는 중형차 처음으로 '진폭 감응형 댐퍼' 시스템을 장착했다. 주행조건에 따라 서스펜션 댐퍼의 감쇠력을 부드럽게 혹은 든든하게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시스템이다. 코너링을 할 때도 캠리보다 묵직하고, 안정감을 준다. 안전장비로는 차체 자세 제어장치인 VDC(Vehicle Dynamic Control), 프런트 듀얼, 측면, 사이드 커튼 타입 에어백 등 6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
YF쏘나타의 스타일은 분명 파격적이다. 성능에 있어서도 한 단계 향상된 면모를 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바탕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캠리가 오랜 기간 소비자들로부터 검증을 받아 세계적인 '베스트 셀링카'로의 입지를 구축해왔듯, YF쏘나타 역시 그러한 과정은 필수적이다. 국내에서의 긍정적인 시각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먹히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YF쏘나타 2.4 출시되는 내년 1월 캠리와 진검 승부사실 그동안 쏘나타 시리즈에게 캠리를 따라잡거나 뛰어넘는 것은 '숙명'처럼 여겨져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출시된 YF쏘나타 2.0은 아직 캠리와 대적할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배기량 2000cc급 YF쏘나타와 2500cc급 캠리를 서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현대차가 캠리와의 '품질 비교 시승'이라는 도전장을 내민 것은 얼핏 보면 성급해 보인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내년 1월 출시될 예정인 배기량 2400cc급 YF쏘나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캠리를 YF쏘나타 2.0급으로 격하시켜 YF쏘나타 2.4의 완벽한 승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림수인 셈이다. 결국 현대와 도요타의 진정한 진검 승부는 YF쏘나타 2.4가 출시될 내년 1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종훈 현대차 압구정지점 차장은 "렉서스가 있는데도 도요타가 가격을 낮춰 캠리를 출시한 것은 정략적인 조치"라며 "사실상의 비교 시승을 하려면 내년에 YF쏘나타 2.4가 나와야 한다. 내구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캠리와 대적하는 데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시승회는 서울 압구정동과 학동, 영동지점 등 3개 지점에서 2일부터 12월 27일까지 8주간 상시 운영되며, 서울 반포지점을 시작으로 서울 5개 지점, 분당 2개 지점, 부산 해운대 지점 등 8개 지점을 순회하며 연말까지 운영한다.
이번 수입차 비교 시승에 참여를 원하는 고객은 홈페이지(
www.hyundai.com)를 통해 상세한 시승일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 또는 해당지점 시승 담당자와 통화 및 지점방문을 통해 시승을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