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우리 이렇게 말없이 흘러가자
가다가 발목이 시리면, 바위에 앉아 쉬어가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서로의 발목을 매는 족쇄도 되지 말자
자유롭고 넉넉하게 흐르자
여닫는 문지방은 좀 먹지 않듯이,
같이 가다가 갈림길 만나면,
서로의 팔을 놓아주자
마음을 닦고 닦아 맑은 거울도 되어보자
혼자서 가든 둘이서 가든
혹은 여럿이 가든 만나는 곳은 바다 !
물고기 떼 꼬드기는 눈웃음도 되어보자
그대, 물이 되어 기름처럼 떠돌지 말고
더 깊이 내려가 캄캄한 절망도 되어보자
우물도 고여 있으면 새 물이 솟아나지 못한다
흐르고 흘러 썩지 않는 깊은 바다가 되자
마음도 흐르지 않으면, 고인 물처럼 썩는다
덧붙이는 글 |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유수불부): '여씨춘추'에 나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