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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부산대 시간 강사 70여명 해고 이후, 비정규교수노조와 학생들의 기자회견 모습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부산대 시간 강사 70여명 해고 이후, 비정규교수노조와 학생들의 기자회견 모습 ⓒ 배성민

지난 8월 말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부산대학교 본관 앞에는 비정규교수노조의 천막이 있었다. 개강 전 학교 행정 측에서 비정규교수(시간 강사) 70여 명 해고를 통지하여 비정규교수노조에서 항의를 하기 위해 천막을 쳤던 것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비정규직법에 의해서 비정규교수를 해고하는 바람이 불었었다. 그래서 부산대 강사 70여 명의 해고 문제는 모든 지역 언론에서 핫이슈로 다루어졌었다. 학내 문제가 여러 지역 신문, 방송으로 퍼지자 부산대학교 측은 1일 노조와의 교섭을 통해 70여 명 모두 재고용하겠다고 하며 사건은 일단락 지어졌다.

하지만 그 당시 학교와 노조 측에서 체결된 것은 '올해 2학기 주 5시간 미만 강의시간 배정'으로 근본적인 비정규교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20대 전태일을 만나다> 전국노동자대회 실천단 '동행'에서 부산대학교 비정규교수노조 유윤영 분회장을 초청하여 비정규교수 문제에 대해 3일 부산대학교 성악관 101호에서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비정규교수는 교원이 아니다?

 부산대 비정규교수노조 유윤영 분회장
부산대 비정규교수노조 유윤영 분회장 ⓒ 배성민

헌법 제31조 제6항은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 사항은 법률로 규정한다. 그러면서도 헌법은 교원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 교원의 개념 정의를 법률에 맡기고 있지도 않다. 이는 헌법 스스로 교원에 대한 일정한 개념을 전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1980년 헌법과 현행 헌법은 교육제도와 교원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고등교육법 제14조 2항에서는 "학교에 두는 교원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총장 및 학장 외에 교수, 부교수, 조교수 및 전임강사로 구분한다'고 규정한다.

"교수 명칭이 총 18가지나 있는 거 아십니까? 교수, 부교수, 전임강사, 외래교수 등 18가지나 되는 교수들이 학교에서 정식 교원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근데 우리 시간강사들은 18가지에 속하지도 않습니다. 우리 학교 전체 수업을 시간 강사가 42%나(전임강사 38%, 나머지 교수 12%) 맡고 있지만 교수 명칭에도 들어가지 않고 교원도 아닌 게 시간강사의 현실입니다."

"고등교육법에 시간강사는 교원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법대로 하면 여러분 불법 강사에게 교육받는 겁니다. 실제로 교원이 아닌 사람은 학생들의 학점을 채점하는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현실은 다르죠? 저 같은 강사들이 학생들 수업 할 뿐만 아니라 학점 채점도 하잖아요. 학교에서는 교원도 아닌 우리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해서 학사 일까지 다 시키고 있는데 교원 지위를 부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과 현실이 정말 모순되는 거죠."

"시급 4만3천 원이면 최저시급 4천 원에 비하면 엄청 많은 거 아닌가?"

유윤영 분회장은 시간강사의 법적, 제도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난 후 학생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간담회에는 약 15~20명의 학생,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간담회에는 약 15~20명의 학생,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 배성민

"시간 강사 시급 얼마인줄 알아요?"
"최저 시급이 4천 원이니 뭐 한 만 원쯤 되지 않나요?"
"시급이 사립대는 3만4천 원, 국립대는 4만3천 원 정도입니다. 많아 보이죠?"
"이야 그럼 하루 8시간 근무에 30일 하면........ 이야 엄청 난데요?"

"시간강사 시급에 대해 이야기 하면 최저시급에 비해 10배 이상 되면서 왜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싸우냐는 의문이 생길 겁니다. 근데 보통 1주일에 강의를 9시간 밖에 안 합니다. 9시간 기준으로 따지면 연봉이 918만 원~979만 원 사이고 전임강사(평균 연봉 4123만 원)에 비하면 22~24% 수준에 불과합니다."

시간 강사의 시급 이야기를 들은 참가자들은 화들짝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듣고 있는 수업의 시간 강사가 이 학교 저 학교를 돌아다니며 수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분 선생님 중 수업 끝나고 급하게 교실을 빠져나가서 학교를 나가시는 것 본적 있죠? 그 분들 보면 대부분 한 학교에서의 연봉이 너무 작아서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일명 보따리 장사라고 들어보셨죠? 시간 강사 현실이 딱 보따리 장사꾼과 같은 겁니다. 쉴 틈 없이 매일 6시간 이상 강의하고, 집에 와서는 강의 준비하면 하루하루가 의미 없이 순식간에 흘러갑니다. 이럴 때 내가 인생을 걸어 한 공부의 성과가 이런 것인가 라는 회의감도 듭니다."

전화 한통에 채용과 해직이 결정되는 인생

비정규교수 한 학기 수업의 결정은 학과 조교에게 걸려오는 전화 한 통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여러분 학교에서 강의하는 시간 강사 선생님도 무슨 고용 계약서 쓰고, 수업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할 것 같지요? 한 학기 수업에 대한 건 오직 학과에서 걸려온 전화 로 결정됩니다. 학과에서 전화가 안 오면 이번 학기는 수업을 못하는 거죠. 또 다른 자리 찾아 부랴부랴 뛰어다녀야 합니다."

대학 강사는 이와 같이 단순계약직으로 보통 6개월 미만을 기본으로 하는 계약이 끝남과 동시에 어떠한 사회적 보장(고용보험 등)도 받지 못하고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리고 채용 과정도 학과 조교의 전화 한통으로 수업과 채용이 결정이 되는 등 비공개적인 절차로 행해지고 있다.

"대학사회를 민주화 시키는 길이 비정규교수와 학생들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유윤영 분회장이 약 1시간 가량 강의를 마친 뒤 실천단 '동행'에서 활동하는 정유진 단원이 질문을 했다.

 부산대 특수교육학과에 재학중인 실천단 '동행' 정유진 단원의 질문하는 모습
부산대 특수교육학과에 재학중인 실천단 '동행' 정유진 단원의 질문하는 모습 ⓒ 배성민

"선생님 강연 잘 들었습니다. 비정규교수의 문제가 학생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비정규교수의 문제가 우리들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정유진 단원

"시간강사의 노동환경 개선은 학생들 수업환경을 개선하는 길입니다. 시간 강사가 법적으로 교원 지휘를 회복하고 안정된 임금과 처우를 받고 수업을 하면 수업 질이 더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근데 이것만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공감하고 대학사회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학사회를 민주화시켜야 합니다. 현재 대학은 학생들 의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의 1주체이지만 학교 행정측은 모든 일에 대한 결정을 학생들에게 통보하고 있습니다. 즉 1주체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거죠. 이런 현실은 저희 시간 강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강의하고 학사 업무를 하지만 학교에서 1주체로 대접 못받는 저희와 학생들은 똑같지 않습니까? 그래서 시간강사와 학생들이 연대해서 이런 대학 사회를 민주화 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녁 7시에 시작한 간담회는 밤 9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전국노동자대회 실천단 '동행'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다음은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주최하는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강연회에 대한 기사이다.

 부산 택시연합노조 황주철 위원장
부산 택시연합노조 황주철 위원장 ⓒ 배성민

11월 3일엔 비정규교수노조 뿐만 아니라 부산 택시연합노동조합 간담회도 진행되었다.

부산 택시연합노조 황주철 위원장님은 "택시 노동자는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도 최하급의 노동조건에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에 주 60-70시간으로 평균 노동시간의 배가 넘지만 평균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노동조합이 회사와 결탁을 하면서 우리를 대변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조를 만들고 우리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에 가장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부산 택시연합노조를 건설하였습니다"라고 말하며 택시노동자 문제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용산 철거민 등의 사회 약자 문제에 대해서도 학생들에게 연대를 요청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비정규교수#시간강사#전국노동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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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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