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 선언으로 전 지역이 요동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꿈이 물 건너갔다"며 충청권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민심도 들끓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두 부류다. 세종시 백지화에 대한 긍정과 부정, 적극 보도와 소극 보도로 구별된다. 특히 지역신문과 서울에서 발행되는 보수신문의 간극이 너무도 극명하다.
전국지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지역문제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서울공화국 만세'를 외치며 성난 지역민심을 자극시키는 듯한 보도행태가 얄밉다. 지역신문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약탈적 판촉과 불공정 거래행위 등 판매시장에서 불·탈법을 밥 먹듯 하는 신문들이다.
미디어법 졸속처리, 4대강사업 강행에 이은 세종시의 사실상 백지화 선언은 그동안 지역마다 큰 기대를 가져왔던 혁신도시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며 공분하고 있다. 성난 민심은 일파만파로 전 지역에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면에 투영된 환경감시와 상관조정 기능에서 읽힌다.
[충청] "MB는 대선후보시절 주민과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여기는가?"
6일 <충청투데이> 3면 기사가 흥미롭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당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행정기능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행정기능 중심으로 육성" 이대통령 후보당시 약속'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신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대전을 방문하기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세종시 수정론이 굳혀진 가운데 당시 원안추진을 약속했다"며 "이 대통령의 신뢰도 및 국정철학과 맞물려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행정기능'과 함께 과학-산업-문화 등의 기반시설이 함께하는 자족능력을 갖춘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기사는 이어 "정부 여당이 최근 정부부처 이전이 골자인 '행정' 기능을 제외하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려는 움직임과 달리, 당시에는 행정을 중심에 놓고 과학과 산업, 문화 등의 자족기능을 보강하겠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 신문은 기사에서 "이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3월 20일 충남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가 행정도시건설청장과 본부장을 바꾸지 않는 것은 행정도시의 지속적인 추진을 말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고 재차 못 박았다.
<대전일보>는 하루 앞선 5일 '7년 2개월 공든 탑 무너지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험난한 길을 걸어온 세종시 추진과정을 돌아보며 앞으로도 험난할 길을 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2년 9월 이후 신행정수도가 추진된 이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행정도시로 추진됐다. 그러나 7년 2개월여 만에 행정기능이 배제된 자족기능 도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부터 최종안 발표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는 끝내 "첨예한 갈등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연결될 수 있는 '뇌관'"이라고 경고했다. <중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대통령은 대선 때의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세종시 수정 공식화 거둬들여야'란 제목의 사설은 "정 총리가 불을 지핀 세종시 논란은 여야 갈등 및 여여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다"며 "대통령은 대선 때의 약속을 지키고 총리는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충청권과 다수 국민의 뜻"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영남] "세종시 문제, 충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역의 문제다"
세종시 논란의 불똥이 혁신도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 지역에서도 높게 일고 있다. <경남도민일보>가 예리하게 짚었다. 5일 '세종시와 MB 정부·한나라당'이란 제목의 기자칼럼에서 "세종시 문제는 충청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한마디로 "웃긴다"고 표현했다.
"경상의 문제이고 호남의 문제이며, 진주 혁신도시의 문제다. 서울과 지방의 문제다. 애초 세종시는 행정의 효율성보다는 국가 균형발전이 중심이었다. 커지기만 하는 서울·수도권을 다이어트하고 지방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그때 그것을 알고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인제 와서 정부 부·처 대신 기업이나 대학을 가져다 넣어 '명품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웃긴다."
6일 '후보지 결정은 보편적 원칙에 따라야'란 제목의 사설서도 이 신문은 "세종시 때문에 정국이 몸살을 앓고 국민적 괴리감이 큰 마당에 혁신도시마저 약속이행이 안 되면 정권의 부담감이 예사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부산일보>도 사설 '원점으로 돌아간 세종시, 기본 취지 훼손 안 된다'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법에 따라 진행중인 국책사업을 흔들면서도 사과와 해명도 없다"며 "정부는 세종시 수정 방침을 공식화하면서도 구체적인 밑그림도 없이 시간표만 밝힌 상태다"고 비난했다.
사설은 또 "자족도시로 성장하기 어려우니 행정도시로서의 기능을 축소·백지화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며 "중앙 부처는 내려오지 않으면서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 등을 유치하겠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세종시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마련된 국가정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제신문>도 이 문제를 그냥 간과하지 않았다. 이날 사설 '민관위원회 세종시 수정안 기대할 게 있겠나'에서 "그동안 누차 밝혀 왔듯이 세종시 계획의 변질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미 참여정부 때 세세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여야가 합의한 것을 이제 와서 뒤집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을 향한 쓴 소리도 쏟아냈다.
"이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일 뿐 아니라 수차례 확약을 한 사업이다. 특히나 특별법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이를 어기겠다는 건 초법적 발상이다. 여당의 내부합의나 야당과의 사전 논의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수정해서는 곤란한 일이다."
[호남] "땅과 돈이 모두 수도권 위주로 흘러가면 좋겠는가?"
<광주일보>는 5일 사설에서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를 비난했다. '정 총리 세종시 해법 너무 무책임하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세종시 수정은 뜬 구름 잡기"라고 일축했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보완방안의 윤곽이라도 밝혔어야 했다는 논리다.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세종시의 해법은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게 순리다. 또한 대통령이 세종시에 관해 뭔가 특별한 구상이 있다면 당당하게 그 구상부터 밝히고 국민을 설득해야 옳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정치권은 물론 나라 전체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감당하게 될 것이다."
사설은 "세종시 수정 공식화로 앞으로 논란은 더욱 증폭돼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게 뻔하다"고 덧붙이며 "국론분열과 갈등의 심화가 걱정"이라고 탄식했다. <무등일보>는 4일 '세종시·혁신도시는 한 몸'이란 제목의 데스크칼럼에서 정부가 세종시 원안 수정에 집착을 보이고 있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을 등에 업고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지방이전에 뜸을 들이고 있다. 이같이 미적거리는 정부 정책에 편승, 공기업도 지방으로 못가겠다고 버티고 있다. 현 정부는 '효율과 경쟁'의 논리를 내세워 골리앗(수도권)과 다윗(지방)의 싸움에서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골리앗의 손을 들어 주고 있다."
칼럼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각종 정부지원금 수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땅과 돈이 모두 수도권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세종시 원안 추진과 차질 없는 혁신도시 건설이 필연적이라는 논리가 가득하다.
[강원·제주] "혁신도시, 국책사업 추동력 더욱 약화될까?"
세종시 논란을 바라보는 강원과 제주지역도 심기가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 균형발전 퇴행과 지역 국책사업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는 5일 '세종시 논란, 균형발전 퇴행하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참여정부 5년 내내 숱한 논란을 거듭했고 결국 여·야합의를 거쳐 확정된 세종시 문제가 실행과정에 다시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당장 혁신도시 차질을 우려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 문제가 정체와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혁신도시와도 연동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안 마련과 정치권의 논의를 거치는 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혁신도시의 추동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논란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읽혀진다. 그런가 하면 제주지역에선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정부의 지원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제민일보>는 6일 '주목되는 해군기지 건설 지원방안'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를 의심했다. "신공항 건설이 언제 이루어질지 요원한 상황에서 자칫 제주도만 부담을 안을 우려를 낳고 있다"며 "지역발전계획 지원근거도 알맹이가 빠질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예에서 보듯 '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아니고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확정될 경우 중앙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쉽지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라고 사설은 덧붙였다.
[경향·한겨레] "법 예사로 뒤집는 '행정 독재'...균형발전 어디 갔나"
지역신문들이어서 그렇다 치자.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 소위 전국지들이 쏟아내는 의제속엔 점점 퇴색해져만 가는 세종시와 지역균형발전의 빛이 어떤 색으로 묻어날까. 극명하게 갈린다. 소극적인 색과 적극적인 색, 부정과 긍정의 색깔 두 부류다.
세종시 논란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한 곳은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이 두 신문은 정 총리의 세종시 수정계획 발표 이후 연일 문제점을 톱기사 또는 사설로 다루고 있다. 5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이 대통령 '세종시 수정' 공식화', '이 대통령, 세종시 원안 백지화'로 각각 뽑았다. 정부와 대통령을 겨냥한 두 기사는 균형발전이란 큰 틀에서 문제점들을 짚었다.
<경향>은 6일에도 1면 머리기사 '세종시 본질 '균형발전' 어디갔나'에서 "정부가 세종시 계획 수정을 공식화하면서 근본정신인 '국가 균형발전' 원칙이 사라지고 있다"며 "충청권의 중추기능(행정) 도시건설에 따른 주변 영·호남권의 인구·생산력 증가와 수도권 과밀화 해소 등의 파급효과는 상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5일 '국회가 만든 법 예사로 뒤집는 '행정 독재''란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이런 말은, 지난 2005년 국회에서 제정되고 그 뒤 몇 차례 개정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무력화한 것이다"며 "정부는 법 개정 전까지는 이를 따라야 하며 정 총리 스스로도 '정부로서는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을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하는 게 기본 책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조중동] "세종시, 다른 지역도 같이 이익 되는가? 포퓰리즘..."
보수신문들은 대조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동아일보>는 6일 사설 '세종시, 계획대계획 국민득실계산서 놓고 싸우라'에서 "세종시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약속' '대계' '배신'과 같은 온갖 수사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원안대로 세종시에 총리실과 9부 2처 2청이 옮겨가면 충청권에도, 다른 지역에도 같이 이익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가뜩이나 성난 충청민심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원안고수' '약속' '신뢰정치' 등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동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중앙일보>가 가세해 힘을 보탰다. <중앙>은 6일 '김영희 칼럼'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평상시 지녀온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원칙에 갇힌 박근혜'란 제목의 칼럼은 박근혜 의원을 향한 충고와 주문이 가득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박근혜 의원의 태도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며 "나라의 지도자에게는 국민에게 한 약속이 잘못된 것이었고, 따라서 그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는 버리는 것이 압도적으로 국가이익에 맞는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주저 없이 약속을 깨고 국민에게 그런 사정을 설명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 부처의 일부가 옮겨가는 행정수도와 비슷해야 세종시가 성공한다는 생각은 반경험적이며 혹평하자면 지역정서에 호소하는 포퓰리즘"이라고 한 이 글은 "박근혜 의원이 큰 정치인으로 전국적인 지지를 받으려면 대의와 국가이익을 위해 필요하면 원칙을 버리는 도덕적 용기, 약속을 깨는 변절의 용기를 가진 후퇴의 영웅이 돼야 한다"고 충고도 했다.
지난 10월 22일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충북민언련)이 모니터링 한 논평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논평은 'MB도 조중동도 원하지 않는 세종시'라고 제목을 뽑았다. 충북민언련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전국지, 특히 조중동을 이렇게 꼬집었다.
"전국일간지들은 세종시 수정론이 불가피하다는 논지를 펴나가면서 충청도민들의 상처난 자존심만 회복시켜준다면 별 문제 없을 거라고 자신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며, 여야가 합의한 법대로 진행되는 사안임을 강조한 것은 <경향>과 <한겨레> 밖에 없었다.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 반대론을 거세게 펼쳤던 보수신문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도 행정기능을 빼야 한다는 데에 입장을 같이 했다."
"노무현 후보가 씨를 뿌리고 노무현 정부가 물을 줘 키웠다?"
충북민언련은 "<조선일보> 9월 21일자 사설 '"세종시 원안 추진 문제 있다"는 정 총리후보 발언에 대해'를 예로 들며 <조선>의 반 노무현 정서가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세종시 건설은 노무현 후보가 씨를 뿌리고 노무현 정부가 물을 줘 키웠다. 노무현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 '수도 이전' 공약으로 충청권 득표율을 올리는 데 성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04년 수도 이전이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위헌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통일·외교·국방·법무부 등을 뺀 중앙 정부부처들을 이전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때를 맞춰 <동아>와 <중앙>은 한술 더 떠 세종시의 유령도시화를 우려했다. <동아>는 10월 1일 사설 '세종시 원안=충청이익 고정관념 탈피해야'서 "(세종시를) 원안대로 진행할 경우 45조원의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서도 9부2처2청의 이전에 따른 엄청난 행정 비효율을 낳고 유령도시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중앙>도 10월 15일 사설 '세종시, 당당히 대안 내놓고 설득 나서라'에서 " 당초계획대로 정부 부처를 옮기는 것만으로는 유령도시를 만들 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신문은 일찍이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는 것은 정부의 효율성을 해치고 충청권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아쉬울 땐 세종시 원안건설을 약속해 놓고 시간이 흐르면서 탐탐치 않게 생각하는 MB와 조중동 간의 상관관계를 새삼 가늠케 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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