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와 숙명여대가 주최하고 대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제4회 교보숙명독서토론대회가 숙명여대서 진행중이다. 7일 32강전을 치른 대회는 14일 16강전~결선을 끝으로 9월 초부터 시작된 대회 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
32강전이 열린 7일 숙명여대 명신관은 긴장된 분위기였다. 결코 만만치 않은 준비과정과 두 차례의 예선을 통과한 학생들이 대회 참가를 위해 모여들었다. 최근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항상 볼 수 있는 손소독제도 비치돼 있었다. 9월에 행사의 일환으로 준비됐던 독서캠프는 신종플루 우려로 인해 온라인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 주제, 지정도서 바탕한 교육토론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이번 대회에서는 최근 직면한 경제위기와 더불어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성찰과 대안을 함께 짚어보는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주제와 관련해 지정된 두 권의 책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옹호측과 반대측으로 나누어 토론한다. 올해 고등부 지정도서는 리처드 세넷의 <뉴캐피털리즘>과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이며 대학부 지정도서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와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다.
토론방식이 독특한데, 흔히 연상하듯 주어진 논제에 대해 찬반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논제 자체부터 참가자가 제시해야 한다. 독서토론의 특성상 철저하게 지정도서의 내용에 기반해야 하고 그로부터 각 팀이 직접 텍스트 논제와 심화 논제를 뽑아내어 제시하게 된다. 따라서 텍스트를 충분히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읽는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엄격한 시간제한에 의해 발언이 이루어지며 논제제시와 반론, 확인조사, 재반론과 재옹호로 이어지는 게임 순서를 따르기 때문에 발언의 논리적 구성력 및 표현력 또한 종합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사회자는 따로 없고 도우미가 시간경과를 알려준다.
수상보다 준비 과정에 방점을
대회 참가자들은 결과를 떠나 준비과정에서 큰 공부가 되었다며 입을 모은다. 허미연(23, 숙명여대) 씨는 "결과에 상관없이 준비하면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어 좋았다. 인문학부여서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경제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게 됐다."며 성취감을 드러냈다. 오윤근(24, 연세대) 씨 역시 "쉽지 않은 책인데 정독하면서 공부가 많이 됐다"며 처음 참가한 토론대회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독서습관을 유도하고 토론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대회의 취지가 원만히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
교내 토론 동아리 활동으로 연 4-5회 다양한 토론대회에 참가해 왔다는 오현태(25, 성균관대) 씨와 김태형(24, 성균관대) 씨 역시 "흔히 치러지는 정책토론대회와 달리 이 독서토론대회는 텍스트논제와 심화논제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워서 준비량이 많았다. 결과는 낙방이지만(본선의 결과는 대회 후 바로 발표된다) 그래도 과정에서 배운 것이 많다"고 소회를 표현했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준비과정에 대학부 도전자는 그닥 많지 않다.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신희선 교수의 말을 참고하면, 상당한 액수의 상금이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직결되지 않는 탓인지 대학부 참가팀은 매년 제자리로 100팀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고등부는 입학사정관제 시행 등의 여파로 증가 추세에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300팀 이상이 참가신청했고 1차 예선을 통해 동점자 포함 105팀이 추려졌다. 취업과 관계 없이 새로운 배움의 기쁨을 얻고 싶은 학생들, 혹은 수백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기업체 공모전보다 토론대회가 참신한 '스펙'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학생들이 참가하기를 추천한다. 2차 예선에서 떨어졌던 기자 역시 느낀 것처럼, 수상에 관계 없이 분명 학과공부와는 또다른 특별한 배움의 기회가 된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대회 공고는 매년 여름 방학 중에 나간다. 참가비는 1만원이며 2인이 1팀을 구성하여 홈페이지(
www.kyoboread.com)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지난 대회의 결과 및 결선 영상도 나와 있으니 참고 가능하다. 고등학생은 1,2학년만 참가할 수 있고 대학생은 휴학생 포함 모두 신청가능하다. 1차 예선은 개인의 독서능력 수준을 측정하는 'READ 독서력 검사'를 통해 상위 100개 팀을 가려내고, 2차 예선인 논술문 심사를 통해 본선에 올라갈 대학부, 고등부 각각 32개의 팀을 최종 선발하게 된다. 본선은 32강 서바이벌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승은 독해능력, 논증분석 및 재구성능력, 내용에 대한 비판 및 현실적용능력, 문제해결능력 및 합리적 의사소통능력 등 독서 및 토론에 대한 모든 요소들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팀으로 결정된다.
올해 대회 과정의 마침표를 찍는 결선은 11월 14일 숙명여대 진리관 중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며, 표정훈 도서평론가와 강수돌 고려대 교수의 초청강연회도 마련돼 있다. 결승전 후에는 청중 독서퀴즈대회를 통해 정답자에게 도서상품권을 수여한다. 우수한 토론평가서를 제출한 청중에게도 추후심사해 도서상품권이 주어진다.
문의: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02-710-9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