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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녕군 이방면~합천군 덕곡면 사이의 낙동강정비사업 20공구에 들어설 가친 '합천보'의 모형이다.
경남 창녕군 이방면~합천군 덕곡면 사이의 낙동강정비사업 20공구에 들어설 가친 '합천보'의 모형이다. ⓒ 경상남도

이명박 정부가 오늘(10일) 4대강 살리기 '삽질'을 시작한다. 4대강 삽질은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 말처럼 "4대강 사업은 국가 재정법, 하천법, 환경정책 기본법, 수자원 공사법 등 4개 법을 위반하는 사업"이고, 634㎞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을 넉 달만에 도깨방이 방망이 두드리듯 환경영향평가를 끝내버린 것에 대한 비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불도저도 이런 불도저가 없다.

 

그 동안 4대강 사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던 서울대 이준구 교수(경제학)가 "속전속결로 공사를 해치우려 서두는 바람에 역사의 심판이 내려질 시간도 그만큼 앞당겨진다는 사실이 하나의 위안이라면 위안일 수 있다"면서 다시 한 번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준구 교수는 9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4대강 사업 - 그예 삽을 뜨려 하는가?> 제목 글에서 넉 달만에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환경부에 대해 온 나라의 "생태계를 헤집어 놓을 만한 잠재적 파괴력을 가진 거대 토목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불과 네댓 달 안에 끝났다니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면서 "환경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짜고 치는 고스톱'의 일원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라면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고 비판했다.

 

또 "사업 종료시 4대강 유역 수질이 모두 개선된다는 평가 결과를 보면 이미 내려진 결론에 짜 맞춘 환경영향평가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면서 "수질 개선이란 측면에서 4대강 사업을 평가하면 100점이라는 뜻인데, 100점이란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수학에서도 맞기 힘든 점수가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결과처럼 백보 양보해 수질이 개선된다고 해도 "수질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생태계 그 자체에 미칠 영향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 읽을 수 있는 생태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안이함 그 자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해 생태계 교란에는 관심이 없는 정부를 비판했다.

 

환경부가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내놓은 대책인 "돌무더기나 자연굴 같은 소규모 서식지를 만들어 야생동물에게 산란장과 은신처를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는 한 마디로 "동화에나 등장할 법한 수준이라"면서 "생태계에는 교란 그 자체가 심각한 위협이며, 생태계의 미묘한 균형이 깨질 때 어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빚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은 전혀 안중에 없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어 "현 정부 출범 초기에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존재'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다. 2009년 10월 착공 예정이라는 시간표에 맞춰 정부 입맛에 딱 들어맞는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를 내놓은 환경부를 보면서 그 말을 새삼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며 "설사 윗사람의 미움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할 말은 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고 말해 최고 권력자들이 4대강을 밀어붙인다고 환경을 지켜야 할 환경부가 넉 달만에 환경영향평가를 끝내버린 것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4대강 사업을 가로막고 있었던 모든 법적, 제도적 장애물은 말끔하게 제거된 상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지금 이 단계에서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역사의 심판뿐이다. 4대강 사업이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인지 아니면 결코 해서는 안 될 토목공사인지는 머지않은 장래에 명백하게 판가름이 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속전속결로 공사를 해치우려 서두는 바람에 역사의 심판이 내려질 시간도 그만큼 앞당겨진다는 사실이 하나의 위안이라면 위안일 수 있다"고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여 4대강 삽질을 시작했지만 그 삽질로 말미암아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희망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서 4대강 사업으로 간판을 바꿔 단 지 불과 1년 만에 단군 이래 최대라는 거대 토목공사의 준비를 모두 마쳤다"면서 "이제는 나 같은 백면서생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보았자 귓가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고 말해 4대강 반대론자들 말에 귀를 아예 닫아버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4대강 삽질을 밀어붙이는 "그들은 지금 승리에 도취해 첫 삽을 뜨기만을 고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머지않아 역사의 심판대 위에 서게 될 것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면서 글을 맺었다.


#4대강#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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