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전태일을 만나다]전국노동자대회 실천단 '동행' 은 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 하루 전인 7일 부산 대연-우암 빈민공동체에 모였다. 7일 대연-우암 빈민 공동체에서는 지난 2주 동안 실천단 '동행' 이 했던 활동을 정리하고, 빈민 공동체 주민들과 함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삼동동문회 아니가?"대연-우암 빈민공동체에 도착해서 먼저 짐을 풀고 각 대학에서 온 단원들 간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천단 '동행' 이라는 같은 이름을 쓰고 활동을 했지만, 경주 동국대 단원과 부산지역 단원들과 만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7일 처음 보는 얼굴도 많았다.
대연-우암 공동체 주민들과 영화를 보기 전에 실천 단원들이 각 학교에서 얼마나 열심히 활동했는지를 확인하고 서로 친목을 다지는 골든벨 게임을 했다. 골든벨 문제는 전태일 평전과 실천단 '동행' 이 활동했던 내용을 토대로 문제가 출제되었다. 골든벨을 울리는 1등에는 문화 상품권 1 만원, 2등과 3등에는 문화상품권 5 천원의 상품이 걸려 있었다.
"(사회자) '바보회' 의 활동이 뜸해진 이후, 1970년 9월 16일 '바보회'를 기초로 조직된 단체는?""자 다들 쓰셨습니까? 답을 들어주세요!""삼동회, 삼동친목회까지는 맞습니다. 근데 삼동 동문회는 뭔가요?""(폭소)삼동동문회도 답 아닌가? 그냥 맞다 해주지...""하하 저도 맞다 해주고 싶은데 동문이 모인 모임은 솔직히 아니잖아요? 탈락! 패자부활전을 기대하세요!"총 30문제가 출제되어 11명 중 최종 문제에서 2명이 남게 되었다. 마지막 문제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직종에 대해서 쓰는 문제였다.
"(사회자)마지막 문제는 정말 초고난도입니다. 긴장 하세요.""특수 고용 노동자의 직종에 대해 서술하시오. 많이 적는 사람이 골든벨을 울리는 겁니다.""(참가자들이 어리둥절 하자 당황한 사회자는)여러분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사장님 나이스 샷! 골프장에서..."힌트를 주었지만 남은 참가자 2명 중 1명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골프장 캐디와 화물운수노동자를 적은 김영남 단장이 골든벨을 울리게 되었다. 김영남 단장은 수상 소감으로 "동국대에서 열린 개청춘 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기로 했는데 상품을 미처 준비 못 해 뽑힌 분에게 드리지 못했다. 이 상품권을 그분께 드리겠다" 라고 하며 골든벨은 마무리되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골든벨을 마친 후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대연-우암 빈민공동체 주민들과 함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함께 감상하기 위해 마을회관으로 모였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영화제를 빛내기 위해 부산대 노래패 '해오름'에서 사전 공연이 있었다. (해오름은 민중가요를 부르며 노래 가사처럼 사회적 실천을 하고자 하는 동아리이다.) 해오름에서는 민중가요 '이길의 전부'와 '손' 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주민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영화는 김영남 실천 단장의 발언으로 시작 하였다.
"(김영남 단장)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여기 계신 대연-우암 공동체 주민들과 전태일의 삶과 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 던 주민 분들의 진솔한 얘기도 듣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저희가 준비한 영화 잘 보시고 많은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전태일의 죽음 안타까워..."
영화는 전태일 열사의 삶에 대한 내용(홍경인)과 열사의 죽음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문성근)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영화는 흑백화면으로 보여주었고,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시대의 탄압에 맞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컬러화면으로 보여주었다.
영화를 본 이후 학생들과 대연 우암 공동체 주민들이 함께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사회자)영화 잘 보셨죠? 먼저 대연-우암 주민 분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박차연 마을 총무 - "전태일과 같이 세상의 문제에 대해서 저항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70년대 당시에 비하면 지금은 조금 나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보고 내 자신을 내놓을 수 있는 마음가짐부터 먼저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도 투쟁(철거 투쟁)을 하고 있지만 자칫 철거투쟁은 나 자신만을 위한 싸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투쟁이 나 자신만을 위한 투쟁이 아닌 우리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싸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황삼규 부위원장- "어린 나이에 자신의 몸을 죽이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어린 청춘의 죽음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노동착취, 노동조합 탄압 등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주민 K씨 - "이 영화를 보고 내가 어릴 때 몹시 어렵게 살았던 생각이 나더라. 한 두 푼 벌기 위해 전태일처럼 신문팔이, 우산 팔이, 공장 등 안 가본 데가 없다. 참 어렵게, 살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그 당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건 가난밖에 없었다. 있는 놈들은 배부르게 살고 우리 같은 서민들은 열심히 일해도 가난했다. 참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전태일 열사가 원했던 것은 열심히 일하는 우리, 즉 노동자들이 잘사는 세상이다."손이헌 위원장 -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용기가 무엇인가, 성공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는 자기 잘못을 반성하는 것, 실수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부당한 권력에 저항 하는 것, 약자의 아픔을 가슴속 깊이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공이라는 것은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전태일 열사는 성공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자기 한 몸을 버리며 세상의 부조리를 알리고 그것이 하나의 정신이 되어 현재에도 미친 것은 사실이나, 살아서 그럴 수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살아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계속했더라면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이 크다. 하지만 전태일은 매우 용감한 사람이고 그 용기를 살아남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
주민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실천 단원들의 얘기도 이어졌다.
실천단 Y씨 - "전태일 평전을 처음 접한 건 중학교 때이다. 작가 이름이 조영래씨 이길래 조영남이랑 연관되는 줄 알고 재미 삼아 봤었다. 그 당시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분신한 위인 같은 인물로만 생각 하며 별생각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에 영화를 통해 다시 전태일 열사를 만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흑백 장면을 전태일 열사의 삶, 컬러 장면을 전태일 죽음 이후의 사람들의 삶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컬러 장면이 말해주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부당한 권력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은 계속 된다는 것이다."실천단 L씨 - "전태일 열사의 분신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지난 1일 솥발산 열사 묘역을 참배한 적이 있는데 90년대 2000년대에도 전태일 열사와 같은 열사들이 있었다. 이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전태일 열사가 염원했던 세상이 오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이소선 여사의 강연이 생각이 난다. 그 때 대학생들이 노동자들과 꼭 함께 해야 한다는 말씀이 이 영화를 보니 다시 한 번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다. 이소선 여사의 말처럼 우리 대학생들이 부조리에 맞서 사회적 약자와 손을 잡고 함께 싸워나갔으면 좋겠다."실천단 '동행' 은 대연-우암 공동체에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영화 감상을 마치고 실천 단원들과 간단히 다과회를 했다. 다과회를 마친 후 각자 집으로 가지 않고 공동체 마을회관에서 하루를 묵고 8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서울로 출발하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