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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이 10일 오전 서울 동숭동 경실련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안입찰 방식으로 지난 5년간 2조원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이 10일 오전 서울 동숭동 경실련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안입찰 방식으로 지난 5년간 2조원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밝혔다. ⓒ 선대식

이명박 정부 들어 건설업체 퍼주기로 알려진 '턴키 입찰 방식'과 유사한 '대안 입찰 방식'이 크게 늘어 대형건설사에 제공된 특혜 규모만 9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 1992년 신행주대교 붕괴사고 이후 폐지된 대안 입찰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시에 재도입된 후,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은 10일 오전 서울 동숭동 경실련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 자체만으로 예산 낭비이자 대형건설회사에 특혜를 주는 대안 입찰제도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턴키'보다 더 나쁜 '대안 입찰'... 지난 5년간 2조 원 낭비

 

대안 입찰은 공공기관이 설계를 완료한 후, 입찰참여 건설업체 중 더 좋은 설계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업체에게 사업권을 주는 제도다.

 

대안 입찰은 낙찰률(예산 대비 실제 계약금액의 비율)이 가격경쟁 방식인 최저가낙찰제보다 30%p 이상 높다는 점에서 턴키 입찰(한 회사에 설계와 시공을 모두 맡기는 방식)과 비슷하지만, 중복 설계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턴키 입찰보다 예산 낭비가 더 심하다. 

 

양혁승 경실련 정책위원장(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은 "설계능력이 뛰어난 대기업 위주로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담합이 쉽게 이뤄져, 대형건설업체에 많은 특혜가 돌아가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밝혔다.

 

지난 5년간 대안 입찰로 발주된 사업을 살펴보면, 건설사들의 가격 담합에 따른 예산 낭비와 건설사 특혜 규모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지난 2005년부터 중앙·지방정부와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 산하 5개 공기업의 대안입찰 사업 발주는 모두 71건으로 예정 예산 규모는 7조 8531억 원에 이르렀다. 여기에 평균 2.7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모두 6조 7820억 원에 실제계약이 체결됐다.

 

이들 대안입찰 발주 사업의 평균 낙찰률은 86.4%. 이 사업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최저가낙찰제의 낙찰률(60.9%)을 적용할 경우 계약 금액은 4조 7825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저가낙찰제 대신 대안입찰을 선택함으로써 1조 9995억 원이 낭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건설업체에 대한 특혜 규모가 2조 원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공공기관의 당초 설계안이 낙찰업체의 설계안으로 변경됨에 따라, 공공기관의 설계 비용과 입찰 탈락업체에 제공하는 설계보상비 등 모두 2219억 원이 더 낭비됐다"고 전했다.

 

MB정부 들어 늘어난 대안 입찰, 극심해진 예산 낭비·건설사 특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가 대압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은평뉴타운.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가 대압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은평뉴타운.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크게 일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대안 입찰 건수가 늘어나고 낙찰률이 높아져 예산 낭비와 건설사 특혜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있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이명박 정부 1년 6개월 동안 대안 입찰로 낭비된 예산이 9110억 원으로, 참여정부 3년 치 낭비 예산(1조 885억 원)에 근접한 수치"라고 밝혔다.

 

경실련이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부터 2009년 6월까지 중앙·지방정부와 국토부 산하 5개 공기업의 대안 입찰 발주 28건(예정예산 규모 3조 6740억 원)을 분석한 결과, 실제 계약금액은 3조 1485억 원으로 낙찰률은 85.7%였다.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한 추정 계약 금액이 2조 2375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9110억 원이 낭비된 것이다. 특히, 중앙·지방정부의 대안 입찰 발주 사업의 낙찰률은 92.9~95.2%로 참여정부 때(87.6~87.9%)보다 5~8%포인트 높아, 예산의 낭비가 더욱 컸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04년, 대안 입찰 제도가 10여 년 만에 재도입되는 등 이명박 대통령과 대안 입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특히, 당시 서울시가 발주한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사업에서 건설업체 간의 가격 담합이 벌어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이 사업의 6개 공구 사업은 모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대형건설업체 6곳이 낙찰 받았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업체의 담합행위를 조사한 결과, 6개 업체 모두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모두 221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뿐 아니라,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은평뉴타운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재직 시절, 대안 입찰로 발주된 것이다.

 

양혁승 경실련 정책위원장(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은 "이명박 정부는 예산 낭비와 담합을 조장하는 대안 입찰을 즉각 폐지하고, 국민에게 약속했던 가격경쟁제도의 확대 시행 약속을 당장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향후 경실련은 감사원·공정위·검찰·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이들 사업에 대한 감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대안 입찰#건설사 특혜#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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