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주시 삼천2동은 모퉁이 방죽(현 거마공원)과 맏내천의 물줄기를 바탕으로 거마평이라는 기름진 평야와 야트막한 야산을 가진 풍요로운 동네였다. 모악산과 중인리지역의 주민들이 남부시장을 가기 위해 꼭 들러야 했던 거마평마을은 어느 누구라도 말에서 내려 마을 좌상영감에게 인사를 올린 후 걸어가야 할 정도로 위세가 강했던 곳이다. 그래서 하거마(下車馬)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하거마의 윗마을은 자연스럽게 상거마(上車馬)로 불렸다.
그러나 넓은 평지(거마평)와 야트막한 야산으로 이뤄졌던 삼천2동 지역은 급박한 도시화 과정에서 1980년대 획일적인 개발로 마을별 특성이 사라지고 말았다. 짧은 기간에 이 지역이 대부분 아파트와 주택단지로 변해 버려 과거의 정취를 느낄 수 없게 돼버린 것.
이런 시점에서 전주 삼천문화의집이 삼천2동의 과거와 현재,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첫 번째 작업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이야기지도를 제작해 화제다.
삼천2동 이야기지도는 거마평이었던 원래의 모습에 현재의 삼천2동 모습을 중첩시켜 사라진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을 연결하는 형식을 택했다.
이야기지도를 통해 모퉁이 방죽을 메워 만든 거마공원의 맹꽁이가 사는 습지, 거마평의 위세를 말해주는 하거마마을과 맏내천마을의 용기, 이 지역이 야산이었음을 말해주는 삼천남초등학교 옆 작은 공원의 소나무 한그루, 막걸리 골목의 원조인 공판장 앞에 있던 왕대포집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삼천2동 이야기지도 제작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참여와 함께 개발 이전에 거주했던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 정보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민조사원들은 성황당이 있던 자리는 한의원이 들어섰고, 모퉁이방죽은 거마공원이 되었고, 성심여중 뒤에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기와집이 있으며, 남초등학교 옆의 소나무가 개발 이후에도 유일하게 남아있는 나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희미하게 남아있는 과거의 흔적을 이야기와 함께 지도에 표시하면서 삼천2동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었던 것.
삼천2동의 재미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언제든지 삼천문화의집을 찾아가면 된다. 삼천문화의집은 삼천2동 이야기지도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