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그대를 칭송하지 않으리
이승의 잣대로 그대를 잴 수야 없지
그대는 나에게 한이고 아쉬움
이 아쉬움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이지만
그대는 처음 죽는 사람도 아니고
이 더러운 현대사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살해당한 사람
나는 전쟁통에도 불타지 않은
금강산 건봉사 불이문(不二門)에 이르러
그대의 마지막 부음을 듣는다
둘이 아니라면 하나
하나도 못 된다면 반쪽이지
통일의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한데
걸어온 길이 뒤집히는 꼴을 보면서
그대는 기어이 등을 보이는구나
아아 노여움을 품고
한 시대가 이렇게 가는 거지!
누가 와서 내 가슴 쓸어주었으면!
사명대사 동상과 만해 시비(詩碑)앞에 서서
나라 사랑 못 느낄 자 누구랴마는
나는 별수 없는 떠돌이 시인
그대가 끝까지 귀를 열고 기다렸을
좋은 소식 전해주지 못한 채
고성 외진 바닷가에 이르러
마시던 술을 바다에 쏟아버린다
그대여 이 경박 천박한 세상 말고
개벽세상에나 가 거듭 나시라
- 정희성, '금강산 건봉사 불이문 앞에서 그대 부음을 듣고'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한 제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생애와 정치철학을 온 국민과 더불어 가슴속 깊이 되새기기 위하여, 이 땅의 시인과 화가 및 서예인 등 문화예술인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추모 헌정시집>을 100일재에 즈음한 오는 25일경에 발간하고자 합니다".
한국문학평화포럼(명예회장 고은, 회장 김영현)이 지난 8월 18일(화)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문화사업'을 펼친다. 그 첫 번째 사업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0일(25일)에 맞춰 내는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시집>이다. 이 단체는 이번 추모시집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 업적을 시로 영원히 남김과 동시에 추모예술제로 승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 추모시집 원고는 국내 모든 시인은 누구나 접수 시킬 수 있으며, 원고 마감은 15일(일)까지이다. 원고는 추모시 1편과 시인 약력(출생연도, 출생지, 데뷔연도, 데뷔지, 주요 작품집 및 현직 기재), 시인 얼굴 스냅사진(JPG 파일, 용량 크게 할 것)을 덧붙이면 된다. 원고 보낼 곳은 이승철 이메일(cowtown@hanmail.net).
정부 도움 없이 국민성금으로 치르는 추모예술제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이번 김대중 추모시집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 업적과 유지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잇따라 김대중 추모예술제, 김대중 추모 시화전시회 등도 열 계획이다. 이 단체는 이를 위해 국민성금도 십시일반으로 모금하고 있다. 이는 정부 도움 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시인과 국민 이름으로 추모예술제를 열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인들 참여와 성금모금이 영 신통찮다. 지난 번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시집과 49재 추모예술제에는 짧은 시간 안에 265명이라는 시인들 시가 접수되었으며, 성금 또한 추모예술제를 큰 탈 없이 치를 수 있게 모였다. 근데,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시집과 추모예술제를 위한 성금모금에는 지금까지 110편의 시와 70여만 원(9일 현재)만 모인 형편이다.
이번 추모시집 및 추모예술제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승철(시인)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지난 번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시집에는 짧은 기간 안에 수많은 시인들이 시를 보내왔고, 행사기금도 많이 모였었다"라며 "하지만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시집에는 예상 외로 시인들 참여와 발간기금 마련이 저조하다. 많은 시인과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하소연한다.
이 총장은 "성금을 기탁하신 분은 김대중 추모시집과 추모예술제 행사 팸플릿 등에 그 이름을 새겨 소중한 마음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한다"라며 '성금 모금 마감은 17일까지이다. 이 뜻 깊은 사업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문학예술인과 국민들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마음의 정성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인 110명 추모시 접수, 추모문화사업기획단 꾸려
11월 11일 현재 김대중 추모시집에 원고를 보내준 시인은 이기형, 문병란, 임수생, 정희성, 김준태, 이시영, 고규태, 공광규, 김기홍, 김영환, 김희식, 나해철, 동길산, 맹문재, 박관서, 박남준, 박상률, 박해전, 방남수, 백무산, 신동원, 심호택, 오인태, 오하룡, 윤일균, 이소리, 이승철, 이원규, 이은봉, 이재무, 이적, 이정록, 임종철, 정원도, 정토, 조성래, 지요하, 차정미, 차옥혜 등 110명이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문화사업기획단(무순) 및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시집 편집위원회에 참여하는 문학예술인 이름은 다음과 같다.
한국문학평화포럼 상임고문 임헌영(평론가) 리명한(소설가), 김준태(시인), 서정춘(시인)이며, 회장단으로는 김영현(소설가,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 유재영(시인, 부회장), 임효림(시인, 부회장), 홍일선(시인, 부회장), 박희호(시인, 부회장)이다.
추모문화사업기획단 자문위원장에는 김용채가, 추모문화사업 기획위원으로는 임종철(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박해전(시인, 사람일보 회장), 이재무(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대변인), 조진태(시인, 5.18기념재단 사무처장), 이소리(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정한영(추모문화사업기획단 홍보위원), 이 적(시인, 민통선평화교회 담임목사), 방남수(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가 맡는다.
그밖에 고규태(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이원규(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김선태(시인, 목포대 국문과 교수), 김여옥(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손태연(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손세실리아(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박관서(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김이하(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웹팀장), 정용국(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국장), 이승철(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등도 사업기획위원 및 편집위원으로 참여한다.
문화예술인들이 치르는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예술제 및 추모전시회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예술제 및 추모전시회 기획위원에도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추모예술제 및 추모전시회를 통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나라 민주주의와 민족통일, 세계평화를 위해 온 몸을 바친 여러 가지 업적을 문화예술로 영원히 기록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화가 여 운(전 민미협 회장)을 비롯해 박방영(화가, 대불대 교수), 여태명(서예인, 민족서예인협회 회장), 박찬원(연청 전 사무총장 대행), 김명성(문화기획자, (주)아라 회장), 정기영(문화사업 펀드매니저), 남요원(민예총 전 사무총장), 홍선웅(판화가), 최민화(화가), 박진화(화가), 김운성(화가, 민미협 사무처장),
김성장(서예인, 민족서예인협회 전 사무국장), 진공재(전각 서예인), 전기중(서예인), 류연복(판화가,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김현성(가수,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김기인(서울예대 무용과 교수,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장순향(한양대 무용과 교수,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등이 그들이다.
이승철 총장은 "며칠 앞 모든 시인들에게 다시 한번 추모시 청탁 메일를 보냈다"라며 "고은 선생이 추모시집에서 시를 빼달라고 해서 큰 걱정이다. 이 시는 이미 지상에 발표되었고, 묘비 비문에도 실린 시이다. 저작권 문제까지 갈 각오로 이번 추모시집에 고은 선생 시를 반드시 실을 예정"이라고 못박았다.
아, 한 시대가 가셨구나
아, 한 사람이 가셨구나
한 시대가 한 사람을 떠메고 가셨구나
한 사람이 한 시대를 떠메고 가셨구나
파란 많은 시대를
곡절 많은 시대를
피비린내 진동하던 야만의 시대를
훌훌 떠메고 가셨구나
그러나 어찌하여 사람들은 그를 보내지 못하는가
슬픔만은 아니구나, 길을 막고 눈물 흘리는구나
어찌하여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아니라고 울먹이는가
어찌된 일일까?
음악도 멎고 조명도 꺼진 무대는 어둠에 싸이고
먼지바람 이는 광장에 찢긴 종이들 흩날리는데
저기 저 가슴에 멍을 안은 사람들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 그 불빛을 가슴에 밝히지 못하고
어찌 그 빈 무대에 뛰어들지 못하고
한숨만 쉬는가, 불빛은 흐려만 가는가
한 시대가 갔으나 다른 한 시대는 오지 않고
한 사람이 갔으나 그를 마중할 한 사람은 오지 않고
머리를 찧으며 부끄러워했으나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진실은 아직 책장 꽂혀 있고 광장은 멀리 있는데
진리는 아직 풍문으로만 떠돌 뿐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데
어찌 놓아드리나요, 어찌 잘 가시라 하나요
저들은 과거의 신문을 찍어대고
낡은 법전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고
매국의 역사 앞에 충성을 맹세하고
앞서간 사람들 몸 눕혀 분단을 이은 다리를 걷어내고
죽은 망령 불러내는 굿판을 벌이고 있는데
어찌 편히 쉬시라 손 흔드나요
나도 그리하였습니다
당신을 좋아하고 또 미워하였습니다
존경하고 또 원망하였습니다
우러르고 또 못마땅해하였습니다
그러나 파란의 한 시대를 건너는 일은 녹록지 않으셨지요
진창길도 함께 밟아야 했을 당신의 고뇌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라는 한 시대는 위대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위대함은 책으로도 업적으로도 賞으로도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당신이라는 인간을 대신할 수도 그 이상일 수도 없습니다
야만과 독재와 폭력을 이겨낸 정신은 서슬 퍼런 칼날이 아니라
부드럽고 따듯한 인간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그 힘은 아무것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생애를 통해 우리는 보았습니다
성공과 허망은 한 뿌리였습니다
영광과 좌절은 같은 뿌리였습니다
그 경계에서 당신은 머뭇거리지 않고 몸을 던졌습니다
거침없이 일어나라 하였습니다
그 경계 속 허망의 깊이가 인간의 깊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오고 가는 것은 시대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사람이 몸을 던지면 시대가 됩니다
당신이 남기신 것은 업적도 이름도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사람들 가슴 가슴에 스며들어 한 시대를 이룰 것입니다
당신이 남기고 간 그 사람들이 이제 무대에 오르고 조명이 켜질 것입니다
그때서야 당신을 광장에서 마중할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에 가 계십시오
떨리는 손을 내밀겠습니다
- 백무산, '민주주의여 슬퍼하라! 그리고 우리를 다시 광장에 서게 하라'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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