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2010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반MB(이명박)연대'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반MB'․'반한나라당'을 위한 후보 단일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관계자들이 참여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눠 관심을 모았다.
민생민주경남회의는 11일 오후 창원대에서 "2010 지방선거의 의미와 반MB연대 실현"이란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민주당 경남도당과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국민참여당 경남도당(준), 자치분권전국연대, 민생민주경남회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전국적으로 야당과 시민사회진영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은 경남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 6월 선거 때 경남도지사 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남도교육감 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도 참석해 토론 내용을 들었다.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김재명 일반노조 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민주진보진영의 힘이 제대로 발휘돼야
민주당 경남도당과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은 지난 2월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현안 등에 대한 대응을 논의한 적이 있다. 또 지난 10월 28일 양산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거론되었으나 결국에는 실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양산 재선거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교훈과 평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경희 민생민주경남회의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들이 대통령을 한 번 잘못 뽑아서 고생하고 있다. 지역은 한나라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어 왔다. 내년부터 선거에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래 생각해 왔고, 민감한 문제라서 어떤 모양새를 갖추어야 하는지 고민해 왔다. 오늘 토론회는 대화의 물꼬를 터는 첫 장이다. 앞으로 진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민생과 민주 진영이 바라는 힘이 제대로 발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본 조유묵 민생민주경남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중요하다. 과연 이명박 정부의 '묻지마 저돌식' 드라이브정책을 중장기적으로 가져갈 것인지를 판가름 내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요즘 시민단체가 할 일이 많아져 바쁜데, 역대 어느 선거보다 의미가 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의 입장은?
정당 관계자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진광현 민주당 경남도당 정책실장은 "두 전직 대통령 서거와 양산 재선거 등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2월 있었던 민주노동당과 정책 공조의 기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는 이명박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고, 2012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 될 것이며,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정계개편도 예상된다"며 "이명박정부는 재보선에서 졌지만 세종시며 4대강사업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다. 내년 선거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이 아닌 '반MB 구호'로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은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기에 한나라당 후보와 반한나라당 후보가 1대1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 정당은 중앙 중심보다는 지역 중심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고, 유권자 관점에서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양산 재선거 결과를 보고 한편에서는 독자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MB연대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깨어 있는 시민의 힘도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며 "쌀값 대란 등 피해 계층과 함께 하는 정치적인 활동들이 필요하고, 반MB연대에 있어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반MB 전선에 함께 할 것이며, 정책 공조 이후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고, 그 방식에 있어서는 새롭고 창조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민호영 국민참여당 경남도당 준비위원장은 "MB정권 출범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며 "2010 지방선거는 현재의 국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는 진보세력의 역전이 있어 왔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반MB, 반한나라당 세력이 지역의 정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의 견고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와 명분으로 이름과 행동을 달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 위원장은 "연대를 위한 기본 원칙은 정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인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면서 "연대라는 커다란 틀 속에는 통제 불가능한 틈새가 존재할 수 있고, 따라서 상충점과 틈새 차단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권력은 선거로 만들어지고 선거로 심판할 수 있다"며 "2010년 지방선거는 아름다운 원칙과 연대를 통해 오만한 정권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준엄한 심판을 가하는 전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연대로 단일후보 만들어 냈을 때 이길 수 있어
이기동 자치분권전국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서로 생각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후보 단일화를 하면 이긴다고 하는데 말로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단일화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우리에게 넉넉한 시간과 자원이 없다.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얼마 전 서울에서 '희망과대안'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졌는데, 경남은 서울을 보지 말고 경남에서 잘 해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은 민주당만으로는 안되고 그렇다고 민주당이 없어서도 안된다. 마찬가지로 민주노동당만으로도 안되지만 민주노동당이 없어서도 안되고, 진보신당이나 국민참여당도 마찬가지다. 시민사회진영만으로도 안되지만 시민사회진영 없이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자기를 버리는 '소멸의 길'을 해야 하고, 그것이 같이 사는 길이며, 그것 밖에 없다"면서 "들고 있는 자기 깃발 때문에 자기 자신이 분열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정당은 중앙이나 지역 조직이 수평 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서 독자성을 가질 수 있다. 중앙 논리로 지역을 파고 들어가려고 하면 안된다. 지역 전체를 위해 자기 소멸의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승리하는 길이고 유일한 방법이다"며 "야권 연대를 통해 단일후보를 만들어 냈을 때, 우리는 승리를 위해 당당해질 수 있고 이명박정권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이는 차이들이 조금씩 있고,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그런 차이들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안다면 극복하지 못할 장애물이 아니다"면서 "경남은 후보 자원이 그리 많지 않다. 충분히 조정해 낼 수 있다. 우리끼리 상부상조해서 하나하나 성사시키다 보면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까지 경남 단위 연대기구 구성 제안
박기병 민생민주경남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2010 지방선거와 관련해 몇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반MB연대에 있어 약간의 시각 차이는 있지만, 서로 좁혀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떻게든 내년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권력을 지방으로부터 허무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선거에 대해, 그는 "반MB 전선을 분명히 할 것"과 "시민이 요구하는 정책방향을 제시할 것", "당선 가능한 지역에 후보를 단일화하고 명실상부한 시민후보를 만들어 낼 것", "민주개혁세력의 결집과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대체가 정당을 견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과정에서 정당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며, 토론을 해서 실제로 힘있는 연대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기본 방안으로, 그는 "다양한 토론을 통해 민주개혁세력의 2010 선거에 대한 대응방안을 합의하고 결의를 모아야 하며, 선거에 민주개혁세력이 공동의 대응을 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정당과 시민사회진영이 참여해 '정책개발단'을 만들고, 시민의 요구를 수렴하고 각 단체와 정치세력의 의견을 정리하고 정책을 개발하고 그것을 공약화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일률적인 후보 단일화를 지양하고 합의 가능한 것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일차적으로 ▲당선 가능하고, ▲자치단체장 등 큰 선거, ▲합의 가능한 곳을 중심으로 단일화 대상 지역을 정하고, 그것을 확대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선 경남도지사, 창원, 거제, 김해 등 주요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중심으로 단일화를 논의하고, 그 이외의 자치단체로 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것을 논의해 가고,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논의를 보류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세력만의 합의를 통한 단일화가 아닌 시민의 손으로 선출하는 단일화를 명실상부한 시민후보로 자리잡게 한다"면서 "예를 들어 시민선거인단 모집을 통한 '시민 경선제' 등 시민참여를 통한 후보 단일화 또는 후보 선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1월까지 '2010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민주개혁세력의 한시적이고 독자적인 경남 단위의 연대기구를 만들어야 하고, 경남 단위 연대 기구 구성 이후에 정책 개발이나 공약화, 후보 단일화, 다양한 형태의 선거운동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동 기구 구성에 참여하겠느냐?
토론 마지막에 박재혁(마산)씨는 "공동기구를 만들어 힘있게 출발해야 한다"면서 "각 정당에서는 그 공동기구에 흔쾌히 참여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진광현 정책실장은 "현재 당 차원에서는 후보를 전면적으로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반MB연대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사회진영과 함께 해야 한다고 본다.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하정우 사무처장은 "공동기구에 참여하려면 상당히 비중이 있어야 하고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당에서 공식 논의해 보겠다. 당은 '반MB', '반한나라'에 연대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다"고 밝혔다.
민호영 위원장은 "연대기구에 참여하지 않으려면 이 자리에 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 기구가 공정성이 바탕이 된다면 참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민생민주경남회의는 진보신당 경남도당에도 토론회 참가를 공문으로 보냈는데,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생민주경남회의 이동진 상황실장은 "진보신당은 내부적으로 토론회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번에는 참석하지 못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국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시민사회진영이 '반MB연대'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전 장관은 "오늘 토론은 매우 의미 있다. 전국적으로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당과 시민사회진영에서 같이 토론하기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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