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예설이 잔다 조용히 해라. 또 깨우려고 그러지."
"아니예요. 나 내일부터 학교 안 가도 돼요.""뭐라고 학교를 안 간다고."
"선생님이 신종플루 때문에 다음 주 월요일에 학교 오라고 하셨어요. 자 보세요. 신종플루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등교 중지 안내문이에요."
막둥이가 내민 공문을 보니 12일-13일까지 신종플루 때문에 2학년 전체가 등교 중지를 결정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막둥이에게 물어보니 자기 반에는 34명 중 10명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틀 동안 학교에 안 간다는 소식에 막둥이는 함박웃음입니다.
"막둥이 좋겠다. 학교 안 가서. 그런데 공부는 해야지. 선생님도 목요일은 국어, 금요일은 수학 공부하라고 하셨잖아.""금방 풀면 돼요.""뭐라고 금방 풀 수 있다고. 문제지만 푸는 것이 아니라. 학교 홈페이지 들어가고, 책도 읽고, '새미학습에서 들어가 사이버 공부도 해야 하는데.""잘 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하지만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를 보니 학교 가는 것보다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신종플루 때문에 쉬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공부만 해야 하는 것을 막둥이는 학교 안 간다는 것만으로 좋아하고 있으니 마음 속으로 웃음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막둥이는 방학이 이틀 동안 짧아지잖아. 형아하고 누나가 학교 안 갈 때 막둥이는 학교가 가야 한다."
"아빠 그럼 내일 학교 가면 안 돼요.""선생님도 안 오시잖아. 우리 막둥이 좋았다가 말았네.""….""괜찮아."방학이 줄어든다는 말에 막둥이는 그만 그 좋았던 얼굴이 시무룩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형과 누나가 학교를 간 후 막둥이는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이유는 선생님이 내 주신 국어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엄마 다 풀었어요.""벌써 다 풀었어. 네가 5분만에 20문제를 다 풀어. 엄마는 이해가 안 된다. 점수 한 번 보자. 이게 점수야. 엄마가 말했지. 생각하면서 풀라고. 너는 생각도 하지 않고 풀었으니 점수가 이것 밖에 안 되지. 427명 중 371등이 무엇이니.""다시 풀면 되잖아요.""시험 문제를 어떻게 다시 풀어.""아니 헌법재판소도 위법이지만 무효는 아니라고 하는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 시스템에 한 번 풀면 다시 풀 수 없게 되어 있어요."20문제를 5분만에 해치운 우리 막둥이 엄마에게 엄청나게 혼이 났습니다. 하지만 막둥이는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습니다. 막둥이의 콩밭은 집 근처에 있는 인라인스케이트장입니다.
국어 문제는 잘 풀지 못했지만 자전거는 잘 탑니다. 인라인스케이트장을 돌면서 자기 세상인 양 좋아합니다.
"아빠 나 잡을 수 있어요?"
"잡을 수 있지."
"아무리 아빠래도 자전거를 어떻게 잡아요.""우리 막둥이 자전거를 잡을 수 없지. 참 예설이가 자전거 타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예설이가 어떻게 자전거를 타요."
"탈 수 있어. 엄마하고 같이 타면 돼."자전거를 타자 재미있는지 계속 타겠다고 우는 예설을 억지로 달래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유는 수학 공부 때문입니다.
"거게 안 돼잖아. 12m에 얼마 더해야 13m 50cm가 되는 거야.""….""생각을 좀 해 봐!""1m 50cm요.""그래 조금 생각하면 풀 수 있잖아.""아니 아직 막둥이는 미터 단위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머뭇거리지. 120에 얼마나 더해야 135가 되는지를 묻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그래도 이 정도는 쉽게 풀어야죠."
"신종플루 때문에 학교 안 간 것이 더 힘들겠다. 선생님은 이틀 푹 쉬라고 하면 안 되나. 우리 막둥이 어떻게 하니, 그냥 내일부터 학교 가라."신종플루 때문에 학교 등교하지 않으면 아이들 놀게 해주면 안 되나요. 학교 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이 더 힘듭니다. 막둥이가 신종플루가 걸렸다면 아예 공부도 하지 않고 집에서 푹 쉴 것인데 동무들이 신종플루에 걸려 자기도 어쩔 수 없이 학교 안 갔는데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자전거 조금 탔을 뿐 아침부터 엄마 잔소리 들어가면서 공부에 열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