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이주노동자들이 (주)삼양식품을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삼양식품을 대상으로 낸 '임금반환청구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인데, 삼양식품측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소송 취하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2일 이정한 변호사는 미얀마(버마) 출신 노동자 3명과 함께 삼양식품 대표이사를 포함한 3명을 창원지검에 고소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소장 이철승)는 경남이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 사실을 공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미얀마 출신 노동자(민망마우마우, 망쩌소투)가 나와 증언하기도 했다.
상담소 "삼양식품은 근로기준법 등 위반했다"
삼양식품 원주공장은 2002년 50명을 비롯해 2006년까지 총 4차에 걸쳐 177명의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을 받아왔다. 산업연수생 제도는 해외 현지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법인을 설립한 국내 기업에만 자격이 주어진다.
삼양식품은 미얀마에서 자회사와 거래하고 있던 (주)에프엠씨 트레이딩(FMC trading)을 통해 산업연수생을 데리고 왔다. 그런데 2007년 검찰 수사 결과, 삼양식품은 에프엠씨 트레이딩과 현지 투자를 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두 기업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처분했다. 또 검찰은 산업연수생 177명에 대해 출국 조치했다. 최저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출국 당한 연수생들은 3명을 대표로 내세웠고, 이들은 국내에 남아 2008년 변호사를 통해 임금반환청구소송(총 9억원)을 냈다.
연수생들은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왔지만, 일반 이주노동자와 같은 노동을 했다는 것. 이들은 "선진 기술을 배운 것이 아니라 라면공장에서 수십 kg의 밀가루 포대를 나르는 등 단순 반복 작업에 투입되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연수생들은 자필 확인서를 통해 "400달러 월급(8시간 근로 기준)에 잔업 근로는 시간당 1800원, 휴일 근로는 8시간에 1만원, 야간근로는 시간에 관계 없이 5000원을 받는 등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했다"며 "결근할 경우 14달러의 임금이 공제되었으며, 통장과 신분증도 회사에 압류 당해 출국 전까지는 월급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이들은 "연수생이라 월급을 줄 수 없었다는 회사는 자신들이 정기적으로 지급한 금전에 대해서는 '은혜적 차원의 배려'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한 변호사는 고소장에서 "회사는 연수생들에게 근로기준법에 정한 '통화지급의 원칙'과 '직접 지급의 원칙', '전액 지급의 원칙', '매월 1회 이상 정기 지급의 원칙'을 위반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현재 국내에 있는 3명만 우선 고소를 하며, 앞으로 미얀마에 있는 나머지 피해자들도 추후 수사과정을 지켜보면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담소 "삼양식품측 소송 취하 압력 가했다"
미얀마 출신 산업연수생들이 제기한 임금반환청구소송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데, 삼양식품 측이 소송 취하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도 '소송 취하'를 지원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상담소는 "삼양식품은 공무원을 연수생 명목으로 입국시켜 대기업 저임금 노동력으로 소모하게 한 미얀마정부와 함께, 위임 대리권의 유효성과 공무원 출신인 연수생들의 소송 자격 등에 대해 집요하게 시비를 제기하면서 연수생들에게 소송 취하를 종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또 상담소는 "미얀마 현지에 있는 소송 당사자들에 따르면, 삼양식품 관계자들이 미얀마를 방문하여 농업부 장관과 미얀마 정부 고위 관료들을 방문한 뒤 농업부 장관 명의로 소송에 참여한 연수생들에게 소집 공문이 발송되고, 소송 취하에 대한 압력이 가해지는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반인권적인 행위가 펼쳐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철승 소장은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왔던 사람들은 정식 공무원이 아니었고 당시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직전에 '공무원증'을 받았다"면서 "미얀마에는 공무원이 해외에서 소송을 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모양인데, 삼양식품측은 소송 취하만이 승소하는 길이라 보고 소송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이 소송 취하를 지원해 주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철승 소장은 "처음 한국대사관에서 삼양식품이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미얀마 농림부에 보냈고, 미얀마 정부도 한국 정부가 나서는 것으로 알고 소송 취하에 협조해 준 것으로 안다"면서 "그같은 사실을 상담소에서 알고 문제제기를 했다. 그 뒤 한국대사관은 '정부는 사인간 소송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다시 보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삼양식품 "미얀마 정부와 양해각서 체결해 이루어졌다"
삼양식품 원주공장 최아무개 이사는 "당시 산업연수생으로 온 사람들은 공무원이었고, 돈을 벌기 위해 온 게 아니라 기술을 배우러 왔다. 최저임금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임금반환청구소송에 대해 미얀마 정부가 모르고 있어 현지에 가서 농림부 장관을 만나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며, 한국대사관에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홍보실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미얀마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사람들은 공무원 연수로 온 것이고, 그 뒤 대부분 복귀해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단지 3명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도용해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위반이라고 하는데, 항공료나 체제비를 포함하면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불된 것이다. 그 사람들은 국내에 있는 제3자의 종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철승 소장 "대기업,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 제도 악용"
이철승 소장은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제도가 "기업들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수생은 '해외 현지 법인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둔갑해서 들어오는 경우'거나 '해외 현지 법인은 있지만 현지에서 고용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해서 들어온 경우', '순수 기술 연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력 활용 수단으로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상담소는 2009년 9월 30일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산업연수생은 4661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 합법 체류는 1434명이고, 나머지 3227명은 불법 체류라는 것.
불법체류자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이철승 소장은 "산업연수생과 일반 이주노동자는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 격차가 크다. 산업연수생은 월 20~30만원 안팎을 받는데, 일반 이주노동자는 100만원 안팎이다"며 "산업연수생은 현장을 이탈하면 불법체류자가 되는데, 그렇게 하더라도 유리하다고 생각하니까 이탈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 산업연수생은 3만4000명 가량 되었는데, 그 중 80%가 6개월 이내에 이탈해서 미등록 체류자가 되었다"면서 "산업연수생에 대한 인권 유린과 노동착취가 심각한데, 대기업들은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