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레이저 프린터는 개인용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비싼 토너 비용과 잉크젯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진 인쇄 해상도 때문입니다. 사무실에서 업무용으로 쓴다고 가정하고 저렴한 유지비라는 관점에서 제품을 선택해 보겠습니다.
장당 인쇄 비용
'다나와'에서 찾은 저가 컬러 레이저 프린터는 극악의 미끼 상품입니다. 토너 팔기 위해서 본체는 그냥 끼워주는 것입니다. 초기 토너량은 정품 토너의 1/2혹은 1/3 밖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Canon LBP 5050과 HP LaserJet CP1215를 선택해서 12,000페이지의 컬러 출력물을 인쇄할 때 드는 비용을 계산합니다.
참고로 컬러 레이저 토너에는 칩이 달려 있고 컬러 모드로 인쇄를 하는 순간 그 색이 포함 되어 있든 없든 C, M, Y, 3색의 인쇄량 카운터가 동시에 1씩 증가합니다. 그러므로 5,000매 인쇄할 수 있는 C, M, Y 세가지 토너가 들어 있다고 15,000매를 인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Canon LBP 5050 본체 가격(기본 토너 인쇄량 700매): 230,000원
정품 토너 C, M, Y 1세트(인쇄량 1,500매): 210,000
15,000매 인쇄 시 필요 토너 가격(정품 토너 X10): 2,100,000
15,000매를 인쇄할 때 210만원이 듭니다. 흑백 토너 가격은 빼고 기본 토너는 본체 가격에 포함하는 등 복잡한 부분은 생략합니다. 이처럼 컬러 레이저를 20만 원대에 살 수 있다고 좋아했다가는 집안 기둥뿌리가 뽑힐 판입니다. 이 가격으로는 안됩니다. 그래서 토너는 재생으로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인쇄 량: 1,500매인 (업체 측은 1400매라고 적고 있음) 재생토너 C, M, Y 1세트 가격: 150,000
15,000매를 인쇄하기 위해서는 재생을 쓰더라도 150만원이 듭니다. 컬러 레이저는 본체 가격이 쌀수록 이렇게 소모품 가격 폭탄을 맞게 되어 있습니다. 컬러 레이저는 최소 3년 정도의 계획을 가지고 구입해야 합니다. 그 동안 얼마 정도 인쇄를 할 것인지 예측해서 소모품까지 모두 포함한 총 유지 비용을 비교해서 적절한 제품을 정해야 합니다.
컬러 토너 리필과 재생품
유지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또 있습니다. 정품 토너와 재생 토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컬러 레이저 토너도 리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컬러 레이저 프린터는 그에 맞는 토너 가루와 카운터 칩을 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DIY 작업을 잘 하지 않아서 업자들끼리만 거래할 뿐 인터넷에서 개인이 구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미국 이베이에서 주문해도 됩니다. 배송비까지 계산해도 오히려 더 싼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쓰기 위해 구입한 CP3505dn을 자가 리필하는 과정을 간단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국내에서 리필 토너 가루를 구할 수 없어서 이베이에서 구입했습니다.
토너 가루 리필을 하면 유지비가 많이 저렴해집니다만 개인이 많은 양의 컬러 인쇄를 할 때 빼고는 권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이런 비생산적인 일을 할 이유가 없고 토너 가루를 함부로 날리다가는 문제가 됩니다. 그저 개인들이 출력비 조금 아끼려고 할 때나 쓸모 있는 방법입니다. 잘만 하면 컬러 인쇄 비용도 크게 부담되지 않을 수준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그래 봤자 장당 100원 이상이지만……
레이저 프린터 해상도의 비밀
가지고 계신 레이저 프린터의 해상도를 알고 계신가요? 9600dpi의 엄청난 해상도를 가진 제품이라구요? 정말일까요? 레이저 프린터 특히 컬러 제품의 해상도는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요?
캐논과 HP의 토너 카트리지가 공유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캐논의 9600dpi 해상도는 2400dpi 카트리지 4개 해상도를 합한 것이며 각각의 2400dpi 상당의 해상도란 ImageREt 2400을 의미한다고 판단됩니다. 캐논의 컬러 레이저 프린터의 실제 물리적 해상도는 600dpi란 뜻입니다.
이런 저가의 프린터와 달리 위에서 얘기한 167만 원짜리 HP CP3505dn은 물리적인 해상도가 1200dpi이며 ImageREt로 따지면 4800dpi입니다. 캐논 표기법으로 하면 19200dpi 상당의 해상도가 됩니다. 제가 이 제품으로 사진을 인쇄해서 비교했을 때조차도 별로였습니다. 오히려 잉크젯으로 인화지와 전용지에 인쇄한 것이 훨씬 품질이 좋았습니다. 레이저 프린터는 사진 인쇄 용도로 부적당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토너 가루를 쓰는 방식의 레이저 프린터를 사진 인쇄용으로 쓸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해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컬러 레이저 프린터는 애매한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지비도 비싸고 해상도도 높지 않고 가정에서 사진 인쇄하기에도 부적당하고…… 물론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에 젖지 않는 인쇄물, 어떤 용지에도 일정한 품질의 출력물을 얻을 수 있고, 유지 보수가 편합니다. 극한의 해상도를 원하지 않는다면 구석에 두고 필요할 때 인쇄만 하면 되는 아주 편리한 제품입니다.
제 평가와는 상관없이 각각의 제품은 그 나름대로의 용도에 맞게 쓰면 되겠지요. 이 글에서는 적절한 용도를 찾을 길이 없어서 컬러 레이저에 대해서 별로 다루지 않았지만 언젠가 기술이 발전하면 가정용 컬러 프린터가 대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